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한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넘쳤느니라(롬 5:15)
나는 많은 그리스도인의 생각과 달리 모든 고통, 죽음, 고난이 인류의 타락한 상태에서 기인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화석 기록을 보면 분명하듯이, 물리적 죽음은 인간이 존재하기 훨씬 전인 생명이 등장할 때부터 있어 왔다 – 캐서린 애플게이트
유신 진화론자가 가장 설명하기 어려워하고 꺼리는 부분이 바로 원죄, 첫 사람 아담의 타락이다. 대표적인 유신 진화론자 데보라 하스마는 유신 진화론(진화적 창조론)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원죄’ 그리고 ‘타락 전의 죽음’, ‘자연적 악’이라 말했다.
어떤 신학적 전통으로서는, 원죄가 진화가 제기하는 가장 도전적인 문제다. 로마서 3장 23절과 다른 많은 구절이 이 중심 교리, 즉 모든 사람은 죄인이며,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떠나서는 아무도 의롭지 않다는 교리를 가르친다. 이것은 복음의 핵심이다[1]
하스마는 ‘어떤 신학적 전통’이라고 상대적으로 소수의 견해가 진화가 제기하는 원죄 문제와 충돌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그러나 이런 서로 다른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기본적인 것, 즉 죄는 하나님의 계시된 뜻에 반항하는 것이며, 모든 인간이 죄를 범했으며, 아무도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을 떠나서는 의롭지 않음에는 동의할 수 있다”라고 쉽게 결론 내린다.[2]
먼저, 하스마가 옳은 부분이 있다. 원죄,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 칭의가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어 하나만 부정해도 차례로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복음의 핵심을 훼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스마는 진화가 심각하게 성경이 말하는 원죄를 부정할 수 있다는 것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자신이 동의한다고 말한 ‘모든 인간이 죄를 범했으며, 아무도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을 떠나서는 의롭지 않음’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잘 모른다.
수십억 년의 지구 연대, 생물 진화를 가정하면 첫 사람 아담 이전 혹은 아담과 함께 수많은 인류가 이미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창세기 3장에 따르면 사람의 죄는 아담에게서 시작되었다. 하스마가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라 말한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라는 명제는 이미 강력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면, 아담의 죄가 당시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람에게까지 확장된 것인가? 아담 전의 사람이 존재했다면, 그들의 죄는 아담의 죄를 소급적용한 것인가?(‘우린 아담의 자손도 아니고 선악과를 직접 따먹은 적도 없다고!’)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의 계시된 뜻은 아담에게만(그리고 그와 한 몸인 아내 하와까지) 주어졌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 2:16-17)
뱀의 유혹은 창세기 3장에 시작되며 하나님의 계시된 뜻에 의심을 불어넣는다. 사탄의 꼬임에 넘어가 죄를 범한 자는 첫 사람 아담이다(또한 그와 한 몸인 아내 하와).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그들이 그 날 바람이 불 때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창 3:1-8)
유신 진화론자들은 뱀, 선악과 등이 성경의 상징이라 주장하면서 인류학적 증거에 따르면 ‘사람으로 여겨지는 무리들 가운데’ 죄악이 없었던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3] 생물의 진화는 자연적인 죽음뿐만 아니라 폭력과 살인이 동반되기 때문에, 죄가 조금도 없는 만물과 사람의 역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성경이 말하는 죄의 시작 곧 원죄는 부정하고 다만 모든 사람은 죄인이라는 것에만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은 매우 분명하게 죄의 시작을 말한다(참고. 고후 11:3; 딤전 2:14).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 5:12)
그러나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한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넘쳤느니라(롬 5:15)
또 이 선물은 범죄한 한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과 같지 아니하니 심판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정죄에 이르렀으나 / 은사는 많은 범죄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에 이름이니라(롬 5:16)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 노릇 하였은즉 /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롬 5:17)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롬 5:18)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롬 5:19)
성경은 이처럼 한 사람 아담의 죄와 또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대조한다.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온 인류에게 미친 은혜, 생명, 의롭다 하심은 철저하게 첫 사람 아담이 시작한 범죄가 인류 전체에 미친 결과와 연결되어 있다. 만일 원죄를 어떤 형태로든 부정하거나 간과하거나 왜곡하면 논리적으로 성령께서 사도 바울을 통해 대조한 대속과 칭의도 어떤 형태로든 훼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아담의 원죄가 없었다면, 하나님은 만물을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 상태로, 죄가 이미 있는 상태로 창조하신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성경이 명백히 말하는 것처럼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을 받고 죄를 의지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거룩한 하나님께서 죄가 만연한 세상을 창조하셨거나 창조의 어느 시점부터 생물이 서로 죽이고 죽는 일, 인류와 비슷한 종족이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이 벌어지게 하셨다면, 어떻게 빛이신 하나님, 어둠이 조금도 없는 그분께서 만물에 죄가 가득함을 보시고도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가? 죄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은 이와 같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을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이르시되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사람으로부터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들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창 6:5-7)
어떤 유신 진화론자는 하나님께서 만물을 보시고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신 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의 창조를 미리 바라보시고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첫 창조땐 사실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물은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란 이 안일한 믿음과 견해는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 살인을 시작으로 온 땅에 죄가 더욱 퍼져나갔다는 성경의 증언으로 인해 산산조각 난다. 당신이 보기에 어떤가? 세상은 진실로 점점 ‘보기에 심히 좋아’지는가?
또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유신 진화론자 말대로 하나님의 ‘계시된 뜻에 반항하는 것’이 죄라면 “살인하지 말라”(출 20:13)라는 계시된 명령 위반은 명백한 죄가 아닌가? 진화가 가정하는 살인이나 살생은 왜 죄가 아니라 하나님이 설계하신 자연스러운 현상이이고, 가인이 아벨을 죽인 것은 죄가 되는가?
[1] 켄 햄, 휴 로스, 데보라 하스마, 스티븐 마이어 <창조, 진화, 지적 설계에 대한 네 가지 견해> (부흥과개혁사, 2019), 212p
[2] lbid., 214p
[3] 존 윌튼, <아담과 하와의 잃어버린 세계: 역사적 아담의 기원과 정체성에 관한 논쟁> (새물결플러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