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국가로 투표라는 수단으로 국민의 간접정치참여를 통해 유지 및 운영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투표권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신중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 선거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날입니다.

유권자들은 각각 저마다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투표를 합니다. 자신과 성이 같아서, 같은 지역 출신이라서 뽑는 사람도 있고, 후보가 속한 정당에 대한 우호도나 반대로 다른 후보들이 속한 정당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선택하기도 합니다. 잘 모르고 찍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각각 후보들의 이력들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공약들을 살펴본 뒤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기독교 유권자운동단체연합회라는 곳에서 낙선대상자와 지지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후보들의 범죄기록이나 그들의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견해를 분석하여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지, 또 어떤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하는지 명단을 만들어 발표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후보 자신의 도덕성이나 후보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기준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말인듯 합니다. 크리스천유권자연대 홍요한 목사는 “1천만 기독교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리스도인 유권자들이 신중하고 적극적인 투표권을 행사하면서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운명은 하나님께 달려있습니다.

물론 1천만 기독교 유권자들의 선택은 중요합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투표의 결과가 달라지고 어떤 지도자가 선출되는가에 따라 국가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잠 16:33)

야고보가 지적한 것처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는 자세가 모든 신자에게 요구됩니다(약 4:15). 그것이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삶입니다(잠 3:6).

하나님께서 다스리십니다. 그 옛날 족장 시대부터 제사장 시대, 왕정 시대, 그리고 현대 시대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 보좌에 앉아서 다스리고 계십니다. 민주주의 사회나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주님은 다스리십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하면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내 책임과 의무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온전한 주권을 믿고 신뢰해야 합니다. 나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생각보다는 하나님께 모든 것이 달려있으며 지금 하나님의 주권 아래 나에게 주어진 정치참여 수단에 충성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하는 것이 옳습니다.

둘째, 성경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후보를 설명해주는 글이 그 후보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가지는 동성연애나 차별금지법을 제안한 정치인들을 기독교 내에서 ‘주적’으로 삼는데, 사실 그런 정치적 제안을 하지 않지만, 그 사안에 대해 동일한 관점을 갖는 정치인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대중이 그것을 지지할 때, 자신의 견해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자리가 정치인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후보의 도덕성과 도덕적 기준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기독교에 우호적이냐가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1-2)

우리는 투표를 통해 교회 장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사를 택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에게 성경적인 성품과 자질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정치 지도자로서 이 국가를 운영해 나갈 때, 우리는 그들에게 위와 같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주 안에서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고요하고 평안하게 국가를 지켜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요구합니다. 

단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사람이나 내가 속한 지역의 발전을 가져올 사람을 택하기보다는 성경적인 기준으로 택해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 데 유익을 가져올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머지 사항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순위를 가지고 선별해야 합니다. 후보가 가진 도덕적 견해가 어찌 되었든 일단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니까 선택한다는 식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투표를 통해 낙태를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성경적 기준으로 판단한 투표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누가 선출되든 순종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기록합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롬 13:1-2)

투표를 하고 나서 혹 내가 선택한 사람이 선출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순종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정하신 그 뜻을 거스르거나 마지못해 따르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됩니다. 

정치지도자들의 모든 것을 사랑하거나 지지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생각이 다르고 견해가 다른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지도자 위에 세우신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하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형편없어도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부모로서 기본적인 존경심을 가지라고 가르치듯이 정치지도자들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이 많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그 위에 세우신 권위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은 우리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에 반하는 것을 강요할 때 그것을 거역할 수 있습니다. 동성연애에 대한 성경적 견해를 말하지 못하게 할 때, 과감히 말씀의 권위로 올바른 것을 선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혹 감옥에 가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정치지도자들의 권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사도들이 투옥되면서 그들은 유대 종교지도자들에게 “너희 말을 듣는 것과 하나님의 말을 듣는 것 중 무엇이 옳은지 생각해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들은 유대 종교지도자들 면전에서 그들을 비방하거나 욕하거나 그 권위를 파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권위가 그들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뿐이며 그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순종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이 그 위에 세우신 권위를 인정해야 합니다. 설사 내가 원했던 사람이 선출되지 않았더라도 말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리스도인 모두가 기다리고 꿈꾸는 천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철저한 왕정입니다. 하나님 한 분만이 그 나라의 왕으로 다스리실 것입니다. 물론 우리도 함께 다스릴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하나님의 주권에 참여하거나 기여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분의 뜻과 통치 방식을 실현하는 일에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가 속한 이 세상에서 하나님은 동일하게 그분의 주권 안에서 그분의 뜻대로 세상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정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된 것도 주님의 주권 아래 허락된 일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성경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여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이 허락하신 결과에 순종해야 합니다.

우리의 투표권 행사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나님의 영역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여러 가치 기준보다 최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기준은 성경적인 기준입니다. 거룩한 삶을 살도록 평안하게 나라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주가 주신 지혜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에 순종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자, 이제 투표하기 전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을 잘 챙겼으니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해 출발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