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말씀하셨다’라는 주장이 참이 되려면, 다시 말해 말씀하신 내용이 정말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면, 1) 반드시 말씀하신 그대로 성취되어야 한다(신 18:22). 또한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요구와 바람을 들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2) 하나님의 원대한 비밀을 드러내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고 하나님의 사람에게 계획하신 선을 이루는 목적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암 3:7). 모든 성경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한, 계시되고 성취된(될) 하나님의 비밀을 기록하고 있고, 그래서 3) 말씀이 최종 확증하지 않는 계시는 언제나 하나님께로부터 오지 않았을 가능성을 가진다.
오늘날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맹신할 수 없는 이유(소극적으로) 나아가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적극적으로) 여기에 있는데,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 가지고 있는 속성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은 성경에 관하여 이렇게 선언한다:
사람들이 핑계하지 못하도록 본성의 빛과 창조와 섭리의 역사들이 하나님의 선, 지혜 그리고 능력을 그렇게 분명하게 나타낼지라도, 그러나 그것들은 구원에 필수적인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지식을 주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여러 시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계시하시고 자신의 뜻을 자신의 교회에 선언하기를 기뻐하셨다. 그리고 후에, 그 진리를 더 잘 보존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그리고 육신의 타락과 사탄과 세상의 악에 대항해 교회를 보다 확실하게 세우고 위로하기 위해서 동일한 진리 전체를 기록하시기를 기뻐하셨다. 이것으로 인해 성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자신의 백성들에게 계시하시는 이전의 방법들은 이제 중지되었다(1항)
우리는 여기서 개혁주의자들이 발견한 성경의 속성, 즉 성경의 권위와 충분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바로 이 속성이, 기록된 하나님 말씀 외에 추가되는 다른 방법의 계시를 판단하게 한다(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부정하게 한다). 개혁주의자들이 발견한 성경의 속성은 성경 자체가 증언하는 내용이다(딤후 3:16-17).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권위),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충분성)
1. 오직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만이 절대적인 하나님의 권위를 가진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딤후 3:16)
어떤 사람은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질문에 ‘들어보면 안다’고 답한다. 주관적인 경험이 권위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권위를 획득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인정받기 원하는 그 권위가 절대적인 하나님의 권위이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명령하신 것처럼 자녀를 번제로 바치라고 지금 말씀하시면, 우리는 즉시 순종해야 한다. 거절하는 것은 불순종의 죄다. 그 정도로 하나님 말씀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사이비 사기꾼도 같은 방식으로 자기주장의 신적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다. 아무도 반문하거나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여러 시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계시하시고 자신의 뜻을 교회에 선언하기를 기뻐하셨다”라는 개혁주의자들의 주장은 옳다(히 1:1-2).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그것을 정말 하나님의 권위가 담긴 하나님의 계시였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주관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그 “동일한 진리 전체를 기록하시기를 기뻐하셨”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진리로서 기록된 하나님 말씀이 과거 여러 시대 다양한 방식으로 계시하신 하나님의 뜻을 확증한다. 절대적인 하나님의 권위는 그래서 주관적 경험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객관적인 진리로 입증된다.
아브라함에게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음성은 그래서 진짜 하나님께로부터 온 음성이 맞지만(창세기 22장 2절에 기록된 객관적인 말씀이 증명하듯),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너와 결혼하기 위해 내가 예비한 사람이다’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누군가의 주장은 객관적인 하나님의 진리로 결코 입증할 수 없다. 개인의 생각, 감정, 느낌에서 온 소리인지 하나님으로부터 온 소리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조금도 없으면서 아주 대범하게 ‘하나님이 정말 말씀하셨다’라고 호언장담한다. 남을 속일 뿐만 아니라 자신도 속는 것이다.
개혁주의자들은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자신의 백성들에게 계시하시는 이전의 방법들은 이제 중지되었다”라고 아주 과감히 선언한다. 성경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권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또한 성경이 완성된 이후인 오늘날, 누군가 들었거나 받았다고 말하는 ‘하나님 말씀’은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오늘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을 때, 성경의 절대 권위를 믿고 인정하는 자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알 수 없다’고 답해야 한다.
성경이 완성되기 전에는 하나님께서 성령이 주신 예언과 방언의 은사를 통해 말씀하셨다. 하지만 사도 바울은 그 은사가 영구적이지 않다고 확신했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고전 13:8).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고전 13:9-10). 개혁주의자들은 성경을 가리켜 ‘진리 전체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바울이 말한 ‘온전한 것’에 상응하는 것이 바로 온전한 진리가 담긴 성경이다. 그래서 개혁주의자들이 성경이 완성된 이후에는(“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이전의 방법들은 이제 중지되었다”(“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우리는 또한 성경이 아직 완성되기 전에도 사도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무엇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성경인지 파악하는 일에 힘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는 ‘바울이 받은 지혜대로 쓴 모든 편지’를 “다른 성경과 같이” 하나님의 권위가 담긴 말씀으로 분류한다(벧후 3:15-16). 사도나 그 동역자들이 쓴 모든 문서가 자동으로 성경과 같은 권위를 갖는 것이 아니다. 오직 “다른 성경과 같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되는 문서만이 하나님께 받은 지혜대로 쓴 계시,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으로 구별되었다(벧후 1:21).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66권의 성경은 하나님께서 세워 지혜와 계시의 영을 통해 받아 말하게 하신 이들(선지자, 사도)의 검증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절대 계시이다.
마지막으로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은 “이것들 외에 더하”거나 “제하여 버리”는 행위에 대하여 심각하게 경고한다: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계 22:18-19). 이는 계시록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에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행위에 관한 경고이지만, 요한계시록이 하나님이 기록하신 마지막 계시라는 것을 생각할 때, 완성된 성경에 무언가 더하거나 빼는 행위도 하나님의 무서운 경고 아래 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하나님의 모든 계시는 긴급성, 중요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그 권위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우리는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하나님의 절대적 권위가 담긴 계시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기록된 성경 외에 무언가 더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하거나 하나님이 말씀하셨다고 확언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주관적 경험에 성경과 동급의 권위, 절대적 하나님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성경은 완성됐다. 성경과 동급의 절대적 권위를 가진 하나님의 계시는 더 이상 추가되지 않는다.
케빈 드영은 <성경, 왜 믿어야 하는가>에서 이에 합당한 결론 및 적용으로 다음과 같은 권면을 독자에게 남겼다.
당신에게는 성경 외에 하나님의 또 다른 특별한 계시가 필요하지 않다. 당신은 날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리스도는 지금도 말씀하신다. 성령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다면 그분의 말씀만을 기록한 책을 펼쳐라. 하나님의 말씀 안에 푹 잠겨라.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디모데, 2015, 53p)
자, 이제 개혁주의자들이 주장한 성경의 두 번째 속성인 충분성을 살펴볼 차례다. 성경이 하나님의 절대 권위를 가졌다 해도, 만일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충분한 말씀을 주지 않으셨다면, 우리에게 추가적인 계시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일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말씀을 주셨다면, 우리에겐 더 이상의 추가적인 계시가 필요하지 않다. A or B라는 단순 명료한 질문의 답을 다음 칼럼을 통해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