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맞이하는 달의 명절”이고 “농경민족으로서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여 풍년을 축하, 감사하며 햇곡식으로 밥, 떡, 술을 빚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여 그 은혜에 보답했다”라고 한다. 나아가 추석에 조상들은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소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씨름, 활쏘기 등 세시풍속을 함께하며 공동체의식을 다졌다”라고 한다. 삼국시대 초기부터 즐기던 명절로 문헌에 기록된 추석을 우리는 2022년 올해도 지키고 있다.
어렸을 땐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고 용돈도 받을 수 있으며 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공휴일 정도로 여긴 것 같은데(성인이 되어서도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비슷하게 여길 수 있겠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념하기 위한 ‘절기’를 더욱 뜻깊게 보내기 위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바른 태도는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수확의 기쁨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그에게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전 5:19)
창조주이시며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우리의 필요를 공급하신다. 농부가 수확의 기쁨을 얻는 것, 직장인이 지금까지 일하면서 일한 만큼의 대가를(제 몫) 받아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리는 일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아니라 그 달을 만들어 우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매순간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기념해야 한다. 만물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보여주기 위해 창조됐고, 그에 따른 마땅한 반응은 하나님을 알고 감사하고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롬 1:20-21). 절기와 계절을 주셔서 심고 가꾸고 거두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한다.
물질적 수확만이 전부가 아니다. 바울은 씨를 뿌리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자라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말하지 않았는가?(고전 3:6) 하나님은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실 뿐만 아니라 영적 성장에 필요한 일용할 영적 양식도 넉넉하게 공급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편의 노래를 부르며 영육간의 수확의 기쁨을 주신 하나님을 높여 찬양해야 한다.
모든 육체에게 먹을 것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36:25)
우리는 주의 백성이요 주의 목장의 양이니 우리는 영원히 주께 감사하며 주의 영예를 대대에 전하리이다(시 79:13)
2022년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공급하신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필요를 어떻게 만족시키셨는가? 물질적으로 받은 축복, 영적으로 얻은 은혜를 헤아리면서 그에 마땅한 감사를 하나님께 돌려드리자. 이스라엘 민족이 주로 미혹된 우상은 흥미롭게도 수확과 관련이 깊다. 수확의 기쁨을 주신 분을 제대로 알고 기억하고 감사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뚱한 대상을 기념하고 섬길 수 있다. 이 특별한 절기에 가족끼리 좋은 영화를 보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우선 한 자리에 모여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무엇인지 얘기해보고, 그에 합당한 감사의 찬양을 드리는 것은 어떨까? 자녀가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마땅히 감사해야 할 그분께 감사를 돌리게 하는 것을 가르치라. 이것이 주의 교훈과 훈계로 하는 양육이 아니겠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기쁨을 나누기 원하신다
할렐루야 새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며 성도의 모임 가운데에서 찬양할지어다(시 149:1)
매년 우리는 하나님께 “새 노래”로 노래한다. 새로운 노래를 지어 부른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매번 새로운 감사 제목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내용으로 받은 은혜에 관하여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우리는 “성도의 모임 가운데에서” 한다. 신약 성경엔 하나님께 공동체가 함께 감사하라는 명령이 자주 등장한다.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엡 5:10)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골 3:16)
(너희는)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
우리의 감사가 공동체적인 이유는 먼저 하나님께서 교회로 한 몸된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 내주하신 성령의 능력과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하나님께 넘치도록 풍성한 은혜를 함께 받고 있다. 그러므로 받은 은혜를 높여 찬양하고 마땅히 돌려드려야 할 감사를 표하는 것이 합당하다.
한편 우리는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것으로 기쁨과 감사를 표현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기쁨과 감사는 나눌수록 더욱 커진다. 우리 감사의 대상은 분명 하나님 한 분이시지만, 우리는 베푸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섬기고 서로의 기쁨을 채우는 일로 하나님께 대한 감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아버지 하나님은 자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기뻐하시며,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감사와 영광을 받으신다.
그러므로 추석에 우리가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하나님을 찬송할 때, 먼저 가까운 가족과 함께, 나아가 성도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누려보자.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부어주신 것들을 우리가 서로 나누고, 서로 섬기기 위해 사용할 때, 우리의 기쁨은 더욱 커지고 하나님께 대한 감사가 충만해질 것이다.
사실 하나님께서 한 가족이 되게 하신 지체들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가? 육신의 가족 또 영적인 가족을 주셔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게 하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성화의 도구가 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나아가 가족과 성도를 위해 조금도 나눠본 적이 없는 인색한 자의 마음에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감사가 깃들 자리는 없다. 이번 추석엔 받은 은혜를 반드시 나누자.
영원한 새하늘과 새땅에서 우리는 “감사”를 삼위일체 하나님께 영원히 돌려드릴 것이다.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권능과 힘이 우리 하나님께 세세토록 있을지어다(계 7:12)
구원받은 우리는 영원히 그 나라에서 하나님께 드릴 감사의 축제를 이 땅에 사는 동안 예행연습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가 ‘절기’를 맞이할 때,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고, 삶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기는 이때, 단지 쉬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쉼을 허락하신 안식의 주님을 기억하자. 풍성한 음식과 선물만 보지 말고 영육 간에 모든 필요한 양식과 선물을 아낌없이 주신 하나님을 바라보자. 그리고 마땅히 돌려드려야 할 감사를 하나님께 돌려 드리자.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찬양으로, 받은 은혜를 한 가족이 되게 하신 이들과 나누는 것으로, 그분께서 주신 ‘수확’에 관한 풍성한 예배를 드리는 데 있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간절히 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