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 시리즈는 월간 교회 성장(Church Growth)에 기고한 것으로 2016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종교개혁의 가치를 차세대 목회자에게 듣는다는 취지로 다섯 가지 항목을 다루었고 매주 한 가지씩 올릴 예정입니다. 이 글은 교회성장연구소에 기고한 것으로 허락하에 이곳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마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의 만인 성자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못 박았을 때, 그의 마음은 교회가 반드시 고수해야 할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타올랐을 것이다. 중세시대 암흑기를 거치면서 인간이 만든 전통과 온갖 사상에 물든 교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칼뱅과 더불어 종교개혁자들이 지키려 했던 주요한 가치는 바로 다섯 솔라라 불리우는 Sola Scriptura(오직 성경), Sola Christus(오직 그리스도), Sola Gratia(오직 은혜), Sola Fide(오직 믿음), 그리고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이었다. 당시 교회가 오직 성경이 가진 권위를 전통에 부여하고, 유일무이한 그리스도의 자리에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을 앉히며, 은혜가 아닌 면죄부와 미사를 강조하고, 믿음보다 수행과 봉사와 헌금을 요구했으며 오직 하나님께 드려야 할 영광을 교황에게 함께 돌렸기 때문이다.

 

다섯 솔라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오직 성경’이다. 왜냐하면, 오직 성경을 통해서만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성경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은혜를 베푸셨는지 말해준다.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성경을 읽어야 하며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선교지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한국도 1882년 3월 24일 스코틀랜드 선교사인 존 매킨타이어와 존 로스가 한국인 이응찬, 김진기, 이성하, 백홍준 등 의주 청년들을 만나 번역한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를 시작으로 언더우드, 아펜젤러, 알렌, 스크랜턴, 헤론이 구성한 성서번역위원회에서 1900년 “신약젼서”, 1910년 “구약젼서” 그리고 마침내 1911년 신구약을 묶어 “성경젼서”를 출간하였다.[1]

 

그리스도께서 승천을 앞두고 사도들에게 부탁하신 것은 예수께서 분부하신 모든 진리를 가르치는 일이었다(마 28:19-20). 또한 사도 바울이 다음 세대 일꾼인 디모데에게 분부한 것은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는 것이었다(딤후 3:14). 그리스도의 재림까지 말세의 고통하는 때를 살아가는 교회가 진리를 대적하는 세대 가운데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성경의 진리다. 종교개혁자들이 고수했던 가치가 그것이었고 한국 교회가 고수해온 주요한 가치 역시 진리의 말씀이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는 터툴리안의 말처럼 한국도 많은 신실한 성도가 진리를 고수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주기철 목사의 순교는 단순히 일본 제국에 대한 반발심과 애국심이 아니라 말씀의 진리를 지켜내기 위한 불굴의 희생이었다.

 

한국의 기독교가 지금의 발전과 부흥을 이루어낸 것도 진리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뛰어난 한민족은 영생의 진리에 대한 가르침에 목말랐다. 수많은 신학대학교와 대학원, 학회, 연구소 등이 있다는 것은 진리에 대한 한국 교회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또한 이단에 대한 대대적인 분별과 대처를 보면 진리를 고수하는 일에 대한 한국 교회의 열의를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의 도가 빠진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른다고 말하는 이들이 그가 분부한 모든 진리를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는다면 실패한 제자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거하시는 “진리의 기둥과 터”다(딤전 3:15). 예수님께서 대제상으로서 교회를 위해 중보기도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 아버지는 교회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신다(요 17:17). 지금까지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가 그 진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풍성한 긍휼과 은혜로 보호하셨다.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그 날까지 진정한 하나님의 교회를 오직 은혜로, 오직 그리스도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 오직 성경의 진리로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

[1] 래리 스톤, “성경 번역의 역사:하나님의 말씀의 기록과 보존과 전달을 둘러싼 이야기”, 포이에마(2011), 224-247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