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결혼하기 참 힘든 때인 것 같습니다. 교회에 형제들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하지만 자매들이 주 안에서 결혼하려는 모습은 참 귀하고 아름다운 순종의 모습입니다-고후 6:14; 고전 7:39).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많아 결혼을 생각할 때는 나이가 이미 많이 찬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할 때 따져보고 고민하는 일이 많아 쉽지 않습니다.

결혼을 고민하면서 배우자의 가족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평생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 남녀가 서로 같은 마음으로 좋은 교제를 이어나가다가 가족이 끼치는 어려움에 부딪혀 결혼을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면 동시에 배우자의 가족도 함께 선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지혜가 필요하고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저는 청년들과 이야기하면서 자매들이 결혼을 고민할 때 어떤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은 바로 이것입니다: 결혼하면 남편이 다니는 교회로 나가야 하는가?

어떤 면에서 이 고민은 배우자의 가족을 함께 받아들이는 문제와 유사합니다. 남편이 속한 교회는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떠나지 않는 한 평생 머물러야 할 영적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남편 교회의 강단에서 전해지는 말씀으로 영적인 공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남편이 속한 교회의 성도와 교제를 통해 서로 섬기고 덕을 끼칠 것입니다. 원래 내가 속했던 교회의 지체에서 분리되어 남편이 속한 교회의 지체가 되는 것입니다(물론 우주적인 교회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적인 교회의 개념에서). 

자,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남편 될 사람의 교회가 영적으로 연약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단에서는 성경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여 가르치는 설교가 전파됩니다. 교회의 리더십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아 성도들이 하나로 뭉쳐 있지 못하고 리더십과 대립관계에 있습니다. 교회가 작아서 주일학교가 없습니다. 아이를 낳아도 영적으로 공급받지 못할 환경입니다. 또래가 없어서 삶을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성경에서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남편이 가정의 머리이니 남편이 속한 교회에 여자가 따라가는 것이 옳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자매는 지난 몇 년 동안 강단에서 제대로 된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눈물로 호소합니다. 그분에게 ‘교만하게 굴지 말고 거기서 어떻게든 교회가 사라지든지 당신이 이사 올 일이 생길 때까지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것이 성경적인 조언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 사도바울이 결혼에 대해 가르치면서 한 이 말에 주목합니다.

오직 주께서 각 사람에게 나눠 주신 대로
하나님이 각 사람을 부르신 그대로 행하라

내가 모든 교회에서 이와 같이 명하노라(고전 7:17)

교훈1: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에 충성하라

여기서 바울은 하나님이 각 사람을 부르신 다양한 모습을 언급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 독신입니다(7:1), 어떤 사람은 기혼입니다(7:2-6). 어떤 사람은 과부가 되었습니다(7:8). 어떤 사람은 재혼합니다(7:9). 어떤 사람은 믿지 않는 아내나 남편이 있습니다(7:12-16).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대해 바울은 “주께서 각 사람에게 나눠 주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신” 각 사람의 상황입니다.

저는 남편 될 사람을 하나님이 부르시고 그가 속한 교회의 한 지체가 되게 하신 것도 하나님이 그에게 허락하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에 따라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엡 1:11). 교회는 자기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옮겨 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유익을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교회의 지체로서 유익을 얻기도 하지만 섬기기 위해 지체의 역할을 다하는 곳이 교회입니다.

연약한 가르침이 있다면 건강하고 활력있는 가르침을 달라고 하나님께 구해야 합니다. 성도들이 연약하여 서로 틀어진 관계 속에 있다면 화평하게 하는 자로서 나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주일학교가 없다면 내가 최초의 주일학교 교사로 섬길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교제할 또래가 없어 힘들지만, 교제가 필요한 성도는 교회에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니 부르신 그곳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성도로서 행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바울은 여러 번 이 교훈으로 가르칩니다.

각 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 그대로 지내라(20절)

형제들아 너희는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24절)

물론 한정된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이 교훈에서 우리는 주어진 환경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상황으로 인정하며 그 안에서 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려는 자세를 배웁니다. 할례자나 무할례자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종으로 충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은 라오디게아 교회에 편지하면서 그 미지근한 교회를 뛰쳐나와 빌라델비아 교회로 옮기라고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에게 열심을 내고 회개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이기라고 하셨습니다(계 3:14-22). 그러니 먼저는 주께서 허락하신 환경과 상황 가운데 내가 충성해야 할 것을 생각하십시오. 그것이 먼저입니다.

*물론 이단적인 가르침이 있는 곳은 무조건 벗어나야 합니다.

교훈2: 주어진 기회를 사용하라

바울은 고린도전서 7장의 말씀을 기록하면서 단지 부르심에 충성하라는 명령만 주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독신에게 결혼해도 좋다는 권면을(7:1-2), 과부들에게 재혼해도 좋다는 권면을(7:8-9), 불신자 남편이나 아내의 요구가 있을 시 이혼해도 좋다는 권면을(7:15), 종에게 자유롭게 될 수 있거든 그것을 이용하라는 권면을 합니다(7:21).

현재 나에게 허락된 환경을 절대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종이라고 해서 자유롭게 될 기회가 주어져도 무조건 종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고 살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이 주를 위해 얼마나 고난받기를 즐거워했는지 사도행전과 그의 서신서를 통해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울도 돌에 맞거나 채찍에 맞는 것을 천명으로 여기고 무조건 맞은 것은 아닙니다. 그도 필요에 따라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그 상황을 벗어난 경우가 있고 바리새인의 부활을 믿는다고 주장하면서 재판을 넘어가게 하기도 합니다.

이 교훈을 오늘 질문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무조건 주어진 환경에 종속되어 있으라는 명령에서 해방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를 많이 봅니다. 어떤 부부는 직장 때문에 이사하게 되면서 성경적인 교회를 찾습니다. 다니고 있던 교회가 사라지면서 교회를 찾아야 하는 환경이 생기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만난 어떤 목사님은 스스로 교회를 인도할 만한 능력이 부족함을 깨닫고 소수였지만 교인을 다 데리고 근처에 있는 건강한 교회의 교인으로 등록하였습니다. 학교 때문에 다른 교회로 천거했다가 취업하면서 계속해서 그 교회의 지체가 되어 충성을 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어떤 경우 리더십의 범죄와(혹은 이단적 가르침)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문제로 성도가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깁니다. 이렇게 우리는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다양한 상황을 통해 주어진 기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기회라는 것이 외부적으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남편과 아내가(혹은 예비부부가) 자신들의 영적 환경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합리적으로 지혜롭게 결정한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은사 활용과 영적 공급을 위해, 섬김을 위해, 영적 건강을 위해, 주 안에서 선한 동기로 교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있다는 말입니다.

결혼 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면 두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충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십시오. 남편이 속한 교회에서 어떻게 주를 섬길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혹시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또 다른 상황을 허락하셔서 기회를 주신다면 그것을 사용하십시오. 성령께서 사도 바울을 통해 우리에게 명령하신 바는 동일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에게 허락된 상황 가운데, 그 상황이 주어진 곳에 머무르는 것이든 다른 곳으로 갈 기회든, 주의 영광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결혼할 두 사람이 신중하게 이야기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지혜의 하나님께서 필요한 지혜를 풍성하게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