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마샬과 토니 페인이 2009년에 쓴 책, “The Trellis and the Vine”(“격자와 덩굴)은 모든 것을 바꿀만한 교회 사역의 사고 전환을 일으킨다(부제: “The Ministry Mind-Shif that Changes Everything”). 캐피톨 힐 침례교회 담임목사이자 “건강한 교회의 9가지 특징”의 저자인 마크 데버는 이 책을 가리켜 “교회 사역의 본질을 다룬 책 가운데…최고의 책”이라고 칭찬했다. 홀리 트리니티 교회 목사인 데이비드 헬름 또한 “오늘날 사역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단 한 권의 책을 권해야 한다면” 이 책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 책이 국내 출판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지금까지 찾아봤지만, 아직까지 이 책만큼 교회 사역을 성경적으로 균형 있게 꿰뚫어 말하고 실제적인 적용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교회 사역의 구조와 틀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이렇게만 하면 교회는 성장한다’라고 과대광고를 하거나, 반대로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성도를 자라게 하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외치다가 ‘그래서 실제로 교회가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의문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칼럼 시리즈로 이 책의 각 장을 심층 리뷰하려고 한다. 이 시리즈가 교회 사역이 진정으로 하나님이 계획하신 대로 성도들을 복음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견고한 구조물이 되게 하는 원리와 방법을 배우게 하기를 원한다.

격자와 덩굴?

제목이 독특하다: “격자와 덩굴”이라니. 저자는 1장에서 자기 집 뒷마당에 있는 두 개의 격자(Trellis)를 소개한다. 하나는 매우 훌륭한 격자 구조물이지만, 그 위를 타고 자랄 덩굴이 없고, 또 다른 하나는 울타리에 기대어 있는데 무성하게 자란 덩굴 때문에 곧 쓰러질 지경이다. 두 격자를 바라보면서 저자는 교회가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덩굴이 자라는 것은 성도가 복음 안에서 성숙하는 것과 같고, 그것을 지탱해 줄 교회의 구조는 격자와 같다. 격자는 덩굴이 해야 할 일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고, 덩굴은 격자를 무시하고 자라다가 무너져 생명을 잃고 만다. 오랜 교회 생활을 한 사람은 격자와 덩굴이 정말 기가 막힌 비유라는 것에 동감할 것이다. 우리는 교회 일이 너무 많아서 성장은 뒷전인 경우를 너무 많이 봤고, 반대로 야생 식물처럼 아무런 형식과 방침없이 제멋대로 자라난 교회의 폐해를 볼 때도 많다.

마샬과 페인은 격자와 덩굴, 모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덩굴의 일이 제대로 되려면 격자의 일이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덩굴의 일이 많아질수록 격자의 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사역이 성장하면서 격자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점점 더 중요해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교회 사역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건 격자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덩굴을 살리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아니다. 덩굴은 격자 없이 스스로 바르게 성장하기 어렵다. 정답은 격자의 일을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격자가 격자의 일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격자의 일이 확실히 덩굴의 일을 돕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격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격자는 덩굴을 위하여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생명이다. 그렇지 않은가? 격자는 덩굴 없이는 아무런 쓸 데 없는 구조물이다. 그러나 많은 교회가 어느 순간 격자 일에 몰두하면서 그것이 덩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위원회, 구조, 프로그램, 활동, 모금 행사 등을 벌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는데, 정작 덩굴을 자라게 하는 일, 즉 성도를 양육하고 돌보는 일에는 소수가 매달리고 있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교회 안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교회의 목표가 무엇인지 잊지 말라

교회의 목표는 단순하다.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주께서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이다(마 28:19-20). 교회 모든 부서, 구역, 프로그램, 방침, 제도 등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저자는 이것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격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덩굴이 자라게 하는 것이 교회의 참된 목표라는 말이다. 물론, 교회엔 제도가 필요하고 프로그램과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이냐가 아니라 그것이 지탱하고 있는 덩굴, 즉 참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이다. 저자는 이렇게 격자와 덩굴 비유가 주는 중요한 교회 사역 관련 질문을 남겼다:

앞으로 우리는 저자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들을 통하여 교회 사역의 본질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당부의 말

끝으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가 성경적인 교회 사역의 본질과 실천을 나눌 때, 쉽게 빠질 수 있는 태도의 문제를 다루기를 원한다. 우리가 교회 사역에 관하여 말할 때, 우리 각 사람이 교회의 지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기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그래서 마치 자신은 교회의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는 고객인 것처럼, 교회 사역을 평가하고 나아가 비판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곧 교회다. 교회 사역에서 당신을 섬기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머리이신 주님께 받은 은사로 당신을 섬기는, 주님께서 피로 사신 귀한 형제자매들이다.

덩굴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더라도 격자의 일을 쓸데없이 여기거나 그 일이 덩굴의 일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격자의 일을 통하여 성도를 세워주려고 애쓰는 형제자매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의 동기는 성도를 세워주고 돌보기 위함이 아닌가? 교회 사역에 관하여 함께 논의해 가면서,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를 원한다. ‘나는 덩굴을 위해 존재하는가? 덩굴이 자라게 하려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격자의 일 중에서 어떤 것은 덩굴의 일을 위하여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렇게 나에게 먼저 적용하고, 교회의 지체로서 내가 먼저 바뀌어야겠다는 결단을 하고 임하기를 원한다.

저자는 “문제는 훨씬 단순합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한 사명, 곧 제자를 만드는 일에서 점점 멀어졌기 때문입니다”라고 1장을 마쳤다. 우리가 저자의 관점에 동의할 때, 먼저는 ‘나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고 있는가? 나는 누구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고 있는가?’라고 묻기를 원한다. 그것이 제자화의 기본이고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덩굴의 일을 위하여 격자를 관리하고 수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먼저는 내가 그 중요한 덩굴의 일을 잘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교회 사역을 이루는 모든 성도가 그렇게 스스로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성장할 때, 우리는 서로가 헌신하고 있는 격자의 일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서로를 지탱해 줄 견고한 격자의 일에 관하여 건설적이고 유익이 되도록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