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주님의 증인이 되리라

본문: 사도행전 28장

설교자: 조정의

사도행전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you will be My witnesses)”(행 1:8).

그러므로 사도행전은 사도 및 제자들이 예수님의 증인이 되어 주를 전파하는 역사를 다룬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 바울 등의 사도들과 빌립, 스데반, 아굴라, 브리스길라, 수많은 무명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을 시작으로 온 유대와 사마리아, 땅 끝까지 이르러 주님께 받은 사명에 충성된 주님의 증인이 되었다. 

한편 사도행전은 ‘성령행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성령의 권능을 받아 맡겨진 사명을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증인이 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런 면에서 제자들의 사역이자 예수님이 성령을 통해 제자들의 삶에 이루신 주님의 역사다. 우리는 예수님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은 성령의 능력으로 반드시 우리를 증인이 되게 하신다.

이것을 잊지 말라. 당신이 받은 사명은 주님의 증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성령의 권능으로 당신을 자기의 증인이 되게 하신다. 바울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 이 진리가 우리의 것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주님의 증인이 되리라!” 새롭게 결단하고, 하나님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를 사용하시길, 계속해서 우리를 통해 성령 행전을 써 가시길 간구하자.

1. 멜리데에서(1-15절)

멀고 먼 항해는 예수님의 대표적인 증인 중 한 사람인 사도 바울이 땅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끼게 한다. 아직, 바울은 로마에 도달하지 못했다. 난파된 배에서 겨우 탈출하여 로마에서 510km 떨어진 한 이름 모를 섬에 상륙했다(1절). 일행은 항해가 불가능한 겨울을 나기 위해 그데레 섬의 서쪽으로 60km 이동하여 뵈닉스까지 가려 했지만 750km나 떨어진 이 (멜리데, 현: 몰타)까지 떠내려온 것이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한 섬에 걸리리라” 말씀하신 그대로 됐다(행 27:26).

주님은 사도 바울을 멜리데 섬에서 성령의 권능으로 자기 증인이 되게 하셨는데,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그렇게 하셨다.

① 독사 사건

첫 번째 사건은 구조된 후 얼마 안 되어 일어났다. 이때는 가장 날이 찬 11월, 비가 오고 난파된 배에서 바다를 건너 섬으로 오면서 흠뻑 젖었기 때문에 그들에겐 따뜻한 불 앞에서 몸을 녹이는 휴식이 절실했다. 주님은 섬의 원주민들을(페니키아 인) 통해 동정을 베푸셨다. 그들은 불을 피워 사람들을 영접했다(2절).

그때 바울도 그들을 거들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으려 했는데, 동면하고 있던 독사가 뜨거운 불 때문에 나와 바울의 손을 물었다(3절). 원주민들은 이를 보고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조를 받았으나 공의(디케)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라고 말했다(4절). 정의의 여신, 복수의 화신 디케를 의인화하여 ‘공의’라고 말하면서 그 신이 바다에서 이루지 못한 복수를 독사를 통해 한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바울은 그 짐승을 불에 떨어 버렸고 조금도 몸이 하지 않았다(5절). 뱀에 물리면 물린 곳이 독 때문에 붓고 독이 몸에 빠르게 퍼지면서 갑자기 쓰러져 죽는 것이 보통인데,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바울은 멀쩡했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바울이 신이라고 생각했다(막 16:18,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①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②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② 치유 사역

독사 사건은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사람 보블리오의 관심을 끌었다. 많은 토지를 소유한 그는 바울을 비롯한 몇 사람을 자기 집에 영접하여 사흘이나 친절하게 머물게 했다(7절). 그런데 보블리오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있었다(8절). 멜리데 섬에 흔한 병으로 고열과 창자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나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병이었다. 

