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인 관점에서 결혼이란 죽을 때까지 전 인격을 배우자와 적극적으로 나누는 것이며 완전히 서로에게 자신을 의탁하는 것(맡기는 것)입니다. 결혼은 결코 개인 생활이 아니고 철저한 공동생활입니다. 그러므로 재정을 함께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 돈을 함께 계획하여 소비하고 공유하는 것은 성경이 말하는 결혼에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각자 번 돈을 각자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번 돈을 내가 쓰는 것’은 참으로 편하고 합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재정 관리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 혹은 아내가 집에서 가사와 육아에 헌신하는 배우자에게 자주 하는 말은 ‘나는 밖에서 힘들게 가정에 필요한 물질을 벌어왔고, 당신은 그 일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는 망언입니다. 부부는 한 몸이고, 돈을 버는 일에 집중하여 헌신할 수 있는 것은, 배우자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가정의 다른 필요를 헌신적으로 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수입은 홀로 벌든 둘이 함께 벌든 부부가 함께 번 것이고, 가정의 지출 또한 혼자 경제활동을 하든지 같이 하든지(둘이 벌어오는 금액 차이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것이 옳습니다. 한 마디로, 부부는 재정적인 면에서도 예외 없이 한 몸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부가 함께 재정을 관리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돈에 관하여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을 때, 가치관이 충돌합니다. 한 사람은 저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한 사람은 소비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한 사람은 구두쇠 취급을 받고 반대로 다른 사람은 방탕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직장을 선택하거나 이사를 결정할 때, 가장 첫 번째 우선순위로 ‘이렇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환경, 부모님과의 거리, 좋은 교회나 학교보다 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부부가 얼마의 헌금을 할 것인지 다른 성도나 이웃을 위해 재정의 얼마를 소비할 것인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달라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비판받고, 다른 한 사람은 ‘가정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생각 없이 쓰려고 하는 사람’이라 비판받습니다. 돈을 남편이 관리할지, 아내가 관리할지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경제권을 갖는 것이 부부 관계에서 대단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세상 사람이 조언하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선물, 용돈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부부 싸움의 단골 메뉴입니다. 이렇게 돈은 부부 사이에 많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됩니다.
그러면 성경이 말하는 부부의 올바른 재정 관리를 위하여 예비부부가 알아야 할 재정 관리 원칙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말하기 전에 먼저 성경이 돈 자체에 관하여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히 하기를 원합니다. 남편과 아내 모두 성경이 말하는 방식대로 재정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성경이 말하는 재정 자체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재정
첫째, 하나님은 모든 것의 소유주이시며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 24:1)
여호와여 광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이김과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천지에 있는 것이 다 주의 것이로소이다(대상 29:11)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골 1:16)
부부가 소유한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입니다. 나아가 부부의 영혼 자체가 하나님을 위하여 창조된 하나님의 소유입니다(벧전 2:9). 특별히 구원을 얻은 부부는 그리스도의 보혈로 사신 바 된 자들이라는 것에 감사하며 기뻐합니다. 그들은 그래서 하나님께 받은 생명, 물질, 시간 등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 고백하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기를 기뻐합니다.
둘째, 하나님은 택하신 백성에게 당신의 소유물을 위탁하십니다.
