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엡 5:22-24)
‘여자는 결혼하면 자기 시간, 꿈, 자아실현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편과 자녀를 위해서만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세상은 결혼이 여성에게 행복보다는 불행을, 만족보다는 불만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결혼 생활 가운데 아내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불필요한 책임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성도 적지 않습니다. ‘여성이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남편을 돕고 자녀를 돌보는 일에 헌신하는 것도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야. 딱히 추구하는 꿈이 없거나, 취업이 잘 안되는 사람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삶이 아니야’라고 취업을 앞둔 청년 여성들에게 조언해 주었을 때, 놀랍게도 그들의 반응은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요. 정말 그런 삶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 될 수 있군요’였습니다. 그만큼 교회 안에서도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아내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를 한 몸으로 짝지어 주실 때, 하나님은 각각 남편과 아내에게 가정 안에서 독특한 역할을 맡겨주셨습니다. 남편은 배우고, 사랑하고(공급과 보호), 인도하는 사랑이라면, 아내는 순종하고, 채워주고, 지지하는 사랑입니다. 남편의 역할을 영어 알파벳 L로 시작하는 세 가지 단어로 Learner, Lover, Leader라고 정리할 수 있다면, 아내의 역할은 알파벳 S로 시작하는 세 가지 표현 즉 Submission, Suitable Helper, Sacrifical(or Selfless) Reverence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에서는 같은 개념을 좀 더 쉬운 단어인 Follower, Companion, Respect로 제시했습니다(Rob Green, “Tying the Knot: A Premarital Guide to a Strong and Lasting Marriage”, New Growth Press, 2016). 저는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쉬운 용어를 차용하되 마지막은 Supporter로 변경하여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각각의 시대마다, 각자의 상황마다 아내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 자녀, 시댁과 처가 식구들, 지인들과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라는 아내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계획하신 가정에서, 하나님이 설계하신 아내의 역할에 충성하는 것만이 아내를 가장 행복하게 하고 만족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할 때, 남편을 가장 많이 사랑할 수 있고, 두 사람이 함께 하나님이 가정을 세우신 목적을 성취하며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서로의 기쁨이 되는 부부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아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1. 아내의 역할 (1) 순종하는 사람(Follower)
아내들아 이와 같이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라(벧전 3:1)
‘순종’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없고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덕목입니다. 순종은 남편과 아내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고전 11:11-12; 빌 2:5-9; 벧전 2:9; 3:7).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가정 안에서는 누구도 열등하지 않습니다. 순종은 또한 남편의 완벽함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실수합니다. 여전히 죄와 싸우고 있습니다. 베드로전서 3장 1절 본문을 더 읽어보십시오. 성경은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 자(하나님을 믿지 않는 남편)”에게도 순종할 것을 요구하고 아내의 행실로 구원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순종은 남편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요구되는 아내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순종하는 아내라고 해서 무조건 침묵하고 아무 의견도 낼 수 없는 게 아닙니다. 남편의 막역한 친구, 조언자, 돕는 배필로서 충분히 제안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계획하고, 모든 일에 함께 동참하고, 때로는 사랑으로 호소하거나 책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남편보다 더 높은 권위(가정 안에서의 권위가 아니라 가정 자체를 만드신 분의 권위)인 하나님의 권위를 무시하고 그 뜻을 거역할 것을 요구할 때는 정중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은 아내에게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라고 일반적으로 요구하지만(엡 5:24),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권위 아래 주어진 명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요구하는 “순종”은 무엇일까요? 먼저, 순종은 아내에게만 요구된 역할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모든 질서가 바르게 기능하기 위해 모두에게 요구된 역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국가에 세워진 통치자에게 순종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롬 13:1), 주인과 종의 관계에서 종에게 순종을 요구하셨습니다(엡 6:5), 교회에 세우신 인도자에게 복종하라고 하셨습니다(히 13:17),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자녀에게 순종의 역할을 맡기셨습니다(엡 6:1). 모든 사람은 각각 자신이 속한 곳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권세에게 복종할 책임이 있습니다(엡 5:21).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순종이 아내의 역할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억눌리고 강요받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사실 순종은 아내가 남편의 보호와 책임 아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아내의 역할은 돕는 배필이고, 가정의 모든 책임은 남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쁘게 순종하십시오. 모든 책임은 남편이 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단지 행동으로 순종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순종적이지 않은 태도(비난, 원망, 경멸, 무시 등) 그리고 순종과 거리가 먼 언어로(험담, 비방, 불평, 침묵 등) 하나님이 요구하신 역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순종은 항상 순종의 태도, 순종하는 말, 순종의 행동을 동반해야 합니다(전인격적인 순종). ‘순종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순종은 감정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의지적인 선택입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자기 기분과 감정에 따라서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된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께 심판의 잔을 옮겨달라고 부르짖으셨습니다. 하지만 자기 원대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바라신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이것이 순종입니다. 감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의지적 선택에 따른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높으신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순종으로 낮춘 자에게 은혜가 부어집니다.
