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몇 주 동안 그동안 배운 해석의 방법에 따라 직접 성경을 해석해보는 연습을 해보기를 원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이 칼럼 시리즈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해석의 기준과 방법을 적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배울때 단계별로 교육을 받지만 또한 조교의 직접적인 시범을 통해 배우기도 합니다. 더 좋은 것은 조교의 모습을 따라 직접 해보는 것이죠. 앞으로 몇주간 이 칼럼을 통하여 더 유익을 얻기 원한다면 옆에 성경을 펴두시고 함께 따라서 연습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문은 로마서 7장 1~4절입니다.

#1.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기도입니다. 말씀을 조명해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진리를 깨닫게 해주시고 진리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며 진리 안에서 자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모든 지혜와 지각을 허락하셔서 말씀의 본래 의미를 바르게 깨닫게 해달라고 구합시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적용하여 삶으로 열매 맺게 해달라고 구합시다.

기도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준비물을 챙겨봅시다.

#2. 성경을 준비하세요
성경 자체에 메모하거나 표시하는 것보다 넓은 여백에 정리하기 원한다면 성경 본문을 적어 넣을 종이를 준비하거나 컴퓨터로 본문을 타이핑하여 인쇄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냥 워드 프로그램에 본문을 타이핑하고 그 밑에 정리하는 분도 계신데, 개인적으로 다른 것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에 종이를 더 선호합니다. 필기도구도 당연히 있어야겠죠?

준비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관찰을 시작해봅시다.
사실 관찰-해석의 과정을 칼같이 분리하는 것이 이상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관찰과 해석의 과정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논리적인 순서상 관찰이 먼저 옵니다. 그리고 올바른 관찰 없이 올바른 해석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먼저 관찰을 충분히 그리고 분명하게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해서 말씀드리면, 관찰을 충분히 하지 않고 해석하는 것은 우리가 대화할 때 남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대답하는 격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고 반응하기 원하는 분은 아마 아무도 없으시겠죠? 이제 관찰은 이정도면 충분히 강조한 것 같네요.

관찰: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

마치 형사가 사건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처럼 관찰은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관찰해내지 못할지라도 일단 누군가에게 관찰된 것은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객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는 본문에서 이것을 관찰했어요’라고 한다면 모두가 다 그것에 ‘아 그러네’라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준비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시작해봅시다!
#3. 본문을 여러번 읽어보세요

글은 읽기 위해 기록된 것입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죠. 관찰하기 위해 본문을 나누고, 자르고, 분석하기 전에 먼저 읽어봅시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하며 읽어봅시다. 시를 읽는다면 운율에 맞춰 읽어보고, 저자의 감정선이 드러난다면 감정을 반영하여 읽어봅시다. 여러번 읽어 본문이 익숙해지도록 합시다. 이 단계 없이 분석하려고 달려들면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분석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4. 접속사, 글의 이정표
우리가 어디론가 운전하여 찾아갈때 방향의 전환이 있는 구간별로 구분하여 정리합니다. 언제 우회전을 하는지, 언제 좌회전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글도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접속사는 그 흐름의 방향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접속사를 하이라이트 해둡니다. 한 번 해볼까요?

제가 찾은 것은 “그러므로”(3절), “그러나”(3절), “그러므로”(4절), “이는”(4절)입니다.

4절의 “그러므로”는 오늘의 본문의 전환점입니다. 그냥 읽어봐도 어느정도 아시겠지만, “형제들아”로 1절에 시작하고 4절에 다시한번 “내 형제들아”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절의 “그러므로” 이후의 내용이 바로 1~3절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 형제들”에게 말하고 싶은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는”도 중요하죠. “이는” 이전에 나오는 내용의 목적이 “이는” 이후에 나옵니다.

#5.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인가?
다음으로는 누가 누구에게 쓴 것인지 찾아봅시다. 주어가 무엇인지, 목적어는 무엇인지 찾는 것입니다.

