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십풀 라이프 밸런스
1. 용어 정리: Work & Life Balance
1) 워라밸이 주는 혼동
고용노동부는 이렇게 정의한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합니다. 일에만 치우치지 않고 개인의 삶과 균형을 이루기 위한 가치로써 의미를 지니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장 선택의 중요한 척도이기도 합니다.” 부산광역시 일·생활균형지원센터에서는 워라밸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과 가정, 여가, 건강, 자기 계발, 사회활동 등의 삶을 조화롭게 하여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기 위한 것을 의미합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상을 재충전하며, 자녀의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이나 단절 없이 일·가정 양립 실현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옵니다.” 한 블로거는 워라밸이 강조하는 것이 성취(삶을 위한 일)와 즐거움(여가를 즐기는 삶)이라 말했다.
워라밸은 명백히 일과 삶을 구분한다. 일은 공적인 영역으로 삶에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을 의미한다면, 삶은 사적인 영역으로 일을 통해 얻은 자원으로 개인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자유롭게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일은 직장생활, 삶은 개인과 가정을 위한 삶에 치중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그동안 지나치게 일을 강요하며 가정과 개인을 희생해 왔기 때문에,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워라밸의 용어가 주는 혼동이 있다. ① 일도 삶의 중요한 일부가 아닌가?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3). 일은 개인의 행복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가? 일은 삶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수단, 억지로 해야 하는 의무에 불과한가?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그에게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전 5:19). 일·생활 균형(워라밸)은 잘못하면 하나님의 선물인 일을 짐으로 여기고 낙을 누리기보다 의무적으로 하게 하며, 개인의 삶을 위한 자원을 얻는 목적 외에는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얻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② 개인의 삶은 철저히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영역인가?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직장 외의 다른 영역에서(가정, 교회, 사회) 하나님이 주신 소명, 역할에 충성하는 것은 워라밸의 일에 속하는가 아니면 삶에 속하는가?(골 3-4장). 워라밸은 잘못하면 하나님 주신 여러 가지 소명에 충성하는 것을 또 다른 일로 여기게 만들어 짐처럼 억지로 감당하게 하고, 철저히 개인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즐거운 삶을 살 수 없다고 자신을 속이게 만든다.
2) 워라밸이 갖는 가치
여러 가지 혼동을 일으키는 워라밸의 개념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도 있다.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크와 라이프를 억지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를 가져오지만, 밸런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맞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은 일에만 치중되는 것도 아니고 가정이나 교회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영역의 소명에 충성하는 것을 위태롭게 만드는 불균형은 개선되어야 한다. 가령 공부나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가정과 교회에서 요구되는 나의 역할을 거의 방치하거나 불성실하게 행하면 안 된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고(고전 4:2), 하나님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삶의 영역에서 충성할 것들을 맡기셨다. 우리는 그중 선별하여 충성하는 게 아니라 골고루, 밸런스 있게 충성해야 한다.
2. 워십풀 라이프 밸런스
1) 워십풀 라이프
용어가 주는 혼동을 막기 위해 나는 워라밸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기 원한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아니라 워십풀 라이프 밸런스.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우리 삶은 일과 개인의 삶으로 이분화할 수 없다. 일, 가정, 교회, 사회, 개인의 영역 모두에서 하나님 맡겨주신 소명에 충성하는 것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을 산다.
둘째, 우리 삶에는 밸런스가 필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삶은 하나님의 포괄적 소명에 골고루 충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워십풀 라이프 밸런스는 우리의 모든 삶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고, 삶의 모든 영역이 균형 있게 예배로 드려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한다.
우리 삶 전체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영적 예배라는 것은 성경이 분명히 가르치고 있는 바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 이후로 바울은 세상 권세 아래서, 교회 안에서, 원수와의 관계 안에서 어떻게 향기로운 예배적 삶을 살아야 하는지 설명한다. 베드로 또한 성도를 가리켜 “왕 같은 제사장들”이라 부른다(벧전 2:9). 하나님 존전에서 예배를 드리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어서 베드로는 인간의 모든 제도 아래, 주인들에게 순종하고, 배우자를 사랑하며, 원수를 사랑하고, 받은 은사로 성도를 섬기라고 권면한다. 모든 삶의 영역이 하나님이 임재하신 성전이고, 우리는 제사장으로서 삶 전체를 통하여 하나님을 예배한다.
