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샬과 페인은 <격자와 덩굴: The Trellis and the Vine>의 마지막 장 후반부에서 “프로그램과 행사 중심이 아니라 사람과 훈련 중심으로 사역을 재구성하기 위한” 여섯 가지 단계의 계획을 제안한다. 이 책엔 세 편의 부록이 있는데, 첫 번째 부록은 두 저자가 자주 들었던 질문에 답한 내용이고, 두 번째 부록은 성도 훈련에 필요한 자원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세 번째 부록에서는 콜린 마샬과 필립 젠슨이 일꾼을 양성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전문 기관인 MTS에 관하여 나눈 대화를 실었다. 마지막으로 부록 끝엔 “토론 가이드”(“Discussion Guide”)도 첨부되어 있어서, 사역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 중요한 책을 가지고 소그룹 또는 교회 일꾼, 훈련받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다.
제자 훈련을 위한 사역 재구성 단계
1단계: 주일 집회의 방향을 설정하라
매주 반복되는 정기적인 집회, 특별히 거의 대부분의 성도가 참석하는 주일 집회에 이 새로운 방향성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제자로 삼고 훈련하는 것이 주일 집회를 형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령 “복음적 성장이란 무엇인가?”, “제자와 제자 삼기” 등을 주제로 시리즈 설교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성도들에게 지상대위임령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시하고, 어떻게 제자를 만드는 제자로 성장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시리즈 설교가 아니더라도 두 저자는 정기적인 성경 강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하라고 권면한다.
- 은혜의 복음이 어떻게 그리스도를 위한 찬양과 희생의 삶을 형성하는지 보여주라
-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제자를 만들고 제자들의 공동체를 세우려는 하나님의 위대하고 영원하신 목적에 대해 회중이 열정을 품도록 하라
- 회중을 급진적인 제자도의 삶으로 부르라
- 강단에서 가르쳐지는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심어주라(개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요약본이나 토의 질문을 제공할 수도 있다)
- 회중이 스스로 성경을 읽고 성경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우도록 설교하라. 본문으로부터 어떻게 결론에 도달했는지 보여 주라(강해 설교)
- 변증적 문제들과 목회적 문제들을 다루라. 이는 단지 참석자들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 사역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익을 줄 수 있다
마샬과 페인은 설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교회 문화를 바꾸라고 권한다. 성도들이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사역에 관하여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교인들이 감당하고 있는 다양한 사역을 공동체의 정기적인 기도 제목으로 삼으라고 권한다. 음악 사역, 성경 봉독, 기도, 간증, 새 가족 환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섬기는 사람들에게 훈련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2단계: 장로 간에 긴밀히 협력하라
교회 안에 제자 삼기와 훈련 중심의 방향성을 세우려면, 먼저는 교회를 이끄는 장로 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가령 어떤 목회자가 <격자와 덩굴>을 읽고 마샬과 페인이 제시한 성경적 관점에 완전히 동의가 되어 교회를 사람 중심, 훈련 중심으로 이끌어 가기 위하여 교회 안팎의 여러 사역과 담당 일꾼을 훈련하려고 할 때, 다른 장로들이 그 비전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열정적인 목회자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잘 몰라서 반대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샬과 페인은 지도자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고 설명하지 않은 채, 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실제로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자 훈련에 관한 바른 이해가 없으면, 장로들은 한마음으로 그 비전을 교회에 세울 수 없다. 그러면 제자를 훈련하는 제자를 만들자는 지극히 성경적인 비전이 교회 안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없다. “우리는 교회를 이렇게 세울 것이다”라고 한목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먼저는 장로들이 이 비전을 함께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두 저자는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 “복음 사역이라는 공동의 과업을 중심으로 더 큰 연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3단계: 새로운 동역자 팀을 세우라
<격자와 덩굴>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요구했던, 제자 훈련 중심 교회를 만들기 위한 가장 긴급한 요청은 바로 소수의 사람을 동역자로 훈련하는 것이었다. 제자 훈련은 수십 또는 수백 명을 두고 한꺼번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먼저는 소수의 복음에 헌신하려는 일꾼을 훈련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또 충성된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고, 그렇게 점점 제자를 낳는 제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소수의 충성된 일꾼을 먼저 팀으로 세워야 한다. 마샬과 페인은 “앞으로 5년 동안의 사역을 함께 세워 갈 현재와 미래의 지도자들이 섞인 팀을 선택”하라고 권면한다. 교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모집은 오히려 해롭다. 반드시 1) 확신과 2) 성품과 3) 역량을 갖춘(갖출) 사람을 모집해야 한다(확신은 건전한 교리에 관한 확신, 성품은 그 믿음에 합당한 인격, 역량은 실제로 제자를 양성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말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동역자 팀은 당장에 어떤 일을 맡기기 위해 모집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확신과 성품과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즉 그리스도의 형상대로 자라도록 만들기 위한 팀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일대일로 혹은 그룹으로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어떻게 실제로 제자 삼기에 헌신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4단계: 동역자들과 함께 제자 삼기를 실천하라
마샬과 페인은 실제로 동역자들과 함께 어떻게 제자 삼기를 실천할 것인지 다음과 같은 예시로 설명했다:
당신의 교회는 이미 어느 정도 잘 운영되고 있는 구역 모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직면한 과제는 새로 온 사람들이(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교회 안으로 들어와 제자 훈련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동역자들과 함께 특별히 새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심방 및 후속 양육 사역을 시작한다. 목표는 교회를 처음 방문한 모든 사람을 직접 가정 방문하고, 이후 몇 달 동안 지속적으로 돌보며, 마침내 그들이 소그룹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기쁘게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점부터는 구역장이 그들을 제자 삼는 책임을 맡는다. 당신의 동역자들은 이 통합 과정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당신은 그들을 데리고 새 가족을 방문하며, 누군가 현재 ‘복음 성장’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훈련한다.