누가 너를 남달리 구별하였느냐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않은 것같이 자랑하느냐(고전 4:7)
사람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바 그 일평생에 먹고 마시며 해 아래에서 하는 모든 수고 중에서 낙을 보는 것이 선하고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나니 그것이 그의 몫이로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그에게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전 5:18-19)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약 1:17)
어떤 그리스도인 부부는 자기 영혼을 포함함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라고 쉽게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죽도록 일하여 번 돈 만큼은 자기의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 또한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수고함으로 즐거워하”도록 주신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부부가 수고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할 수 있는 모든 필요를 주님이 채우시고, 그 결과로 몫을 얻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셋째, 하나님은 위탁하신 소유물에 관하여 충성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이러므로 우리 각 사람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롬 14:12)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2)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위에 세우면 각 사람의 공적이 나타날 터인데 그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임이라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적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그 공적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고전 3:13-15)
그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결산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마 18:23)
어떤 부부는 가정에 필요한 물질을 하나님께서 주셨다고 믿고 감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물질을 사용할 때는 모두 자신들을 위해서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부부에게 주신 물질이 맡겨진 것이며 맡기신 분 즉 하나님을 위하여 신실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예수님은 이 진리를 달란트 비유를 통하여 명백하게 가르치셨고(마 25장), 주인이 돌아와 주인의 기쁨을 위하여 충성스럽게 맡겨진 달란트를 사용했는지 반드시 결산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바울 또한 우리 이생에 무엇을 쌓을 것인지 주의하라고 말합니다.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지 불로 시험하게 될 것이고, 그리스도에게 기쁨이 되지 않는 모든 것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시험 대상에는 우리에게 맡기신 물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가정, 교회, 사회에서 하나님께서 부부에게 각각 맡기신 역할에 충성하면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재정을 사용하는 균형 잡힌 재정관리가 필요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돈에 관한 가르침을 통하여 부부가 먼저 동의하고 바르게 정립해야 할 재정 관리의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재정 관리의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돈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서 아무 생각 없이 올바른 목적에서 벗어나 지극히 세속적인 목적을 세우고 잘못된 방향으로 재정 관리에 힘쓸 수 있습니다. 항상 바른 목적을 되찾고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가정에 베푸신 하나님의 물질적 축복에 항상 감사하고 맡겨진 것에 충성하겠다는 청지기의 정신을 가지십시오. 청지기는 주인의 소유물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고 생산하는 일에 충성합니다. 하나님께서 부부에게 맡기신 달란트를 잘 관리하여 그분의 유익을 구하고, 단지 그때그때의 필요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하나님의 사역과 성도를 섬기는 일에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진짜 지혜롭고 현명하며 수익률이 백 퍼센트 보장되는 부부의 재테크는 하늘에 쌓는 것입니다(마 6:20).
두 가지 돈과 관련된 성경의 가르침을 추가로 나누기 원합니다.
먼저, 그리스도인은 돈보다 가치 있는 것들을 이미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십시오(시 19:9, 10; 127:3, 5; 잠 15:16, 17; 16:8; 22:1; 31:10; 렘 9:23, 24; 마 6:19, 20, 33; 16:26; 눅 12:15, 20, 21; 엡 3:8; 빌 3:7-9; 딤전 6:6, 9, 17-19). 일반적으로 많은 부는 사람을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강력한 유혹으로 작용합니다. 성경은 “탐심은 우상숭배”라고 말하는데(골 3:5), 실제로 돈을 탐하는 마음이 숭배하는 대상을 하나님이 아닌 돈으로 쉽게 바꾸기 때문입니다. 궁핍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돈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온갖 염려와 근심으로 하나님을 원망하고 하나님보다 돈을 더 간절히 구하는 죄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잠언 30장에서 아굴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8-9).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십니다.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다. 돈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통장에 있는 돈, 매달 들어오는 수입을 믿고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를 아시고 신실하게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붙들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 안에 모든 보화가 있고 그리스도 안에 모든 풍요로운 복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금보다 더 귀한 하나님과의 관계, 그 영생의 가치를 누리며 이 땅에서만 가치를 갖는 물질보다 영원한 가치를 갖는 하나님을 사모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영원한 것을 위해 물질을 사용하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둘째, 성경은 물질에 대한 탐욕을 죄라고 가르칩니다. 십계명은 “탐내지 말라”고 엄히 명령합니다(출 20:17). 돈 자체는 악이 아니지만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고 경고합니다(딤전 6:10). 실제로 돈은 많은 그리스도인을 미혹하여 믿음에서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눅 12:15). 또한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처럼 필요한 것들을 염려하며 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마 6장). 하늘 아버지께서 있어야 할 것을 아시고 신실하게 공급하실 것을 믿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물질에 관하여 염려하거나 근심하거나 탐하는 마음과 치열하게 싸우시기 바랍니다. 이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다투는 원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돈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거나 급한 필요가 생겼을 때, 그런데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을 때, 부부가 하나님께 가지고 있는 믿음의 현주소가 드러납니다. 하나님 안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돈보다 귀한 모든 보화를 하나님이 하신 약속의 말씀을 통해 발견하고 헤아려보십시오. 그리고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뛰어넘는, 그 현실을 완벽하게 통제하시고 부부의 필요를 완벽하게 채우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