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문자적으로 ‘무엇에 대항하여 싸우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strike against”). 배우자는 사랑의 대상이지만, 갈등 속에서는 싸움의 대상이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갈등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부부 사이도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서로 적대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아름다운 영광을 드러내는 성경적인 목표에서 자기 영광을 추구하는 목표로 변질되거나 서로의 유익을 구하기보다 자기 유익을 좇으면 부부는 반드시 충돌합니다.

많은 부부가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심지어 경험할수록 좋은) 당연한 일로 여깁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갈등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보십니다(마 5:21-22). 당신의 자녀가 갈등 가운데 거하기를 기뻐하시지 않으십니다(욥 25:2; 눅 2:14).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주신다고 약속하셨을 뿐만 아니라(요 14:27), 그들이 각각 화평하게 하는 복 있는 자가 되기를 요구하셨습니다(마 5:9).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할 수 있거든…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해야 하고 특별히 배우자와 화평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서로에게 거치는 자가 되지 않고(고전 10:31-32), 자신에게 죄를 짓더라도 그를 위해 기도하고 선으로 갚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롬 12:21).

하나님께서 갈등을 이렇게 바라보신다면, 도대체 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갈등의 원인(1): 차이

‘도대체 이해가 안 가’라고 배우자를 향해 말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갈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서로의 다름은 그 자체로 죄가 아니지만,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다름’은 하나 되기 위해 서로 끊임없이 이해하고 용납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는 무조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서로에게 유익이 되기도 합니다.

  • 먼저, 서로의 의견 차이는 서로를 격려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찾게 합니다(시 119:71-72).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하나님이 옳다고 여기신 것을 함께 추구하게 합니다.
  • 둘째, 의견 차이는 우리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교만을 없애주고, 각자가 생각하고 믿는 바를 더 조심스럽게 점검하도록 도와줍니다(잠 15:28).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 셋째, 부부의 의견 차이는 서로를 더 효과적으로 말하도록 만듭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으로 참된 것을 사랑으로 전달하는 연습을 하게 합니다(엡 4:25).
  • 넷째, 의견 차이는 성화의 도구가 됩니다. 단단하고 성숙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게 합니다(약 1:2-5).
  • 다섯째, 의견 차이는 서로를 더 날카롭고 정교하게 만듭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이 말입니다(잠 27:17).
  • 여섯째, 의견 차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진리를 굳게 붙들도록 믿음을 강화시킵니다(롬 8:28-29). 자기 신념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논의를 통하여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바라보고 경험하게 합니다.
  • 일곱째, 서로 다르다는 것은 배우자를 섬기고 돌볼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빌 2:2-4).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그 부분이 바로 내가 섬기고 이해하고 사랑할 영역이 됩니다.
  • 여덟째, 궁극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것은 부부가 함께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고전 10:31-32).

그러므로 부부가 서로 다른 것에 감사하십시오(불평이나 원망이 아니라). 하나님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돕는 짝이 되도록 두 사람을 한 몸으로 부르셨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 사고방식, 배경, 은사, 지혜, 재능 등에 감사하고 그것을 서로를 돕고 이해하고 세워주고 사랑하는 일에 사용하십시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부부의 차이는 축복이 될 것입니다.

