내러티브에 이어 시가서를 해석할 때 생각해볼 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성경에서 시가서로 분류된 책들은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이렇게 다섯 권이지만,
사실 구약성경의 삼분의 일이 시로 쓰여졌습니다.

브루스 윌킨슨과 케네스 보아가 지은 <한눈에 보는 성경>에 따르면
레위기, 룻기, 에스라, 학개, 말라기 이렇게 다섯 권만
시나 시적 표현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책이라고 합니다.

때로 시가서를 지혜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구분을 하자면, 시가서는 글의 형식에 따른 구분이고
지혜서는 글이 담고 있는 주제, 내용에 따른 구분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지혜서로 잠언, 욥기, 전도서 세 권을 꼽고,
시편, 아가서를 시가서로 세분화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가서와 지혜서를 같은 것으로 분류합니다.

사람들은 왜 시를 쓸까요?

사람들은 왜 노래로 표현할까요?

모든 시에 멜로디가 붙은 것은 아니지만,
시편이나 애가는 멜로디가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시와 노래의 가사는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감정 표현에 주력한다는 것입니다.

시는 있었던 사건을 자세히 기술하기 위한 문학형식은 아닙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묵시를 담기에도 어울리는 형식이 아닙니다.

시는 감정 전달 하는데 아주 좋은 형식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감정을 극대화하여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시를 씁니다.
멜로디를 붙여 호소력 깊게 감정을 전달합니다.

스코트 듀발과 다니엘 헤이즈는 <성경해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구약 시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감성과 정서에 호소한다.
더욱이 그들은 복잡한 형태의 문법적인 주장들을 세워 나가지 않으며,
대신 자신들이 의도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미지들을 사용한다(564p)

성경에 기록된 시를 해석할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입니다.

우리는 시를 해석하면서 단어 하나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캐낼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공부가 요구될 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를 해석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무엇을 노래하는가?입니다.

브루스 윌킨슨과 케네스 보아는 이러한 시가서의 특징에 따라
역사서는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거)
시가서는 그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경험한 것(현재)
그리고 예언서는 역사를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의 뜻과 의지(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일반원리를 생각해보기 전에 참고할 만한 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데릭 키드너, “어떻게 지혜서를 읽을 것인가?” IVP
트렘퍼 롱맨 III, “어떻게 시편을 읽을 것인가?” IVP

2

 

 

1

시가서를 해석할 때 저는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시가 노래하는 대상은 하나님이다.

구약의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노래의 대상은 바로 하나님입니다.
시인들이 역사의 중심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속성과 성품을 노래하기도 하고
자주 그들은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언급하며 노래합니다.
과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언약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그 언약에 따라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회상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연인간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들으며
노래 부르는 이가 느끼는 감정을 전해 듣고 그것에 감동합니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감정 이입을 하여 동감합니다.

마찬가지로 시가서를 해석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성경의 표현과 형식을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는 시인이 노래하는 하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인이 사랑과 경외의 대상인 하나님을 어떻게 노래하는지
어떤 감정을 전달하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사랑과 경외의 대상이 되시는
하나님에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구약 시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 언약을 기초한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시내산에서 맺으신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
그 언약에 신실하시고 인자하시며 자비로우신 하나님,
언약에 충성스럽지 못한 백성들과 그들에 대한 공의로운 심판
이러한 개념이 구약의 시가서 전반에 흐르고 있습니다.

2. 시에 사용된 특별한 문학장치를 이해 해야 합니다.

시는 다양한 문학장치를 동원하여 간결한 표현을 합니다.
대구법, 비유, 직유, 은유, 과장, 대조, 이합체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시인의 감정을 묘사합니다.

이러한 명칭들이 어렵다고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 번 각각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법은 시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1행과 2행이 서로 유사하거나 대조, 혹은 확장되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 (시편 3:1)

이러한 문학장치는 시인의 표현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주고
강조해줍니다. 위의 예시에서 우리는 시인이
자신을 치는 대적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을
그가 사용하는 대구법을 통해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학장치에 대한 접근을 할 때 유의점은
어떤 문학장치를 사용했는가?에 주목하지 말고
그것이 시인의 의도나 표현을 어떻게 강조해주는가?
시인이 그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대구법이나 비유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성경 해석을 위한 준비에 불과합니다.
해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그 의미입니다.

더 자세한 시의 문학장치들에 대한 설명은 위에 제시한 책들을 참고해보세요.

3. 시의 배경은 무엇인가?

사실 모든 시의 배경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알 수 없는 시의 배경을 억지로 찾는 것은 부작용을 낳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다면, 성경이 분명히 제시하는 시의 배경이 있다면,
그것을 아는 것은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가져다 줍니다.

시편의 표제에 등장하는 시의 역사적 상황적 배경,
그리고 애가, 전도서, 아가서 등에 등장하는 배경들은
시가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정보를 제공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시인의 의도와 심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유의할 점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시를 무리하게 해석하거나
시인의 표현 하나 하나를 가정된 역사적 상황 아래 해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4. 자주 사용되는 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

구약의 시들에는 관용어구처럼 반복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의 날개 아래 나를 덮으소서” 혹은
”주님의 손” “주의 오른 손” “발에 입 맞추라” “골짜기” “스올” 등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유대인들의 문화와 관습을 기초합니다.
때로 이러한 표현들은 그들의 제사와 절기 문화를 반영합니다.

대부분 오늘날 우리가 읽을 때 무리 없이 잘 읽히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이러한 표현들은 당시 문화와 관습을 알아야 잘 이해됩니다.

때문에 자주 반복되는 표현을 주목하고 그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은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유익을 줍니다.

5. 시는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 기록되었습니다.

시라는 형식이 부르기 위해 채택된 것인 만큼
시편을 읽으면서 우리는 노래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 받습니다.

애가나 욥기, 잠언, 전도서를 읽으면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의 지혜, 그분의 전능하심을
찬양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시는 하나님에 대한 많은 신학적 지식과
교리적인 정보를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리를 가지고 그분을 노래할 것을 결국은 요구합니다.

그래서 시를 해석하면서
하나님의 어떠하심과 어떤 일을 하셨는지 지식적으로 이해하고
깨달아 아는 것을 넘어서 그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그 사실에 대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역사서나 서신서, 예언서 역시 그러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시가서는 더욱 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그 목적을 위해 지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노래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니
우리는 하나님을 노래해야 합니다.

그분의 성품과 속성, 그분이 하신 놀라운 역사,
그분의 지혜와 힘과 전능하심과 거룩하심…

그것을 시인과 더불어 함께 찬양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시를 읽으면서 어찌 우리가 찬양으로 화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할렐루야 그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의 권능의 궁창에서 그를 찬양할지어다

그의 능하신 행동을 찬양하며
그의 지극히 위대하심을 따라 찬양할지어다

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지어다

소고 치며 춤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할지어다

큰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하며
높은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할지어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할렐루야(시 150)

오늘은 시가서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일반적인 원리를 정리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해석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사실입니다(관찰-해석-적용).
그러나 시라는 형식을 이해할 때 특히 구약의 시를 이해할 때
이러한 점을 염두 해두고 해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예언서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