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500년 전 ‘소명’을 뜻하는 라틴어 보카티오(vocatio)는 오직 교회와 관련된 일에만 사용되었다. 당시 수도사, 수녀, 사제에게만 해당하는 단어였고 그들만이 하나님의 ‘특별한 사명’인 보카티오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 외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단지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하는 것뿐 하나님의 보카티오와 아무런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루터와 칼빈 등 종교개혁자들은 이러한 개념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보카티오가 모든 직업과 모든 다양한 역할에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남편, 아버지, 아내, 어머니, 자녀, 농부, 광부, 석공 등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특별한 사명을 담당하고 있는 보카티오를 받은 자들이라고 가르쳤다.
오늘날 우리는 직업에 대하여 종교개혁 이전의 잘못된 생각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직장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인생의 삼 분의 일, 80년으로 계산했을 때 거의 26년이나 되는 세월을 하나님의 소명과 전혀 관계없이 허비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하나님의 뜻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것인가?
성경은 종교개혁자들의 견해를 지지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보카티오라고 말한다. 로마서 14장 8절은 “우리가 사나 죽으나 주의 것”이라고 말하고 고린도전서 10장 31절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주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권면한다. 무엇을 하든지 주의 영광을 위해 해야 하고 그리할 수 있다.
성경의 큰 이야기는 창조-타락-복음(구속)-완성으로 그려낼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노동과 연결할 수 있다.
하나님은 태초에 사람을 만드시면서 그들에게 만물을 다스리고 땅을 경작하도록 하셨다(창 1:28; 2:5). 범죄 이전에 노동은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신 사람에게 부여한 신성한 소명이었다.
타락은 노동의 본질을 망가뜨리진 않았으나 노동의 환경과 노동자를 변화시켰다. 땅이 저주를 받아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었고 노동자에게 수고와 고통을 가져온다(창 3:17-19).
구속은 새로운 창조다. 전적으로 타락하여 하나님을 절대로 기쁘시게 할 수 없는 사람을 새로운 피조물로 창조하셨다(고후 5:17). 그리고 이제 구속함을 받은 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의 공로와 능력으로 하나님의 소명을 담당할 수 있는 자들이 되었다.
성경의 마지막 이야기 완성에서 우리는 영원한 노동의 소명을 발견하는데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님의 종들로 하나님을 영원히 섬기며 세세토록 함께 다스리게 될 것이다(계 22:3-5).
그러므로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관계 없이(물론 하나님이 금하신 일이 아니라면)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로 보카티오를 담당할 수 있다.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 인간의 창조와 새 창조에 합당하며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일을 할 수 있다. 복음의 능력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죄인을 그렇게 할 수 있는 의인으로 만들어 주셨다. 과연 복음의 능력이 직장생활 가운데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의 질문이다.
능력이란?
직장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하나님의 능력은 무엇인가? 무거운 짐을 쉽게 들게 해주시거나 빠르게 출근할 수 있도록 교통체증을 해결해주시는 등 물리적인 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직장의 스트레스를 아주 쉽게 해결해주시거나 평안과 행복과 기쁨, 만족으로 채워지도록 정신적인 능력을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승진하거나 연봉이 오르는 등 성취하고 물질적으로 공급해주시는 능력을 경험하기 원한다. 직장 내 인간관계 속에서 인정받기 원하거나 교회에서 자주 언급하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능력을 더해 달라고 구하기도 한다. 물론 하나님께서 이러한 영역에서 능력을 더하실 때도 있다. 복음의 능력이 이러한 영역에서 결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복음이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꿀 때 우리는 그것이 지향하는 것, 즉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구속의 목적은 분명하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교회에서 일하든, 직장에서 일하든 분명하다.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우리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창조하신 새로운 피조물이다. 하나님의 창조목적은 분명한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위하여 선한 일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 영광을 돌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말이다.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 모든 불법에서 우리를 속량하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사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 백성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딛 2:14)
디도서 말씀에서 우리는 대속, 속죄, 속량, 칭의, 성화 등 구원의 풍성한 내용을 만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의 목적은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이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는 삶으로 직장 내에서 우리의 소명을 다 할 수 있다.
성경은 또한 하나님의 능력이 이 일을 이루는 일에 함께하실 것이라 약속한다. 사도바울은 그 능력의 지극히 크심을 성도가 발견하기 원한다.
그의 힘의 위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떠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1:19)
그의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엡 3:16)
성령이 그 능력으로 우리 속사람을 강건하게 하신다. 그것이 성령의 주된 사역 중 하나이다. 우리를 거룩하게 하신다(롬 15:16; 고전 6:11).
마지막으로 바울은 골로새 성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로 하여금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 그의 영광의 힘을 따라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시며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빛 가운데서 성도의 기업의 부분을 얻기에 합당하게 하신 아버지께 감사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골 1:9-12)
이 놀랍고 아름다운 축도의 내용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무궁한 영광에서 나오는 전능하신 힘으로 성도가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뜻대로 선한 일을 하며 그 열매를 맺고 자라서 완성에 이르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발견한다. 궁극적으로 이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은 우리의 감사와 찬양을 받으신다.
신자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되는 능력은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데 충분하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있든지 하나님의 구원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우리에게 베푸신다. 그것이 직장 가운데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충만한 능력이다.
우리는 직장 안에서 역사하시는 이 놀라운 성령 하나님의 능력을 두 가지로 분류하여 살펴보기 원한다. 하나는 죄를 이기는 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을 행하게 하는 능력이다. 이 구분은 에베소서 4장 22~24절에서 바울이 설명한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을 입는 원리와 같다. 성령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오류를 책망하시고 잘못된 삶의 습관을 바르게 하신다. 또한, 성령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을 진리로 교훈하시고 우리의 삶을 의로 교육하신다(딤후 3:16-17).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을 입는 것을 위한 필수과정은 “심령이 새롭게 되는 것”인데 이는 하나님의 말씀 성경, 즉 우리 안에 역사하시는 성령 하나님이 기록하신 진리의 말씀으로 가능한 일이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
진리의 말씀이 우리의 심령을 새롭게 하여 모든 악한 생각과 그릇된 삶을 벗겨내고 진리로 교훈하고 바른 삶을 입게 하신다. 궁극적으로 성령은 말씀을 통하여 우리가 구원의 목적인 선한 일을 행할 때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게 하신다. 복음의 능력이 직장 가운데 발휘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 하나님에게 온전히 달렸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진리를 알고 있으며 그 진리에 어떻게 순종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자, 그러면 이제 성령이 직장 가운데 어떻게 죄로부터 멀어지도록 도우시는지 살펴보자. 죄를 이기게 하는 성령의 능력, 복음의 능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리는 직장 내에서 어떤 옛사람의 습성을 벗어버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