그렇다면 예배적인 삶은 무엇인가? 막연함을 해소하는 몇 가지 구체적 원칙을 제시하기 원한다.
① 성경은 진리를 따라 행하는 것을 예배라고 한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사랑하는 자들아…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벧전 2:11-12).
세상의 거짓, 육체가 원하는 어긋난 욕망이 아닌 하나님의 뜻,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을 따라 모든 삶의 영역에서 행하라. 무엇에든지 참되고, 경건하고, 옳고, 정결하고, 사랑과 칭찬받을 만한 것, 유익한 것을 생각하고 행하라(빌 4:8). 가령 노골적인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 회사 물품을 도둑질하는 행위, 눈가림 하며 불성실하게 하는 행위 등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
② 성경이 말하는 예배적 삶은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권세에 관한 명령은 권세자에게 순응할 것을 요구하고, 가정에 주신 명령은 배우자에게 서로 사랑으로 복종할 것을 명령하셨다. 교회에서는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받은 은사로 성도를 섬기라고 하셨고, 사회에서는 원수를 불쌍히 여기고 악을 선으로 갚으라고 하셨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당신이 하나님의 뜻을 실천할 대상이 누구인지 기억하라. 직장 상사, 동료, 맡겨진 학생, 협력 업체 직원, 부모, 형제, 자녀, 주일학교, 학생회 동료 교사, 학생들, 청년회 형제자매 등. 주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하셨다(마 25:40, 45). 섬김의 대상에게 주께하듯 하는 것이 예배적 삶의 핵심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③ 성경이 말하는 예배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 6:19-20)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그러므로 일하든지 쉬든지 무엇을 하든지 우리 몸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직장에서 하는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연결 지어 보라(제조업-창조, 관리-경영, 교육-양육, 환경-보전, 사회복지-자비와 긍휼). 가정과 교회의 일이 하나님 은혜를 나타내는 것임을 잊지 말라. 자기 계발에 힘쓰거나 자유 시간을 활용할 때도 하나님의 영광을 생각하라.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라(고전 10:31).
④ 성경이 말하는 예배는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뻐서 한다. 예배의 원동력은 하나님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너희 의인들아 여호와를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시 32:11). 하나님은 제물과 함께 진실한 마음을 드릴 때 기뻐하신다(시 51:17). 모든 삶의 영역에서 우리가 진리를 따라 행함으로, 주어진 관계 안에서 부르심에 충성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하나님을 기뻐하며 하나님이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해야 한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공경하나 마음은 멀었던 예배자들을 예수님은 책망하셨다(마 15:8). 내 삶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는 것을 삶의 목적이 되게 하라(빌 1:20). 그것을 진실로 간절히 기대하고 소망하라. 하나님의 영광을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로 인해 하나님이 빛나시는 것을 나의 가장 기쁘고 즐겁고 만족이 되는 일로 여기라.
2) 밸런스 라이프
우리 삶은 일과 개인의 삶으로 이분화할 수 없다. 공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모든 삶은 예외 없이 하나님께 드려질 예배적인 삶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각각의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지 성경을 통해 말씀하셨고, 모든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어떤 부르심을 받았는지 알려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부르심에 충성해야 하고, 모든 삶의 영역에서 기쁨으로 예배해야 한다. 우리 삶은 워십풀 라이프가 되어야 하며, 워십풀 라이프는 밸런스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가 균형 잡힌 예배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모든 소명에 골고루 충성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을까?
① 밸런스는 모든 영역을 귀하게 여긴다. 영양소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은 모든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삶의 모든 영역에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은 어느 하나 천한 것으로 보지 않고 모든 영역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각각의 영역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별한 소명이 있다는 이유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소중한 영역이다. 예수님께서 왕, 제사장, 선지자의 역할을 모두 충성스럽게 행하신 것처럼, 우리도 개인, 가족, 교회, 사회의 구성원, 직장에 고용된 일꾼으로서 모든 영역을 소중히 여기고 맡겨진 소명에 충성하도록 하자. “모든 일에 충성된 자라야 할지니라”(딤전 3:11).
