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 시리즈는 월간 교회 성장(Church Growth)에 기고한 것으로 2016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종교개혁의 가치를 차세대 목회자에게 듣는다는 취지로 다섯 가지 항목을 다루었고 매주 한 가지씩 올릴 예정입니다. 이 글은 교회성장연구소에 기고한 것으로 허락하에 이곳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목회자에게는 하나님이 부여하신 권위가 있다(마 16:19). 권위는 그가 가진 성품이나 재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맡은 역할에서 온다. 다시 말해 목회자가 전달하는 말씀이 권위를 갖기 때문에 목회자의 말에는 힘이 있다. 성품과 인격이 뒷받침 돼야 하는 이유는 그 권위 있는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 베드로에게 부탁하신 일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진리를 선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택하신 양들에게 진리를 먹이고, 진리로 그들을 돌보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며 보호하는 일이 목회자의 사명이다(요 21:15-17).

 

종교개혁을 앞두고 반세기 전에 교회를 진리로 인도하고 보호했던 목회자들을 생각해보면 그들 모두가 진리로 든든하게 무장된 뛰어난 신학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럴드 히스탠드와 토드 윌슨은 “목사 신학자”라는 책을 통해 사도적 교부에서 계몽주의 시대까지 목회자가 교회의 신학을 성경적으로 어떻게 지켜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유럽과 북미에서 목사 신학자가 사멸한 현상을 지적한다. 그들은 책의 결론 부분에서 목사들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인간론, 속죄론, 인식론, 종말론 등에 관련된 질문들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학문기관에만 전적으로 위탁할 수 없다. 교회는 탄탄한 지적 온전함으로 하나님의 깊은 진리와 우리의 현대적 상황을 연결할 능력이 있는 목사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문화에 내재해 있는 가정을 평가하고 더 광범위한 교회를 대신해 그 문화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목사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의 건강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캐낼 능력이 있는, 성경적 언어에 능통한 목사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레나이우스, 아우구스티누스, 헤겔, 칸트의 글을 읽는 목사들과 그렇게 영향력이 막대한 사상가들을 명백하게 목회적 차원에서 분석해서 교회가 그들의 사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해 줄 지적 은사와 목회적 능력이 있는 목사들이 필요하다.”[1]

 

50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진리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는 것이다(벧후 3:18). 교회의 건강과 영적 성장은 목회자의 영적 성장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달려 있다. 그리스도는 바로 그 일을 담당하라고 목회자를 세우셨다. 목회자의 권위는 진리의 말씀을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 그리고 그에 합당한 본이 되는 삶에서 나온다. 진리로 점철된 삶과 가르침이 목회자가 갖는 권위의 근원이다.

 

선지자 호세아는 이스라엘의 암흑기에 백성을 인도해야 하는 목회자로서 이렇게 외쳤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오심은 새벽 빛 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호 6:3). 사도 바울의 명을 받아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했던 목회자 디모데는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다(딤후 3:15). 영생은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요 17:3). 목회자가 알지 못하면 어떻게 진리를 가르칠 수 있는가. 목회자도 잘 모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로 성도를 어떻게 인도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우리에게 에스라와 같은 목회자가 필요하다. 목회자는 누구나 하나님의 말씀을 준행하며 진리를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가르치기로 결심해야 한다(스 7:10).

 

목회자 역시 하나님의 진리로 풍성하게 채워져야 할 하나님의 양이다. 리처드 백스터의 고전 “참목자상”에서 그가 처음으로 제시하며 강조한 것처럼, 구원의 은혜가 우리 가운데 온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성찰하고 그 은혜가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며, 가르치는 것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보고 목회자가 지적하는 죄에 스스로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목회자에게 필요한 요건을 갖추는 일에 게으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2] 질그릇 같은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보배로운 진리를 선포하고 계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해야 한다. 목회자가 다루고 있는 진리 앞에 두려워하고 그 진리의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야 한다.

 

하나님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하나님의 진리를 순종하며 따르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그리고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진리를 전파하는 당신의 종을 세우셨다. 주전 700년경에 에스라를 세우셨고, 주후 60년경 바울과 디모데를, 중세시대 훌륭한 교부들과 종교개혁 시대 마틴 루터와 칼뱅을 비롯한 수많은 목회자들을 세우셨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선포하기 위해 택하심을 받은 목회자들에게 하나님이 은혜를 풍성하게 더하시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신실하고 충성된 헌신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교회가 다시 한 번 진리의 기둥과 터로 하나님의 영광을 이 땅에서 힘있게 선포하기를 원한다.

[1] 제럴드 히스탠드, 토드 윌슨, “목사 신학자: 고대 교회의 목회자상 회복”, 부흥과 개혁사(2016), 236-7pp

[2] 리처드 백스터, “참목자상”, 생명의 말씀사(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