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5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천국 비유는 이제 절정에 달한다. 열 처녀 비유에서는 신랑이 더디 오시더라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셨고, 달란트 비유에서는 주인이 오랜 후에 돌아온다고 해도 맡긴 일에 충성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셨다. 예수님의 비유는 진실로 충격적이다. 분명 자기를 따르며 순종하는 제자를 향한 가르침이었는데, 그들 중에 준비하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 자들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님의 기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엄히 경고하셨기 때문이다. 

마지막 본문은 종종 “양과 염소의 비유”라고 불리긴 하지만, 사실상 비유가 아니라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현실을 예고한 직접적인 경고의 말씀이다. 앞선 비유들에서는 다시 올 대상을 기다리는 과정을 함께 다뤘지만, 이제 주님은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라고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아 심판하실 때를 곧장 말씀하신다(31절). 신랑을 기다리면서 여분의 기름을 준비한다는 것, 주인을 기다리면서 맡기신 달란트로 충성스럽게 장사한다는 것의 적용에 비해 마지막 주님의 심판에 관한 말씀은 천국 백성이 어떤 원리로 살아가야 할지 가장 구체적인 지침을 알려준다. 주께서 최후 심판 때 어떤 기준으로 우리의 준비 됨을, 충성됨을 평가하실지 이 말씀으로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우리 각 사람은 주님이 보좌에 앉으실 그날에 이 말씀대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잘 대비하고 말씀하신 것에 충성하자.

1. 인자: 보좌에 앉은 심판 주(31-33절)

인자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예수님의 인성을 떠올리게 하는 호칭이지만(마 20:18), 동시에 구약성경에 예언된 기름 부음 받은 왕, 영원히 하나님 나라를 다스리실 메시아의 호칭이기도 하다. 선지자 다니엘은 이렇게 메시아에 관하여 예언했다:

내가 또 밤 환상 중에 보니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되매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다른 언어를 말하는 모든 자들이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의 권세는 소멸되지 아니하는 영원한 권세요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니라(단 7:13-14)

예수님의 초림 목적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여 메시아 왕국 백성으로 삼기 위함이었지만, 예수님의 재림 목적은 왕좌에 앉아 자기 백성과 함께 세세토록 다스리시면서 죄 가운데 머무는 반역자들을 영원히 심판하시기 위함이다.

주님은 반드시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오실 것이고 그때, 영광의 보좌에 앉임금으로 심판하실 것이다(31절). 그 심판 대상은 모든 민족이다.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의 모든 사람, 큰 자나 작은 자, 심지어 죽은자 까지도 하나도 빠짐없이 그분 심판대 앞에 모으실 것이다(계 20:11-15). 주님은 최후 심판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 같이 할 것이라고 하셨다(32절). 당시엔(지금도) 양과 염소를 함께 방목하다가 저녁이 되면 구분하여 쉬게 했는데, 양은 상대적으로 추위를 덜 타고, 염소는 더 따뜻하게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털색도 비슷하고 구분하기 어려운 가축들은 때가 되면 반드시 구분해야 했다. 주님은 그날에 우리를 분명 그렇게 구분하실 것이다.

2. 양(오른편): 복 받을 자들(34-40절)

양은 그 오른편에 두셨는데(33절),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임금의 보좌에 앉은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34절). 그들은 의인으로 구분된 자들이다(37절, “의인들”). 주님은 그들에게 “복 받을 자들”이라고 칭찬하셨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하늘나라를 그들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이다(눅 12:32). 주님은 하늘나라 곧 천국이 그들을 위하여 창세로부터 예비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하나님이 천국을 주시는 근거가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물이 조성되기도 전에 하나님은 우리를 택하시고 사랑하시기로 작정하셨다. 때가 되었을 때 우리를 예수 안에서 부르시고 의롭다고 선포하셔서 자녀로 삼아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우릴 영화롭게 하셔서 나라를 상속받게 하실 것이다.

오른편에 있는 자들이 임금과 올바른 관계에 있다는 걸 무슨 근거로 판단하신 것일까?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게 될 복 받을 자라는 것을 어떻게 분별하신 것일까? 그 근거와 기준은 다음과 같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35-36절). 주리고 목마르고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히는 일은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믿음과 신앙 때문에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사도 바울, 초대 교회 성도들). 그런데 의인들은 매우 의아하게 여겼다. 주님께 직접 그런 일을 해드린 적이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기 때문이다(37-39절).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40절).

여기 내 형제 중에서”가 가리키는 대상은 이 말씀을 함께 듣고 있던 제자들, 오늘날로 하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형제자매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제자임이 증명된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서로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을 받은 자의 마땅한 반응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사랑하는 자들이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 4:9-1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새 계명은 분명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오른편에 분류된 의인들은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자들이었다. 주님께 받은 사랑으로 주 안에 있는 지체를 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어 보여도, 심지어 나를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고 해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주님은 성도 사랑을 자기에 관한 사랑의 열매로 보시고 그들을 천국 백성으로 구별하여 복을 주셨다.

