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의 시작은 창세기의 끝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야곱과 그의 가족이 어떻게 애굽으로 이주하게 되었는지를 기록하며 마무리된 창세기의 말씀에 이어, 출애굽기는 이주한 가족들의 수가 얼마나 되었는지(1:1-5)를 언급하고, 그들로 시작해서 한 가족이 한 민족이 되었음을 간략하게 기록합니다(1:6-7). 단순한 사실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애굽의 왕에게 있어서는 놀랍고 두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1:8-9). 하지만 무엇보다,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일, 즉 아브라함이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약속이 계속해서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cf. 창 17:5).
출애굽기의 저자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의 번성과 함께 그들의 고통도 언급합니다(1:13-14). 고통스런 생활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서는 이상한 일이었을 수 있겠지만, 창세기부터 성경을 쭉 읽어 온 독자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공식적인 언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아브라함의 자손들, 즉 이스라엘 사람들이 노예 생활을 할 것을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창 15:13). 하나님께서 그렇게 되리라고 하신 말씀이었고 그대로 된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그 고된 종살이에서 구원하실 것도 약속하셨습니다(창 15:14-16). 요셉 또한 하나님께서 하신 이 말씀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죽음 직전에 “하나님께서 당신들을 돌보시리니 당신들은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 하라”고 맹세시키기까지 했습니다(창 50:24-25).
하지만 출애굽기의 시작을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약속을 잊었든지 아니면 믿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고된 노동으로 인해 탄식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2:23). 하지만 그들은 고역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지,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렇게 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기억하시고 이제 그들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구원해 내실 것이라는 말을 모세와 아론을 통해서 들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을 경배했지만, 모세와 아론이 바로를 만난 후에 자신들의 일이 더 힘들어지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그들의 지도자를 하나님이 판단하시기 원한다고 말하며 원망했습니다(5:21). 심지어 지도자인 모세 조차도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고 바로의 반대에 부딪치자 하나님께 불평했습니다(5:22-23). 고통스러운 환경은 가까이 있었고, 하나님의 구원은 멀어 보였습니다. 그분의 약속의 말씀은 지금 진행되는 상황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약속을 잊지 않으셨습니다(2:24). 창세기의 역사를 통해 증명된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출애굽기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역사의 흐름이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그렇게 되어가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출애굽의 시작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기에는 더딜지언정 하나님은 일하고 계셨습니다. 야곱의 가족을 애굽이라는 강대국 안에 두셔서 안전하게 번성할 수 있도록 하셨고, 그들이 큰 민족이 되었을 때 그들을 구원할 계획을 실행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실행의 본격적인 시작은 그 많은 사람을 인도하기에 적합한 지도자들을 훈련하셔서 그들에게 보내신 것이었습니다(2:1-4:17).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지도자들이나 이스라엘 백성들이나 처음에 일이 원하는대로 진행되지 않자 불평을 터트렸습니다(5장).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께서 하실 일에 대한 확신을 주시며(6:1), 이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하십니다. 애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은 우리가 잘 아는 열 개의 재앙을 애굽에 내리십니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요? 그냥 간단하게 애굽을 멸망 시키실 수는 없으셨을까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지 않으신 이유는 출애굽 사건이 그저 이스라엘 백성들을 고역에서 구원해내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능력을 보이셔서 하나님의 이름을 온 천하에 전하기 원하셨습니다(9:15-16). 또한 이스라엘 민족들도 하나님이 누구인지 알고 그분께 순종하기를 배우기 원하셨습니다(12:27-28). 이런 목적들을 위해 하나님은 바로의 강팍한 마음까지도 사용하셨습니다(4:21; 7:3, 13-14, 22; 8:15, 19; 9:7, 35; 10:27; 14:4, 17). 어쩌다보니 마음이 강팍한 바로를 만나 어쩌다보니 재앙을 열 개나 내리게 되었던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아시는 주권자 하나님께서 그 뜻에 따라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그대로 성취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획대로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말씀대로 그들은 애굽 사람들로부터 은금 패물과 의복을 얻어가지고 나왔습니다(12:35-36; cf. 창 15:14; 출 3:22). 하나님의 능력을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분이 보내신 지도자 모세를 믿게 되었습니다(14:31). ‘여호와 하나님’이 누구인지 이제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15장). 하나님께서 하신 이 놀라운 일을 전해들은 여리고 성의 라합은 “너희의 하나님은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수 2:11). 하나님은 그 하시는 일들을 통해 당신의 목적들을 이루셨습니다.
출애굽을 한 것이 출애굽기의 끝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법도와 율례를 주시고 그들을 시험하십니다(15:25; 16:28). 십계명을 비롯한 많은 법을 주십니다(20-24장). 어떻게 성막과 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려주십니다(25-31장). 이런 모든 것들은 그저 지켜야만 하는 법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짐을 지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어떻게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신 것이고, 그들의 순종에 따라 복을 주기 원하셨습니다(39:43).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과 그가 언약을 맺은 백성들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쉽게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잊고 불순종했지만(15:24; 16:2, 20, 27; 17:3), 출애굽기는 그들의 순종과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마무리됩니다. 그들은 성막과 제사장의 의복을 하나님께서 산에서 보여주신 것에 따라 그대로 제작했습니다(38:22; 39:1, 5, 7, 21, 26, 29, 31, 32, 42, 43). 모세도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그대로 행했습니다(40:16, 19, 21, 23, 25, 27, 29, 32). 그리고 마침내 모세가 그 일을 끝냈을 때(40:33), 하나님의 영광이 성막을 가득 채웠습니다(40:34). 모든 사람들은 그 임재의 상징인 구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40:38).
출애굽기의 모든 사건들 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그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큰 권력를 가진 왕이라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은 어떻게 그대로 다 이루어졌을까요? 왜냐하면 그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분이 역사의 주관자이십니다.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다 보지 못할지라도, 혹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상관없습니다. 바로는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불순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은 그 모든 사람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출애굽기는 온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의 임재가 그들 가운데 임한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순종하는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동참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불순종으로 동참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