② 밸런스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밸런스를 맞춘다는 말은 모든 것을 동일한 양으로 조절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정도에 따라 조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순위를 갖는다는 말이다. 개인-가정-교회-사회의 순서가 건강한 우선순위다. 개인이 건강하고 하나님 은혜로 채워져야 가정에서 맡겨진 소명에 충성할 수 있고, 나아가 교회와 사회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 또 다른 우선순위가 있는데, 하나님의 영광으로 채워지는 시간, 그분의 은혜와 진리를 맛보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삼고 가장 좋은 시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나누는 교제 시간, 말씀 묵상, 교회의 공적 예배를 우선으로 삼으라. 내 영혼을 채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삶의 영역에서는 채워진 하나님 은혜로 소명에 충성하는 것이니, 많이 채울수록 우리는 더 기쁨으로 힘 있게 예배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골 3:16).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라”(벧후 3:18).
③ 밸런스는 말 그대로 치우치지 않는다. 모세는 하루 종일 백성을 중재하는 일로 치우친 삶을 살다가 장인의 조언에 따라 백성의 지도자를 세워 삶에 밸런스를 맞췄다(출 18장). 취업 준비를 위해, 특별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고3, 고시생이라고 해서 가정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밸런스가 무너진 삶이다. 교회가 함께 모여 예배하는 것을 희생한다면 확실히 밸런스가 망가진 삶이다. 회사의 업무가 당신의 나머지 삶을 완전히 망칠 정도라면 당신은 다른 직장을 얻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정을 돌본다는 이유로(가족 모임들, 여행 등) 교회의 예배를 수시로 빼먹는 것은 분명 당신과 자녀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파서 죽을 지경이 되었어도 교회/학교 나와서 죽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 역시 치우친 가르침이다. 건강해야 모든 삶의 영역에서 충성할 수 있다.
④ 밸런스는 하나님 사랑을 나타내는 척도다. 균형 잡힌 삶이란 단순히 건강하고 보기 좋은 삶, 모든 영역에서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삶을 넘어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모든 삶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나타내는 척도다. ‘무엇을 이루었는가’ 이면에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가’ 가 있다. 부득이한 이유로 청년회 시간에 빠졌지만, 늦더라도 마치기 전에 참석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무엇이 발견되는가? 친한 친구들과 토요일에 약속을 잡는데, 내가 청년회 참석한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오전에 약속을 잡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발견하는가? 자기 주 종목인 육상 경기를 주일 예배를 위해 포기한 에릭 리틀의 간증은 단지 그가 주일에 경기장이 아닌 교회에 있었다는 면에서 감동이 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향한 그의 뜨거운 사랑이 확실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당신 삶의 밸런스를 타인이 조정하거나 맞출 수는 없다. 오직 당신이 균형을 잡으며 사는 것이다. 그때, 하나님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가장 잘 나타나도록 밸런스를 맞춰라.
3. 결론
모세는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시 90:12). 바울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라고 권면했다(엡 5:15). 베드로는 “이 모든 것이 이렇게 풀어지리니 너희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마땅하냐”라고 물었다(벧후 3:11). 믿음의 선배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1) 이 땅에 우리 인생은 짧다(안개처럼). 2)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악하다. 3) 그러므로 우리는 지혜롭고 선한 삶을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 지혜를 따라서, 누구에게든지 악이 아니라 선을 베풀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을 기쁘게 행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모습으로 맡겨주신 모든 소명에 기쁨으로 충성하자.
하나님은 우리의 워십풀 라이프를 통해 영광받으시고 모든 영역에서 충성한 우리의 삶을 칭찬하시며 보상하실 것이다. 그것이 진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길이다. 이 땅에서 누리는 영생을 맛보며, 주님 앞에서 영원히 온전한 모습으로 누리게 될 영생을 바라며, 오늘 하루도 워십풀 라이프 밸런스를 갖추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