3. 염소(왼편): 저주를 받은 자들(41-45절)

반면, 염소는 왼편에 두셨는데(33절), 그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임금이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원한 불에 들어가라”(41절). 하나님의 저주를 받았다는 것은 영원한 벌, 최후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대신 저주받으신 대상에 속하지 않는 자들이다. 그들은 결국 마귀와 그 사자들(귀신들 = 타락한 천사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원한 불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지옥(불못)은 본래 반역한 천사를 위해 마련된 형벌 장소이지만, 그 반역에 동참한 죄인들도 함께 그곳에 영영 던져지게 될 것이다(계 20:10, 15). 그러면 심판 주께서 무엇을 근거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게 될 자들을 구분하실까? 마귀와 그 사자들에 속하여 하나님의 원수로 행하는 자들로 구별될 자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주님은 오른편에 있던 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하시면서 하지만 왼편에 있던 저주받을 자들은 합당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책망하셨다(42-43절). 주님이 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 되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힐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 우리가 그렇게 했냐고 따져 물었다(44절). 그러자 천국을 임금으로 다스리실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45절). 이 경고의 말씀이 그냥 형제자매에게 좀 소홀했다는 질책 수준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앞서 영생에 들어간 자들과 달리 영벌에 들어가게 됐다(46절). 양이거나 염소다. 오른편에 서거나 왼편에 서게 될 것이다. 중간은 없다. 영생 또는 영벌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결론

세월호 사고가 터졌을 때 구원파가 대중의 뭇매를 맞으면서 그들의 복음 교리가 무엇이 문제인지 파헤치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받은 말씀이라고 믿는다. 성경이 말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구원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그리스도의 전적인 공로로, 행위가 아닌 오직 믿음으로 값없이 주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의인이 가게 될 천국과 악인이 가게 될 지옥을 믿는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어떤 전문가는 구원파가 깨달음의 복음을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하나님 말씀이 깨달아지고 깊은 감동으로 믿어질 때, 구원을 얻게 된다는 가르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적인 복음도 비슷한 중생의 경험을 가져온다. 그렇지 않은가? 또 다른 전문가는 그들이 구원받고 나서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가르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구원파에서 자기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배웠다고 말한 신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엄청난 열심과 봉사를 요구한다고 한다.

나는 구원파의 문제가 마태복음 25장에서 발견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준비하지 않아도, 충성하지 않아도, 지극히 작은 형제자매에게 함부로 대해도 믿음으로 구원받았으면 천국에 간다고 믿는다. 다른 말로 그들의 믿음에 행함이 따르지 않고 열매가 없어도 그 믿음은 참되다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주님은 우리에게 정반대로 도전하신다. 준비하지 않으면, 충성하지 않으면, 지극히 작은 성도에게 함부로 하면(적극적으로 주님께 하듯 사랑하지 않으면) 그 믿음이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그들이 자랑하는 믿음이 사실은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이라고(약 2:26).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라고(마 7:20). 이 경고를 놓치거나 무시하면 우리도 똑같이 잘못 되는 것이다.

천국 원리는 우리를 안주하게 하지 않고 일어나 달리게 한다. 나태하고 게으르게 두지 않고 부지런히 열심을 내게 한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전 9:27). 그토록 오직 은혜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진리를 피력한 바울이, 버림 당할까봐 순종한다고 말한 것은 모순적이다. 바울은 천국 원리에 따라 살겠다고 결단한 것이다. 향방 없이 살지 않겠다고, 절제 없이 신앙의 경주를 하지 않겠다고 매순간 다짐하는 것이다(고전 9:26). 이미 얻었다고 자만하거나 온전히 이루었다고 착각하지 않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하나님의 부르심의 상을 위하여 날마다 달려가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다(빌 3:12-14). 이런 자만이 진실로 천국 백성이 될 것이다.

결혼 10년차 이상이 되면 종종 ‘정 때문에 산다’, ‘자식 때문에 산다’라고 말하는 부부가 있다. 수없이 많은 죄를 서로에게 저질러 용서하고 화해하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더 뜨겁게 서로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안 한지 오래 된 것이다. 그런 부부 관계가 이상적이진 않아도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런데 정직하게 평가하자면 절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신부로 삼아주신 그 순간부터 주님과 영원한 사귐을 누리게 된 천국 백성이다. 그동안 하나님께 많이 실망해서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하기를 포기한 지 오래된 상태, 습관적으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도 정상적인 천국 백성의 상태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착각하는 것이다. 갈수록 더 주님을 사랑하고 친밀한 사귐을 누리려는 자들이 그날에 그 사귐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세상을 사랑하고, 주님 맞을 준비도 하지 않고, 가족과 성도를 함부로 대하던 자들이 그날에 갑자기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자로 바뀔 것 같은가? 절대 그럴 수 없다. 주님은 처음 사랑을 회복하지 않으면 교회에게 두신 촛대를 옮기시겠다고 경고하셨다(계 3:4-5). 계속해서 회개하지 않는 자들은 결국 그날에 천국 백성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아무런 사귐이 없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버림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부단히 자기 몸을 쳐서 복종시켜라. 날마다 주님을 더욱 사랑하겠다고 결단하고 그 순수했던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 주님 사랑으로 충만해져서 주 안의 형제자매를 뜨겁게 사랑하라. 그렇게 우리 모두 주님을 다시 만나고 준비된 신부로, 충성스럽게 산 일꾼으로, 하나님께 복 받을 자들로 발견되기를 진실로 진실로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