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교회의 일꾼을(집사) 세울 때, “먼저 시험하여 보고 그 후에 책망할 것이 없으면” 세우라고 했다(딤전 3:10). 목사 또는 장로(감독)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가리켜 ‘인턴십’(Apprenticeship)이라고도 부르는데, 필자도 5년의 신학교 교육을 마치고 돌아와 약 2년의 인턴십 기간을 통해, 정식으로 교회에 일꾼으로 세워지기까지 검증의 과정을 거쳤다. 마샬과 페인은 <격자와 덩굴> 11장에서 “복음 사역에서 특정한 책임을 맡도록 구별될 잠재력을 보이는 사람과, 실제로 그 지점에 도달한 것 사이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묻는다. 그리고 그에 관한 대답으로 “훈련생 제도”(ministry traineeship) 또는 “인턴십”(Apprenticeship)을 말한다. 정식 신학 교육 이전에 이루어지고(때론 교육 후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전임 사역으로 가는 길 위에서 예비 일꾼을 시험하고 훈련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두 저자는 구체적인 예시로 MTS(Ministry Training Strategy)라는 기관을 소개한다. 1979년 필립 젠슨이 몇몇 대학 졸업생을 훈련하기 시작하면서 출발한 이 기관은 지난 20년간 호주 전역과 전 세계, 약 1,200명의 인턴을 훈련하는 데 이르렀는데, 후보자들의 신념, 인격, 역량을 시험하고 성장시키는 매우 유의미한 기관이라고 칭찬했다.
왜 인턴십이 필요한가?
2023년 생명의말씀사에서 출간된 <신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15가지>에서 콜린 핸슨과 제프 로빈슨이 설명한 것처럼, 정신 신학 교육이 목회자에게 많은 유익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목회자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핸슨과 로빈슨은 목회 현장에서 지식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담임 목사와의 관계 또는 교회 리더십과의 관계를 맺을 때, 아내를 사랑하고 자녀를 양육할 때 등 여러 가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 마샬과 페인 또한 인턴십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말씀, 삶, 사역을 통합하는 법을 배운다
신학교에서는 정보 전달과 습득이 주가 되는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말씀과 삶과 사역이 각각 따로 분리되기가 쉽다. 그래서 많은 신학교에서 실제 삶과 사역 부분을 매우 강조하는데, 아무래도 응축된 신학 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엔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턴십이 필요하다. 교회를 섬기는 일을 실제로 하면서 개인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사역을 감당하고 또 그때마다 성경적, 신학적으로 생각하고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머리에 머물면 안 되고, 개인의 삶을 시작으로 가정, 교회에 풍성하게 일관성 있게 역사해야 한다.
2. 인격 면에서 시험을 받는다
교실에서도 인격이 다듬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역 현장만큼 인격이 성장하는 곳은 없다.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 사역의 압박과 어려움 속에서 드러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나타나고, 한계도 드러난다. 과거의 아픔과 상처, 성도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능력, 목회의 참된 동기 등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확해진다. 인턴십을 통해 예비 일꾼은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어떤 면에서 바울이 말한 시험은 일꾼이 되지 말아야 할 인격을 가진 사람을 걸러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인턴십은 그런 측면에서 교회의 위험 요소를 예방한다.
3. 사역이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임을 배운다
신학교에서는 교회 사역을 생각하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관을 세우는 등, 격자의 일을 할 때, 어떤 덩굴의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한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실제로 교회를 섬겨보면, 목회는 격자의 일이 아니라(물론, 그 일도 중요하지만), 덩굴의 일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신자를 만나 복음을 전하고, 청년들을 제자로 훈련하며, 동역자들과 함께 일하고, 소그룹을 인도하며, 고통 중에 있는 성도를 위로하는 등 사역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먼저는 사람에 관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4. 정식 신학 교육을 받을 준비를 시켜 준다
마샬과 페인에 따르면 인턴십이 훈련생들을 정식 신학 교육 받을 준비를 시켜 주는 데 유익하다. 단순히 학문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가졌던 수많은 성경적, 신학적, 목회적 질문을 가지고 들어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사역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한다.