주어로 “내”가 쓰였습니다(영어로 “I”: 제 성경은 ESV입니다). 로마서 1장 1절에 가면 “바울”인 것을 알 수 있죠.

목적어로는 “법 아는 자들”(영어로 “those who know the law”)이 나오고요. “들”을 보니 복수라는 것도 알겠지요?
동사로 “말하노니”(“speaking”)가 등장하죠. 그리고 “너희는”이라는 대상이 나옵니다. “법 아는 자들”과 동일인이겠죠?
“법 아는 자들”인 “너희”에게 “내가” 말하는 내용은 “말하노니” 이후부터 3절까지인것 같죠?

4절에 가면 우리가 찾았던 본문의 핵심 전환점 “그러므로”가 등장하고 뒤이어 “너희도”(“You also”)라는 대상이 등장합니다. 역시 “너희”라는 단어는 복수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형제들아”라고 부르는 말(호격이라고 하죠)이 두 번 등장합니다. 1절 처음과 4절 초반에 나오죠. 역시 복수입니다. 이제 “형제들” “법 아는 자들” 그리고 “너희”가 동일 인물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죠? 한 번 정리해볼까요?

누가? “내가”(바울)
누구에게?
1절: 형제들아 = 법 아는 자들에게 말하노니 = 너희는
4절: 내 형제들아 = 너희도

“형제들”과 “내 형제들”이 동일한 대상으로 불려졌기 때문에 결국 1~4절은 동일한 대상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법을 알고 있는 자들이었고, 그들은 바울의 “형제들”이라 불렸습니다.

바울은 “법을 아는” 그들에게 3절까지 그들이 알고 있는 어떤 법의 논리적인 이야기를 설명하고 그 논리를 4절에 와서 “그러므로”라는 전환점을 돌아 “너희”라는 대상에게 직접 적용합니다.

#6. 반복되어지는 말, 본문의 핵심이 되는 단어
무엇이 반복되고 있나요? 저는 일단 “법”이 들어옵니다. 1절부터 3절까지 무려 5번이나 나옵니다. 그리고 4절에는 “율법”이 나오네요. 연계성이 보입니다. 또 반복되어지는 단어는 “남편”이네요(2, 3절). “다른 남자”도 3절에 두 번(“다른 이”가 4절에 한 번), “음녀”도 같은 절에 두 번 등장합니다. 다른 남자에게 “간다”(3절에 두 번, 4절에 한 번)라는 표현도 반복되네요.

남편, 법, 다른 남자, 음녀…이 것을 통해 어떤 영적 의미를 “형제들”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궁금증은 점점 커져갑니다^_^
제가 표시하지 않은 반복되는 단어도 있습니다: “형제들아” 혹은 “죽으면”(“죽임,” “죽은 자”), “생전”(두 번).

이제 이 반복되는 단어들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많은 관찰이 요구될 것 같네요.
#7. 반복되는 단어들의 구성
먼저 “법”
1) 법은 독자가 “아는” 법이었죠.
2) 한 가지 흥미로운 관찰을 해볼까요? 1절에 보면 “그 법”이라고 말하면서 “법” 앞에 “그”라는 말을 붙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법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아는” “그” 법을 바울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문장의 흐름을 자세히 보시면 1절은 일반적이고 2-3절은 구체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1절은 “그 법”의 일반적인 특징을 2-3절은 그에 대한 예시를 보여줍니다. “그 법”의 예시로 든 것이 바로 “남편의 법”(2절)입니다.

