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러분에게 친구가 찾아와 고민상담을 합니다.
그는 아내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하면서
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편지를 열어보니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항상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이 내게 해준 일들에 감사하고 있어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하면 나는 참 기쁩니다.
늘 고맙지만, 때로 나는 당신이 고마운 만큼 잘 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늘도 너무 힘겨운 말들을 해서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네요.
당신이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서 그랬어요.
참 미안합니다. 내 진심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 잘 알죠?
늘 당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당신을 참 사랑합니다.우리 앞으로 서로의 마음을 더 이해하며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요!
친구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합니다.
편지를 보니 정말 화가 나!
아내는 나더러 자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앞으로는 내가 자기를 더 이해하길 바라고, 자기가 먼저 잘못해놓고 서로 용서하자고 하네…
여러분은 이 친구에게 뭐라고 말해주겠습니까?
“이봐! 자내 아내는 지금 그걸 말하려고 한 것 같지 않은데?”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이 친구와 같은 잘못을 자주 범합니다.
문맥을 벗어나 단어나 표현을 붙잡고 하나님의 뜻을 억지로 받아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때론 성경을 올바르게 해석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본문의 핵심을 놓치기도 합니다.
지난 칼럼들을 통하여 문맥을 벗어난 해석을 막아주는 울타리 치기와 내 위치 확인하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성경 본문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저를 가르쳐주신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본문 안에서 우리는 많은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다이아몬드도 있고 큰 다이아몬드도 있습니다.
교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가 본문 안에서 여러 교훈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며,
동시에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교훈들 가운데 핵심적인 교훈이 있다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신서보다는 역사서나 시가서, 지혜서 등에서 핵심을 놓치는 실수를 많이 범합니다.
서신서는 보다 분명한 명령과 원리가 제시되지만, 역사서나 시가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로 빌립보서 4장 6~7절을 보십시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이 말씀에서 바울이 무엇을 명령하고 있습니까?
염려하지 말라, 하나님께 아뢰라
그러면 어떤 결과가 찾아옵니까?
하나님의 평강이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다
이렇게 서신서는 보통 직접적으로 핵심내용을 밝힙니다.
그러나 역사서를 보십시오.
이 말씀은 요한복음 2장 1~12절에 기록된 것으로
소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가나에 있었던 혼례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기록한 것입니다.
1~2절 혼례에서 생긴 사건(문제발생)
3~5절 마리아와 예수님의 대화
6~8절 예수님이 행하신 일(문제해결)
9~10절 결과
11~12절 이 사건에 대한 요한의 부연 설명
이 사건을 통해 저자 요한이 하고 싶었던 말은
11절에 등장합니다.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본문의 핵심이 이것입니다.
예수님이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으며
이 표적으로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권능을 보이셨고
영광을 나타나셨으며 제자들이 이를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 우리는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예수님도 혼례에 청함을 받아 그곳을 방문하셨다는 것
2. 예수님은 하나님의 때에 일하기 원하셨다는 것
3. 예수님이 만든 포도주가 품질이 좋았다는 것
4.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있었다는 것
5.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할 것을 요구하면서
예수님의 권위를 인정했다는 것
사람들은 때로 핵심보다는 여러 다른 교훈에 집중합니다.
특히 5절에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는 말씀은
사람들이 참 사랑하는 말씀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권위를 인정하면서 종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점은 생각해 볼만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종들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행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예수님이 이르신 말씀 외에 따로 물에 포도주를 타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누군가가 요한복음 2장 1~12절을 읽으면서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에서 교훈을 찾아내어
그러니 “오늘날 우리도 하나님이 뭐라고 하시든지 그대로 순종 해야 한다!”라고 적용을 이끌어낸다면
그 자체가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저자 요한이 옆에서 이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봐! 나는 그런 의미로 이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닐세!
나는 이 놀라운 일을 행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어떻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셨는지 그것을 보라고 기록한 걸세!”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0~31)
아마 이렇게 물으실지도 모릅니다.
“본문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들 가운데 하나라면, 그것을 가르쳐도 괜찮지 않습니까?”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해석의 기본 원리는 먼저 핵심을 찾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케이크를 먹으면서 항상 먹을 때마다 케이크 위에 올려놓는 초콜릿 인형만 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각각의 케이크가 어떤 맛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제시한 아내의 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아내가 쓴 여러 가지 표현들에서 각각의 의미를 찾기에 급급하면
아내가 정작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중심 의미를 놓치기 쉽습니다.
성경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경해석을 공부하는 여러분은 반드시 먼저 핵심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원래 저자가 무엇을 말하기 원했는지,
기록된 사건, 비유, 말씀, 시, 예언, 각각의 장르를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찾아 내셔야 합니다.
다음은 성경 본문의 다이아몬드(핵심)를 찾기 위한 원리입니다.
1. 저자의 기록 목적: 간략한 개관을 통해 확인 가능
때로는 성경에 분명하게 기록 목적이 등장하는데요, 요한복음은 이렇습니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 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1)
2. 본문 자체의 설명: 본문을 잘 읽어보면 그 자체가 핵심이 무엇인지 밝히는 경우
요한복음 2장의 경우도 사도 요한이 11절에서 사건을 다시 재조명하며 분명한 목적을 밝히는 경우입니다.
마태복음 1장 18~25절 역시 18절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라고 하면서
본문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가 어떻게 나셨는지 알려주기 위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본문 그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경우가 있습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 본문의 핵심이 본문 자체에 직접적으로 제시 될 때는 첫 구절이나 마지막 구절에 위치합니다.
때로는 소제목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보통 소제목들이 본문이 말하는 핵심을 적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3. 반복되어 등장하는 단어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반복되어 등장하는 말이 핵심내용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강조하기 원했기 때문에 표현이 많이 등장하기 마련이지요.
마태복음 1장 18~25절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낳다”입니다.
4. 본문을 차지하는 비중
어떤 사건을 기록하면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아주 짧게, 그런데 그 안에 일어난 대화가 길게 기록된 경우가 있습니다.
복음서에 그런 예시가 굉장히 많은데요.
마태복음 1장 18~25절의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에 대한 말씀도 본문의 절반이 천사가 요셉에게 전해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 안에 메시아에 대한 구약의 약속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태는 예수께서 약속된 메시아임을 밝히기 원했던 것이죠.
본문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5. 대조와 비교
본문이 자꾸 무엇인가 대조하고 비교한다면 그것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복음은 세례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사건을 비교하고 대조하며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누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평범함 그러나 특별함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을 놓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단어와 표현을 문맥에서 떼어 의미를 찾고 적용하는 것
아름다운 옷을 더 완벽하게 해주는 멋진 장식품도
옷에서 떼어내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있을지 몰라도 옷에 달려 있을 때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잃어버립니다.
아무리 멋진 단어, 멋진 표현, 멋진 문구가 본문에 들어 있어도
그것이 본문에서 어떤 의미가 되는지,
본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안에서 해석되지 아니하고
떼어 내어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자체에서 적용을 도출해내는 것은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지름길입니다.
아내의 편지를 오해한 친구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진정으로 하시려는 말씀을 벗어나
내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으로 해석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 깊이 상고하십시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깊이 경청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해야 합니다.
말씀에 담긴 핵심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살펴보고 연구하는 것이 바로 성경을 경청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