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한 해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 고민하는데, 2022년은 존 파이퍼 목사의 APTAT 방식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방법은 하나님 말씀을 대할 때, 단순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와 능력으로 말씀을 이해하고 살아내기 위한 다섯 가지 영적 훈련이다(초자연적 성경 읽기, 두란노, 2017). 이를 통해 한해를 돌아보고 마땅히 돌려야 할 감사와 찬양을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붙잡았던 것을 회개하고, 더욱더 하나님만을 의지하겠다는 결단을 하는 신령한 도구가 되기를 기도한다.

인정하라(Admit): 잠언 3장 6절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우리는 완벽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2022년 한 해를 살아왔다. 우리는 단 하루도, 아니, 단 한 순간도 하나님의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자비로우신 손길 밖으로 내쳐진 적이 없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기쁜 일, 슬픈 일, 화가 나는 일, 억울한 일, 기대했던 일, 기대가 만족되거나 반대로 무너졌던 일 등 모든 일을 통해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형상으로 빚으셨다. 범사에 자기를 인정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몇몇 일들에 흔쾌히 기뻐하고 감사하겠지만, 많은 일에 관하여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 영혼을 돌보시는 목자를 신뢰할 수 없고 그분의 사랑을 불신한다. 목자로 인정하지 않고 도우미 취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사에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사랑을 불신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진정으로 내 영혼의 목자와 감독이시다. 아들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분이니 나에게 뭔가 증명하실 이유가 없다. 이미 그분의 사랑은 확증됐다.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내어주시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러실 것이라 확신한다. 어린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부모를 원망하지만, 커서는 부모가 최선을 다해 자기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우리는 영적으로 자랄수록 하나님 아버지의 섭리에 감사해야 한다. 그분이 이끄시는 길이 내가 원하는 길보다 더 좋고 유익한 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기쁨으로 그분이 인도하시는 길로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은 최선이 아니라 최상의 길로 인도하신다. 최상의 길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리자.

기도하라(Pray): 데살로니가전서 5장 17절

쉬지 말고 기도하라

기도는 우리에게 항상 과제다. 신년을 맞이하며 ‘기도하기’를 목표로 삼았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한해를 마감하며 얼마나 기도했는가 돌아보면서 부끄러워한다. 이 또한 우리에게 기도의 필요성을 똑똑히 보여준다. 우리는 너무도 연약하여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분의 도우심을 구하는 일조차 신실하게 하지 못하는 존재다. 항상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구하는 일까지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쉬지 말고”라는 말은 우리에게 죄책감을 갖게하기보다 우리에게 항상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는 걸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하나님이 필요 없는 순간은 없다. 그래서 쉼 없는 기도가 필요한 것이다.

뒤돌아보면 2022년 한해도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조금의 부족함도 없이 공급하셨다. 우리가 기도를 잊은 때에도 성령께서 탄식하며 우리를 위해 간구하시고(롬 8:26), 예수님께서 아버지 우편에서 우리를 위해 간구하셨기 때문에(히 7:25),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온갖 좋은 은사와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기도는 짐이 아니라 특권이다.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를 더욱 깊이 그리고 가까이에서 경험한다.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드리고, 또 기도에 힘쓰기를 간절히 구한다.

신뢰하라(Trust): 시편 143편 8절

아침에 나로 하여금 주의 인자한 말씀을 듣게 하소서 내가 주를 의뢰함이니이다 내가 다닐 길을 알게 하소서 내가 내 영혼을 주께 드림이니이다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태도, 쉬지 않고 기도하는 삶의 방식은 한 마디로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보여준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하기 원하는 것은 다윗이 시편 143편을 통해 주를 의뢰(신뢰)하는데 필요한 자원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나로 하여금 주의 인자한 말씀을 듣게 하소서.” 말씀이 우리로 하나님을 신뢰하게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말씀을 영감으로 기록하신 하나님께서 기록된 성경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을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초자연적인 역사를 행하신다는 것이다. 다윗은 이것을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 얻기 원했다.

올해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성경 읽기를 시도했을 것이다. 중도하차한 사람도 있고, 끝까지 완주했지만 거의 의무적으로 오늘까지 끌려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코 말씀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서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신비롭고 영광스러운지 알아야 한다. 매일 극도로 흥분하여 성경을 읽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매너리즘에 빠져서 의무적으로 읽는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말씀을 전혀 읽지 않는 지경까지 갔다면 하나님을 신뢰하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회개하라). 하나님 말씀이 없었다면 2022년에 우리는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했을 것이다. 그분이 인도하시는 길로 평안하게 걷지 못했을 것이다. 주님이 아닌 여러 우상에 내 영혼을 빼앗겼을 것이다. 주께서 말씀으로 내게 베푸신 은혜에 감사드리고, 또 새로운 해에 아침마다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의뢰하게 하시기를 구하라.

행동하라(Act): 갈라디아서 5장 7절

너희가 달음질을 잘 하더니 누가 너희를 막아 진리를 순종하지 못하게 하더냐

순종은 구원의 열매다. 야고보가 말한 것처럼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참된 구원을 일으키는 믿음은 행함이 따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거나 적게 맺을 수 있는 것처럼, 구원받은 성도도 많은 순종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도 있고, 또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 적은 열매를 거둘 수도 있다. 바울이 본문에서 갈라디아 교회 성도를 꾸짖는 것을 보면, 그들이 믿음의 열매로 순종하는 삶을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가리켜 “달음질을 잘” 했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과거에 그랬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들이 멈춰있다. 누군가가 그들을 막아 진리를 순종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열매의 부재는 항상 진리의 문제다.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이 은혜의 복음을 버리고 율법주의적인 복음을 따랐을 때 진리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진리를 순종하지 않았던 것처럼, 거짓 교훈은 올바른 길로 달려야 할 성도를 막아 역방향으로 뛰게 만든다. 2022년을 돌아보라. 당신은 오늘까지 열심히 달려왔는가? 만일 멈춰 있다면 혹은 엉뚱한 길로 달리고 있다면 누가 혹은 무엇이 당신을 어긋나게 만들었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대로 살지 않는 삶을 방치하면 안 된다. 썩은 열매는 결국 뿌리까지 내려가 심겨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회개하고 그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자. 2022년 씨름했던 불순종의 영역을 주님께 자백하고, 새해에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 보라.

감사하라(Thank): 골로새서 3장 17절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우리의 모든 ‘행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는 일이다. 말이든 일이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한다는 말은 목적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를 높여드리기 위함이라는 말이고, 동력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지혜와 힘으로 한다는 말이며, 방법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기뻐하시는 방법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일이 “감사”로 귀결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처럼 오직 주 안에서 자랑할 수 있고, 분명 내가 한 일이지만 모두 하나님 은혜로 된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

2022년 한해를 돌아보면 감사하기 어려운 일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그를 힘입어”라는 단서가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감사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신뢰하기 때문에, 악을 선으로 바꾸신다는 약속을 붙잡기 때문에, 우리의 행함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보상하실 것을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다. 사실 감사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인데(내 영혼을 포함하여) 내 것을 달라고 떼쓰고, 모든 존재가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있는데(내 영혼을 포함하여), 나를 기쁘게 해달라고 부르짖을 때, 자발적인 감사는 사라지고 거래조건으로 감사를 내건다.

우리는 감사와 찬양을 주께 돌리기 위해 창조되었고, 그 일에서 도망쳐 타락했으며, 다시 그 일로 회복되는 구원 다른 말로 재창조를 입었다. 2022년 모든 것에 하나님께 감사하자. 그리고 새해에도 모든 일에 하나님께 감사하기로 결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