그때 주님은 성령의 권능으로 그를 고치셨다. 바울이 기도하고 안수할 때 치유의 능력이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에게서 안수의 대상인 보블리오 부친에게 임했다. 이를 시작으로 하나님은 섬 가운데 다른 병든 사람들을 바울을 통해 고쳐주셨다(9절). 바울은 섬에 표류된 한 죄수에 불과했지만, 하나님은 성령의 능력으로 바울이 만난 여러 상황 속에서 담대하고 거침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게 하셨다. 

멜리데 섬에서 석 달, 겨울을 난 후 또 다른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로마를 향해 떠났다(11절). 배엔 병 고침 받은 섬사람들이 실어준 음식과 물건들이 차 있었다(10절). 하나님은 바울을 통해 폭풍 속에서 그들의 생명을 건져주신 참 신이 누구신지를 분명히 보여주셨지만, 그들은 배 머리 장식으로 디오스구로를 두었다(11절). 디오스구로는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들, 카스토르, 풀룩스로 쌍둥이자리의 주인공이자 항해자들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신이었다(해적 퇴치). 

항해는 어려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전과 비교하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수라구사에서(12절, 사흘) 레기온(13절)을 지나 마침내 로마 본토의 항구인 보디올까지 무사히 도착했다(13절, 3주 소요). 바울은 3년 전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체계적으로 복음을 정리한 편지를 썼는데, 거기서 이런 간절한 바람을 내비쳤다. 

“내가 그의 아들의 복음 안에서 내 심령으로 섬기는 하나님이 나의 증인이 되시거니와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노라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롬 1:9-12)

 

보디올을 시작으로 숙식할 여관이 많았던 압비오 광장, 트레이스 타베르네(삼관)에서 바울은 간절히 보기 원했던 로마 성도들을 많이 만났다(14절, 거기서 형제들을 만나, 15절, 그 곳 형제들이 우리 소식을 듣고 맞으러 오니…) 그리고 서로 나눈 믿음의 교제를 통해 바울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담대한 마음을 얻었다(15절). 주께서 성도를 통해 성령의 능력으로 바울을 담대하고 거침없는 증인이 되게 하시려고 위로하고 안위하신 것이다.

2. 로마에서(16-31절)

로마는 지리적으로 땅끝은 아니었지만, 땅의 어디든 갈 수 있는 허브와 같은 제국의 수도였다. 바울은 거기서 가택 연금의 형식으로 구금되었다(유숙하는 집(23절), 셋집(30절)). 한 군인의 손목에 사슬로 자기 손을 묶고 언제나 감시받는 식이었지만(16절), 감옥에 완전히 매인 것보다는 훨씬 자유로웠다. 주님의 증인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① 먼저 바울은 로마에 있던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했다. 로마 도착 사흘 후, 유대인 중 높은 사람들 아마도 회당장들을 청하여 모이게 했다(17절). 당시 로마에 약 6만명의 유대인이 있었으니 회당장들도 적지 않게 모였을 것이고 그들 각자가 수십, 수백명의 유대교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죄수였던 바울은 먼저 자기변호를 했다. 1) 나는 우리 조상의 관습을 배척한 일이 없다(17절). 2) 예루살렘에서 억울하게 죄수가 됐지만, 로마 법정도 심문 끝에 나의 무고를 인정, 석방하려 했다(17-18절), 3) 하지만 유대인들이 나의 석방을 반대하여 어쩔 수 없이 가이사에게 상소했고 그래서 내가 여기 왔다(19절). 

자연스럽게 로마의 유대인들은 왜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바울의 석방을 반대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들은 유대에서 바울에 대한 편지도 받은 일이 없고 또 유대인 형제 중 누가 건너와서 바울에 대하여 좋지 못한 것을 전하든지 이야기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21절).

그래서 바울은 그들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자기 민족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소망 때문이라고 말했다(20절). 이스라엘의 소망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기름 부음 받은 자, 그리스도를 통해 민족을 이방 가운데 구원하시고 영원히 견고한 나라를 세우시는 것이다. 회당장들은 바울의 사상이(그리스도를 믿는 도) 어떠한기 원했다(22절). 여기저기서 반대를 받는 줄은 알았지만, 정작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들날짜를 정하고 바울이 유숙하는 집에 모였는데, 많은 사람이 함께 모였다.

