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에서는 ‘여호와’라는 단어가 거의 400번 가까이 사용되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말하다’ 혹은 ‘명하다’와 같은 동사와 함께 사용되었습니다. ‘민수기’는 ‘백성의 수를 센다’는 의미고 두 번에 걸쳐 백성의 수를 세는 기록이 있지만, 단지 숫자 세기가 내용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무엇을 말씀하셨는지에 대한 기록이며, 그 백성들이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또한 하나님은 그런 백성들에게 어떻게 대하셨는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민수기의 시작은 흥미롭습니다. 1절은 (비록 우리말의 특성상 순서가 바뀌었지만)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로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였던 모세에게 백성의 수를 셀 것을 말씀하셨고, 모세는 그 명령에 따라서 모든 백성을 계수하였습니다(19절).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한 것입니다. 이어 아론과 제사장들, 다른 리더들도 하나님께 순종했다는 기록이 이어집니다. 말씀에 따라서 그들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2:34; 3:51; 4:49; 8:22). 그리고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습니다(9:15-23).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행진했고 멈추기도 했습니다. 명령에 따라 하나님께서 주신 직임을 지켰습니다. 그들의 이런 순종에 따른 결과로서 여호와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 거하시며 그들을 인도하시고 또한 보호하셨습니다(9:15-16; 10:33-36). 민수기는 순종과 그에 따른 하나님의 복주심으로 시작합니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곧 하나님께 불순종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들으시기에 악한 말로 원망했습니다(11:1). 하나님은 그 원망을 들으시고 진노하셔서 불로 그들을 심판하셨습니다(11:1).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본 후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불순종했습니다. 그들은 음식 때문에 불평하며 울고 소리쳤습니다(11:4-6). 또한, 가나안과의 전쟁을 두려워 했습니다(14:1-3). 결국, 하나님은 그들을 치셔서 광야 중에서 모두 멸망시키셨습니다(11:33; 14:26-35; 26:63-65).

그들의 지도자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리암과 아론은 하나님께서 그들 위에 두셨던 권위인 모세를 비방했습니다(12:1).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세의 지도력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12:2). 하나님은 이에 대해 진노하시고 이스라엘을 떠나셨습니다(12:9). 하나님의 영광과 임재의 상징이었던 구름(출 40:34-35)이 그들에게서 떠나는 것을 그들은 볼 수 있었고 미리암은 나병에 걸렸습니다(12:10). 모세의 중보 기도로 회복되기까지 미리암은 진 밖에서 일주일을 있어야 했고, 그동안 백성들은 행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12:15).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이번에는 레위 자손이었던 고라와 몇몇 무리가 모세와 아론을 대적해서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들이 ‘분수에 지나게’ 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신들은 너무 교만합니다. 당신들만 거룩한 자들입니까! 우리도 거룩한 백성입니다. 하나님은 당신들과만 함께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말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거룩한 백성이었고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신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원했던 것은 더 높은 자리, 특별히 예배에 있어 그들에게 맡겨진 것 이상을 원했고 그것은 결국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이었습니다(16:10-11).

하나님께서 세우신 리더십에 대한 도전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을 제외한 모든 백성을 순식간에 멸하겠다고 하십니다(16:21).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께 엎드려 그 진노를 거두실 것을 구했고, 결국 고라와 그 가족들, 그리고 반역에 동참했던 자들만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됩니다(16:31-35). 하지만, 그들의 죽음에 대한 묘사는 매우 두렵습니다. 하나님은 땅을 갈라 고라와 가족들, 그리고 그들의 소유까지 삼키게 하셨고 다른 반역자들은 불로 심판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최고 지도자 모세는 어떠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도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므리바에서 물이 없어 백성들이 불평할 때,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반석에서 물을 냅니다. 하지만 그는 백성들의 불평과 반역에 분노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민 20:12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지면에서 가장 온유했던 모세였지만, 이 불순종으로 인해 그는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하는 심판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과 대면하여 말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볼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누렸던 그에게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되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민수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고 단순합니다. 하나님은 순종하는 자에게 복을 주시고, 불순종하는 자에게는 심판을 내리십니다. 이것은 정말로 기본 중의 기본인 교훈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기적을 맛보며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교훈을 배우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로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광야에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순종에 따른 복, 불순종에 따른 심판’은 단지 율법의 정신만은 아닙니다. 이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원리입니다. 하나님은 믿고 순종하는 자에게 복을 주시고, 그렇지 않은 자를 심판하십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문제입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면서, 이런 하나님의 ‘공의’를 훼손하려 할 때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불순종 가운데 거하면서 또한 앞으로도 거하려고 하면서, ‘그래도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니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은혜는 베푸는 쪽에게 달린 문제이지, 받는 쪽에서 그것을 권리인양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우심을 보여주는 이런 말씀들은 이런 면에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여러분은 믿고 순종하는 길을 가고 계십니까?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시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