5. 실제 세상에서 사역을 배운다
교실 교육에서는 학생이 책임질 일이 별로 없다. 자기 생각이나 설교, 목회적 관점 등으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킬 위험도 없다. 학습과 삶(사역)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선택에 관하여 잘 모른다고 해서 낮은 점수를 맞는 것 외에는 불이익받을 일이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 대답으로 어떤 영혼을 위로하고 확신을 줄 수도 있고, 어떤 영혼을 낙담하게 하거나 불신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는 지식이므로 신중하고 철저하게 연구하게 된다. 또한 교실 교육에서는 읽고, 사고하고, 분석하고, 글로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설교로 소통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섬기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턴십을 통하여 반대로 학문 세계에서 실패자로 평가받은 사람이 사역 현장에서 탁월한 일꾼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6. 다른 사람을 훈련하는 법을 배운다
신학교에서도 멘토링을 제공하기도 한다. 필자도 교수들과 여러 학기 제자훈련과 같은 시간을 가지면서 삶을 돌아보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인턴십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친밀하고 직접적인 멘토링을 받는다. 그리고 그 경험이 나중에 다른 사람을 훈련할 때 많은 유익이 된다. 개인적으로 인턴십을 하는 동안 단지 사역을 맡기고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서 후보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리더십을 구축하고,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며, 결정한 것을 한마음으로 실천하도록 철저하게 지도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소개한 책의 제목처럼 신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을 기존의 일꾼들이 분명하게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7. 창의적인 방법의 전도와 사역을 배운다
오늘날 다원주의적이며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새로운 모임과 프로그램, 사역을 시작하고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역 인턴십과 바통 터치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
복음은 오직 충성된 자를 통해 다음 세대 충성된 자에게 전달될 때, 보존되고 확장된다. 충성된 일꾼은 반드시 자신에게 맡겨진 사역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한다. 단순히 그냥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잘 훈련하여 맡겨진 사역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제자를 만드는 제자가 되도록 훈련받아야 하고, 특별히 마샬과 페인은 1) 하나님에 대한 지식(신념), 2) 경건(인격), 3) 다른 사람을 섬기고 사역하는 능력(역량) 안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사 한 사람이 모든 성도를 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반성경적인 일이다. 성경은 모든 성도가 서로에게 말씀을 전달하는 사역을 감당하라고 권면한다(골 3:16). 두 저자는 그래서 가장 먼저 목사가 소수의 잠재적 동역자들을 선택하여 훈련하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그러면 그 소수의 훈련받은 동역자들이 더 많은 제자를 훈련할 수 있고, 그들이 동역자로 추가되면서 교회 더 많은 지체가 제자를 낳는 제자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도표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경고(?)를 남기고 11장을 마무리하는데, 첫째로 잘못된 사람을 인턴으로 모집할 위험에 관한 경고다.
- 우리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우리 성격과 사역 스타일에 잘 맞는 사람들만 선출함
- 훈련하기 어렵지만, 독창적이고 혁신적이라 여러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침
- 행정 능력이 부족하지만, 창의적이고 직관적으로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사람을 놓침
- 화려하고 외향적인 스타를 찾고 인격과 내면이 깊은 사람을 놓침
- 후보자의 은사와 경건함을 먼저 보고 맞는 사역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형태의 사역에 맞는 대체자를 찾음
- 정해놓은 틀에 가두고 하나님이 성장시켜 주실 것을 보지 못함
- 합당한 후보자에게 너무 늦게 말해서 이미 가족과 직업 관련 중요한 결정을 내린 후라 사역의 가능성이 닫히게 됨
두 번째 경고는 전문 신학 교육과 인턴십까지 마친, 그만큼 기존 목회자와 교회가 공들여 세운 일꾼이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은사와 역량에 따라 다른 지역 교회를 섬기거나 선교지, 신학교 등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마샬과 페인은 특정 지역 교회의 성장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성장을 앞세우라고 권면한다. 우리 교회 예배당 의자를 채우는 게 아니라 복음의 성장, 앞으로 수십 년간 복음의 일꾼을 세우는 것을 더 좋은 일로 여기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뛰어나고 유능한 젊은이들을 계속해서 교회 밖으로 보내어 복음 사역에 헌신하도록 할 때, 복음의 능력과 그리스도의 나라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실제로 보여주게 된다.”
자, 이제 <격자와 덩굴>의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에 마지막 12장을 통해 지금까지 저자들이 한 말의 요약과 실제로 그것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단계들을 배워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