각 동역자는 3개월 동안 두세 명의 새 가족을 개인적으로 맡을 수 있다. 그들은 그 사람들과 여러 차례 만나고, 1) 그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복음을 전하고, 2)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3) 교회의 비전과 참여 방법을 설명하고, 4) 식사 초대 등으로 다른 교인을 소개하고, 5) 예배에 나오지 않을 때는 연락하여 안부를 확인하고, 6) 구역 모임에 소속되도록 돕는다. 새 가족과 일대일로 만나서 교제할 때는 성경 공부 교재,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기초를 세우는 교재, 단순히 성경 읽기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예시는 구역 모임이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특히 구역장이 단순히 사회자나 인도자가 아니라 제자 삼는 작은 목회자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목회자는 정기적으로 구역장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훈련해야 한다.
이것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역자들과 제자 양육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어떻게든 마련되어야 한다.
5단계: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라
물론 두 저자가 강조한 것은 프로그램 중심적이기보다는 사람 중심적인 사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불필요하다거나 유익이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좋은 훈련 프로그램은 “훈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공식적 구조를 제공할 뿐 아니라, 더 큰 책임과 더 집중적인 개인 훈련에 적합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첫 단계가 될 수도 있다”라고 두 저자는 말했다. 각자가 가진 은사와 그 분량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그리스도의 제자가 갖추어야 할 부분을 계발하는 일에 훈련 프로그램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확신과 성품과 역량을 갖춘 재목을 발견할 수 있다. 가령 변증학이나 해석학 수업이 교회에 있다면, 참여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단지 지적인 능력이나 영적 은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끈기와 성실성 등 여러 성품적인 특징도 살필 수 있다.
6단계: 주목할 만한 사람들을 계속 주시하라
많은 교회가 청빙을 통해 목회자를 세운다.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가장 성경적인 방법은 지역 교회 안에서 확신과 성품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목회서신에서 바울이 디모데와 디도를 통해 장로, 감독, 집사 등을 세우라고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샬과 페인이 말한 “주목할 만한 사람들”, 즉 다음 세대 목회자가 될만한 자질을 갖춘 이들을 계속해서 주시하는 것은 교회가 제자를 낳는 교회로 계속 성장하기 위하여 반드시 요구되는 과업이다. 그들을 인턴십에 초대하고, 추가적인 정기 신학 교육을 받은 후 기존의 일꾼들과 함께 사역하도록 돕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두 저자가 말한 대로 제자 양육에 힘쓴 교회가 리더십이 바르게 전수되지 않으면서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몸된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려면, 그리고 그 일을 위하여 계속해서 합당한 일꾼들이 세워지는 것을 기대한다면, 단순히 하늘에서 하나님께서 내려주시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 방식대로 시험하고 훈련하여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에…
마샬과 페인은 이 책의 마무리를 흥미로운 상상의 이야기로 끝맺는다. 만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일어나 정부가 교회에 18개월 동안 3명 이상 모이는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면, 어떻게 교회를 이끌어가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성인 120명의 교인으로 이루어진 교회를 가정하고, 정규 예배는 물론 어떤 형태의 교회 모임도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 및 문자 등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만들어 꾸준히 말씀이 제공되도록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양과 전도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새롭게 더해진 영혼은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집마다 찾아가서 교제하고 양육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사람이 120명을 돌보는 것은 무리다. 성인 외에도 그들의 자녀들도 있지 않은가!
팬데믹이 길어진다면, 목사는 10명 정도의 성숙한 남성을 선택하여, 두 달 동안 두 사람씩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다(3명 이상은 안 되니까). 그동안 다른 성도와는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유지하면서. 그 10명의 남성이 자녀와 함께 성경 읽기와 기도를 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 그렇게 가족을 목양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그 10명의 남성이 각각 다른 남성 네 명을 만나 같은 일을 하도록 훈련하고 격려한다. 만약 교인의 80%가 기혼자라고 가정하면, 거의 대부분의 기혼 성인들과 그들의 가정이 성경 중심의 돌봄과 양육, 격려를 받게 된다. 예배도 없고, 회의도 없고, 프로그램과 행사도 없고, 가정 모임과 세미나도 없으며, 봉사 활동도 없지만, 이 특별한 시기에 목사는 그렇게 성도를 제자가 되도록 훈련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 18개월의 금지 조치가 해제되고, 다시 교회가 모든 모임과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교회의 핵심은 프로그램이 아니고, 행사가 아니며,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고 제자 훈련이며 관계라는 것을 충분히 배우지 않았는가? 정기 모임을 재개하고, 성경 공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정 모임과 세미나, 봉사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하더라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개인적 만남과 동역자들 훈련에 쓰지 않겠는가?

마샬과 페인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교회에 건물을 남기지 않으셨다.
프로그램도 남기지 않으셨다.
조직도 남기지 않으셨다.
그분은 제자들을 남기셨고
그 제자들에게 다른 제자들을 만들라고 명령하셨다.
그리고 그 위대한 사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 사명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제자를 삼는 제자들”이다(“disciple-making discipl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