남편과 아내 모두 죄인이기 때문에, 순종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편은 아내가 순종할 때, 아내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자신이 순종할 만한 온전한 인격과 삶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록, 그럼에도 순종하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남편의 역할인 희생적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일에 기쁨으로 충성하게 됩니다. 아내가 자기 역할인 순종에 충성할 때, 남편도 자기 역할에 따라 사랑하고 싶은 도전을 강하게 받습니다. 베드로는 여인들에게 외모를 여러 가지 아름다운 보석으로 단장하지 말고, 순종함으로 단장하라고 권면했습니다(벧전 3:3-5). 순종이 아내를 하나님 앞에서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고귀한 단장품입니다. 순종하는 아내는 남편을 가정으로 끌어들입니다. 남편을 매혹시킵니다. 가정은 남편이 머물고 싶은 가장 평안하고 행복한 쉼터가 되고, 험한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피난처, 새 기운으로 채워지는 충전소가 됩니다.
부족하고 연약한 남편에게 순종하기 어렵겠지만, 순종은 남편이 아니라 남편에게 권위를 두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는 것입니다(약 4:6; 롬 13:2). 또한 순종의 범위는 “범사” 즉 모든 일입니다(엡 5:24). 아내는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최종적인 결정을 가정의 머리인 남편에게 맡깁니다. 성경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첫 부부인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신 질서에서 찾습니다(딤전 2:13-14; 고후 11:3). 순종은 타락의 결과로 내려진 심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벌칙이 아닙니다. 타락은 순종이 더욱 힘들어지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회복된 가정은 최초 가정의 청사진대로 창조 질서를 부부 사이에 온전히 세웁니다. 문화나 시대에 제약을 받지 않는 창조 질서는 바로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선포하는 고귀한 기능을 합니다(엡 5:22-24).
스스로 평가해보십시오. 혹시 남편을 무시하는 투로 말하지 않나요?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남편을 공손하게 대하나요? 화난 표정, 불만 가득한 자세 등으로 남편을 대할 때가 자주 있지 않나요? 남편이 하는 말을 가로막거나 방해하나요? 말이나 행동으로 남편을 조종하려고 한 적이 있나요?(눈물). 남편의 결점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사람들 앞에서 남편을 구박하거나 부적절하게 반박한 적이 있지 않나요? 다른 남편과 비교하면서 원망과 불평을 쏟아낸 적이 있나요? 남편이 하는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나요? 남편이 부탁한 것들을 믿음직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려고 하나요? 온유하고 차분한 말로 남편과 대화하나요?
마르다 피스는 <나는 현숙한 아내이고 싶다>에서 순종적이지 못한 아내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 남편을 성가시게 한다, 2) 자녀를 훈계하지 않는다(남편에 대한 원망을 자녀에게 쏟는다), 3)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더 충실하다(자녀 포함), 4)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냉담해진다, 5) 예산을 초과한 지출을 일삼는다, 6) 남편의 말을 가로막거나 방해한다, 7) 남편을 적당히 구슬려 자기 뜻을 이룬다(눈물, 잔소리, 끈질긴 요구, 불평, 분노 등), 8) 남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덜컥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9) 남편의 뜻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거역한다, 10) 남편을 탐탁지 않게 여겨 주도적으로 자신이 이끌려 한다, 11) 남편의 말에 관심이 없다(174-5pp).
‘저 가정은 아내가 실세야’라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닙니다. 매우 소극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남편이더라도 순종적인 아내는 남편의 리더십을 점점 더 가정 안에서 분명하게 세워갑니다. 순종하는 아내는 남편을 가정 안팎에서 더욱 빛나게 합니다. 아내가 자기 역할인 순종에 하나님을 생각하며 충성할 때, 하나님은 아내와 함께 그녀의 머리인 남편을 들어 높이시고 가정을 견고하게 세워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아내들이여, 순종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것이 당신과 당신의 가정을 가장 아름답게 하고 그리스도를 가장 영광스럽게 드러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