로마의 유대인들이 복음을 거절할 만큼 부정적인 선입견이 없었다는 건 하나님의 은혜다. 바울이 많은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거침없이 복음을 전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바울은 주님이 열어주신 그 기회를 담대하게 사용했다.

바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설명)했다. 강론 주제는 유대인의 소망인 하나님의 나라였고, 이를 증언하는 방식은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말 곧 구약성경을 가지고 확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경에 약속된 하나님 나라를 다스리실 영원한 왕, 기름 부음 받은 자,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듣는 모든 이에게 권하였다(23절).

바울이 전한 말을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수는 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바울은 선지자 이사야의 말을 인용하여(26-27절) “하나님의 이 구원이 이방인에게로 보내어진 줄 알라 그들은 그것을 들으리라”라고 책망했다(28절). 수백 년 전 이사야가 꾸짖은(사 6:9, 10) 조상들처럼 유대인 후손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듣고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도 알지 못했다(26절). 이 말씀은 예수님이 천국의 비유를 말씀하실 때 자신을 거절한 백성을 꾸짖으며 성취됐다고 하신 말씀이다(마 13:14-15).

복음의 때는 유대인에게서 이방인에게로 옮겨지는 듯했지만, 주님의 증인인 바울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복음을 전했다. 바울의 가택연금은 2년을 채웠고(온 이태) 그동안 그는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했다(30-31절).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쳤다. 주님께서 다메섹 도중에 그를 불러 말씀하신 것처럼 주를 위한 종과 증인이 되게 하셨다(행 26:16).

전승에 따르면 바울은 풀려나 2-3년 후 다시 로마 감옥에 갇혀 참수형으로 순교하기까지 마지막 구절이 말하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든 담대하게 거침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했다. 클레멘트와 무라토리아 정경에 따르면 그는 원했던 스페인에도 갔다. 로마에 두 번째 투옥되었을 때 자기의 순교를 앞두고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6-8)

3. 지금 여기서(now here)

당신도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 속하는가? 당신에게 맡겨진 사명이 있는가? 그 사명을 마치기 위해 싸워야 할 선한 싸움을 지금 여기서 싸우고 있는가? 당신을 위해 예비된 의의 면류관을 받기 위해 믿음을 지키며 달려갈 길을 지금 여기서 달리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주님의 증인이 되는 걸 하나의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많은 목표 중 하나라고 본다. 하나님은 내가 세운 여러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좋은 것을 주시고, 내가 바라는 복을 주시는 분이다. 그 보답으로 바라시는 대로 주님을 전하는 일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담감과 죄책감을 갖지만, 안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사도행전에 등장한 그 누구도 그런 다양한 삶의 목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주님이 맡기신 사명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살았다. 바로 주님의 증인이 되는 것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독신이든 기혼이든, 노예든 랍비든 그들은 모든 것을 통해 주님의 증인이 되었다. 주 예수께 받은 사명을 마치기 위해서라면 생명조차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행 20:24). 사명을 위해 모든 수고와 고통을 기쁨으로 감수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성령의 능력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과 부활의 능력이 성령을 통해 내 것이 되었을 때,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주께서 우리를 주님의 증인이 되게 하신다. 육신은 계속해서 자기의 소원을 가장 바라고 추구하라고 말하지만, 성령님은 주님의 사명을 가장 간절히 바라게 하시고 사명을 마치는 그 일을 할 때 말할 수 없는 큰 즐거움으로 기뻐하게 하신다. 성령 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당신을 통해 성령님을 당신을 주님의 증인이 되게 하신다. 당신은 기쁨으로 주님 주신 단 하나의 사명에 충성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