갈등의 원인(2): 죄

부부의 다름은 그 자체로 죄가 아니지만, 남편과 아내 모두 가지고 있는 교만과 육신의 소욕은 갈등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죄에 그 뿌리를 둡니다(갈 5:19-21; 약 4:1-3). 죄는 아주 사소한 바람으로 시작하지만 매우 강력한 요구로 끝이 납니다. 필요(need)가 원함(want)이 되고, 원함은 곧 요구(demand)가 됩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나는 일주일 동안 죽어라 일만 했어. 집에 도착하면 푹 쉬면서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이러한 원함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자녀들의 싸움과 정돈되지 않은 집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명료해집니다. ‘너희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나에게 이렇게 보답하는 것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집에서 도대체 무엇을 한 거야. 집 안이 이렇게 되도록!’ 피곤한 몸과 마음에 쉼이 필요하다는 사실에서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것을 넘어 반드시 나에게 주어져야만 한다는 강력한 요구로 발전되면, 이제 자기 육신의 소욕을 만족시키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은 제거해야 할 방해물이 됩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싸움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나요? 집착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드는 생각 혹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떠나지 않는 원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쩌면 그것은 순종적인 자녀, 꼭 필요한 물건, 넉넉한 재정,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정서적, 성적), 심지어 성경이 요구하는 배우자와 자녀의 모습에 도달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의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하기만 하면 나는 행복하고, 만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당신이 생각한 그것을 얻기 위해, 혹은 모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깊은 좌절감과 불안, 분노와 비통함, 적개심이나 우울감을 보이고 있지는 않나요? 혹은 그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변 사람을 실망시키고 그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히고 있지는 않나요? 바로 그것이 갈등의 원인인 정욕입니다. 배우자나 자녀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바로 당신 안에서 발견되는 “싸우는 정욕”이 다툼을 일으키는 범인입니다(약 4:1).

너희는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여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므로 다투고 싸우는도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약 4:2-3)

‘내가 구하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란 말입니까?’라고 묻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말씀 앞에서 철저히 점검해 보십시오. 올바른 판단은 그 기준이 성경적이고 반드시 겸손과 온유라는 태도를 갖춥니다(약 4:11-12). 설사 배우자가 잘못된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올바른 것을 얻기 위해 악으로 응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당신은 철저히 자기 유익과 만족과 기쁨을 위하여 그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유익을 위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구한다면 그런 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을 것입니다(롬 12:21). 기억하십시오. 갈등의 원인은 항상 우리 안에 있는 정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갈등을 잘못 피하거나 잘못 해결하는 부부의 특징

많은 부부가 오랜 경험을 통하여 갈등이 일어날 만한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합니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는데, 때로 잘못된 방식을 취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조용히 침묵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냥 넘어가기만을 바랍니다. 하지만, 실상 이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게 만드는 일입니다(골 3:19). 또 서로 격리되는 것을 택하는 부부도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면 적당한 평안을 알아서 각자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허다한 죄를 덮어주는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벧전 4:8). 부부의 친밀함을 포기하고 큰 갈등을 피하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것입니다.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주제를 문제가 생길까 봐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있고, 일어난 사실을 감추거나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상처를 숨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냥 덮어둔 것일 뿐, 제때 다루지 않아 곪아 터진 문제로 더 큰 갈등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도 부부는 성경적인 방식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대처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웁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화목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마 5:23-24), 그냥 묻어두려고 합니다. 온유한 심령으로 서로의 죄를 바로잡으려는 수고를 하지 않습니다(갈 6:1).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을 모르고 말이죠. 갈등이 아예 일어나지 않은 셈 치려는 부부도 있습니다. 아니오. 하나님 앞에 일어난 그 일을 부부가 반드시 다루어야 합니다. 무엇에든지 참되고, 경건하고, 정결하고, 칭반받을 만한 것을 함께 추구해야 합니다(빌 4:8). 갈등이 발생하면 무조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부부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알아서 해결하기까지 자신은 가만히 있으려고 합니다. 그동안 자기 안에 쓴 뿌리가 나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를 괴롭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히 12:15). 실제로 상대방이 회개하고 돌이키기 전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복수하려는 배우자도 많습니다.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먼저 하라는 말씀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입니다(갈 6:1).

갈등은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방식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피하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부부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상처를 잘못 치료하면 더 큰 상처를 남기고 (목숨까지 위협할 만큼)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부부가 갈등을 잘못 다루면 더 큰 부부 관계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게 합니다. 하지만, 부부가 갈등 가운데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부부가 어떻게 갈등을 피하고 해결해야 할지 성령의 감동으로 건강한 처방을 내려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부부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서로에게 평안을 주는 행복한 관계를 누릴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