“남편”
1) “남편의 법”은 “남편”과 “남편 있는 여인” 사이에 주어졌습니다. “남편 있는 여인”의 정확한 표현은 “married woman”입니다(헬라어로도 그렇네요).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주어진 법이라는 것이죠.
2) “남편” 앞에 “그”라는 말이 세 번이나 언급됩니다. 영어로는 her라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정확하게 번역하면 “그녀의”라고 하는게 맞겠죠? “남편의 법”은 결혼한 여인과 아무 남자 사이에서 효력과 강제성을 갖지 않습니다. 오직 여인과 그녀의 남편 사이에서 발휘됩니다.
3) 두 가지 경우를 조건을 나타내는 “만일”이라는 표현으로 제시합니다. 반복되는 단어이기도 하죠. 바로 “생전에”와 “죽으면”입니다.
4) “남편의 생전에” “법”은 효력을 갖습니다. “법으로 매인 바 되었다”고 나옵니다.
5) “남편이 죽으면” “법”에서 벗어납니다. 유사한 표현으로는 “법에서 자유롭게 되나니”가 있죠.
6) 일반원리가 보이시나요. “법”은 사람이 살 동안만 그를 주관하는군요.

“다른 남자”
1)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가는 것”과 “음녀”의 연결이 위에 두 경우의 수와 연결지어 설명됩니다
2) 남편의 “생전에” “다른 남자”에게 가면 “음녀”입니다.
3) 남편이 “죽으면” “다른 남자”에게 갈지라도 “음녀”가 되지 않습니다.
4) “다른 남자”에게 “가는 것”이 유효하고 정당한 것은 오직 남편이 죽었을 때입니다.

도식화 해볼까요?

정리하면 1-3절은 혼인 관계에 주어진 법에 대한 비유를, 4절은 그 비유를 사용하여 “너희”에게 동일한 논리로 적용할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 성경에 보면 본문의 제목으로 “혼인 관계로 비유한 율법과 죄”라고 나와있고, 영어성경의 4절은 ESV에서 “Likewise”(이와같이)로 시작됩니다. “1~3절의 내용 너희도 잘 알지? 이와같이 너희도…”
이렇게 본문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말들을 4절에서 찾을 수 있나 한 번 보세요.
4절에서 “법”이 나오나요? “율법”이 나오네요.
“죽음”이 나오나요? “죽임을 당했다”고 나오네요.
다른 대상에게 “간다”는 표현이 나오나요? 네, “가서”라고 나오네요.
“다른 남자”와 유사한 대상이 나오나요? 네, “다른 이”가 나오네요.
“다른 이”는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겠죠.

이렇게 1-3절과 4절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금 복잡한 것은 위의 비유에서 나온 남편이 여기의 “율법”이 되는지, 아니면 “남편의 법”이 “율법”이 되는지 혼동이 됩니다. 일단 이렇게 그려보았습니다.

4절을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앞서 몇 가지 관찰을 더 해봅시다.

1) 1절을 자세히 보십시오. “그 법이 사람이 살 동안만 그를 주관하는 줄 알지 못하느냐” 의문형입니다. 대답을 기대하는 질문인가요? 아니죠. 이미 그들이 “아는” 법이었습니다.
2) 여기서 법이 주관하는 대상은 “사람”입니다. 주관하는 기간이 있었죠. “그가 살 동안만”입니다. 누가 살 동안이요? 그 자신이요.
3) 그런데 잘 생각해보세요. 2-3절에서 죽은 사람은 누군가요? 여인 자신인가요? 아니면 그녀의 남편인가요?
4) 4절에 죽임 당한 것은 다시 “너희” 자신으로 언급됩니다. 뭔가 이상하죠?
5) 또 하나 2,3절에서 여인은 남편이 죽으면 남편에게서 자유롭게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법”에서 자유롭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법”에서 자유를 얻게 한 사건은 바로 남편의 “죽음”입니다. 남편이 죽으면 당연히 법의 주관도 사라집니다.

여기까지가 관찰이지만 해석을 위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봅시다.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법”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에 대한 이해가 4절을 이해하는 핵심 키 포인트입니다.

다음 시간에 더 많은 관찰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찾으셨나요?

제가 찾은 것들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제가 찾지 못한 것들을 찾으시진 않았나요?
아주 작은 단서도 좋습니다.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