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는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게 될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다. 기계의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올 최후의 전투가 2029년 벌어지게 되는데(이제 7년 남았다), 그 전쟁을 역전시킬 인간 영웅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로 보낸 살인 병기가 바로 터미네이터다. 겉모습은 사람과 유사하지만, 상처를 입으면 금세 금속 갑옷과 전기 배선이 드러나고, 위험해 보이는 붉은 램프가 눈에서 번쩍거린다. 엄청나게 강하고 무시무시한 살인 기계이지만, 똑똑하거나 교활해 보이지는 않는다(최신작에서는 좀 똑똑해졌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신나는 액션 영화 혹은 흥미로운 SF 영화로 보는 사람은 많아도, 진지하게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준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는 2029년의 암울한 미래를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예측한 것 같다. 고철 기계가 사람을 총으로 쏴서 점령한 건 아니지만, 훨씬 더 스마트한 녀석들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사람의 통제를 받도록 만들어진 기계가 이제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 인간 고유의 묵상 기술을 빼앗아 가고, 오래 사고하고 글을 써내는 능력도 없애버린다. 주도적으로 이용하기보다 수동적으로 이용당하고, 시간과 에너지와 물질과 정서 등 많은 인간적 자원을 이 기계에 바치고 있다. 그래서 얻는 건?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적지 않고, 쓸데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스마트한 기기들을 말하고 있다.

물론 기계 자체가 악한 건 아니다. 기계가 의도적으로 해로운 물질을 자체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발암물질로 만들어져 오래 손에 쥘수록 건강이 위험해지는 것도 아니다(물론 전자파 문제는 있다).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한 종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악한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풍족하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더 복잡하고 정신없고 무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스마트한 것들을 통제하고 있는지 아니면 통제받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브렛 맥크라렌은 <지혜 피라미드>라는 책에서 “우리를 병들게 하는 세 가지 습관”을 얘기했다(성서유니온, 2022). 스마트한 것들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태라면 당신은 아래와 같은 습관으로 스마트한 것들에 길들여져 있을 것이다.

1. 과식: 너무 많이 먹는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5시간 스마트 폰을 이용한다(세계 3위). 매일 봐야 할 것과 들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남들이 다 아는 걸 모르면 불안하다. 매일 보던 걸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누가 반드시 하라고 시킨 것 같은 압박감을 스스로 진다). 대부분의 정보는 통합적이고 논리적인 정보가 아니라 파편적인 정보다. 서로 연관 관계가 전혀 없는 정보 조각들을 무수히 많은 퍼즐 조각 더미처럼 머리 속에 부어넣는다. 그래서 각각의 정보를 분별할 시간이 없다. 계속 이런식으로 정보를 섭취하면 무엇이 올바른 정보인지 분별할 능력도 점차 줄어든다. 최고로 믿음직하고 영양가 넘치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하나님 말씀은 현대인들이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시간이 없고, 이미 정크 푸드로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라 먹고 싶은 마음이 잘 생기지도 않는다.

2. 폭식: 너무 빨리 먹는다
맥크라렌은 우리가 정보를 너무 빨리 먹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것을 채우기 원하고, 하루 200회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우리의 뇌는 집중하여 지속적인 생각을 깊이 하는 능력이 계발되지 못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처리방식만 요구받는다. 맥크라렌은 우리가 농부의 수확이 아닌 사냥꾼의 포획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한다고 말했다. 땅을 고르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심고 가꾸는 과정 없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정보를 사냥한다는 것이다. 핫 이슈만를 좇는데 바쁘지, 오래 정립된 가치 있는 것들을 연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보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신속성이다. 이슈가 된다면 신뢰성이나 건전성은 중요하지 않다. 새것을 추구하는 열정이 지나쳐 훌륭한 옛것을 구닥다리 취급하고 검증되지 않은 새것을 신봉하는 경향도 생긴다.

3. 편식: 너무 골라 먹는다
개인의 입맛에 철저히 맞춰 편향된 정보만 계속 얻는 것도 문제다.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들어볼 기회가 점차 줄어든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말해주는 대변인이나 전문가의 의견만 골라 듣는다(예로 좌파 혹은 우파 유튜브만 구독하여 본다). 객관적인 진리를 발견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진리의 철옹성을 쌓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정보 처리 방식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가장 심각한 건 말씀의 편식이다. 내 입맛에 맞는 말씀만 골라 듣는다. 말씀 위에 자기 권위를 두는 심각한 문제다.

스마트한 것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면, 다시 어떻게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 기계의 통제를 받기보다 기계를 통제하며 살아가는 스마트하고 경건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저스틴 휘트머 얼리가 <크리스천 일상 정리법>에서 추천한 다음의 방법을 실천해 보라(생명의말씀사, 2022).

1. 금식: 절제하라(고전 9:25; 갈 5:21-22; 딤후 3:7)
저자 얼리는 스마트폰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라고 권면한다. 콘텐츠를 올리거나 대답할 필요가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알림을 해제하고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앱을 최소화하며(좋아요나 댓글을 요구하는 앱), 하루 한 시간 정도는 스마트폰을 완전히 끄고 생활하는 연습을 하자. 스마트폰을 보기 전 반드시 먼저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미디어(영화, 드라마 등) 감상은 정해진 목록을 가지고 정한 시간에, 검증하고 선별하여 하는 것이 좋다.

2. 느리게 먹기: 깊이 성찰할 시간을 가지라(시 119:15, 97, 99, 148)
오래 시간을 두고 깊이 성찰하는 습관을 들이라. 한 달에 한 권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조언을 받아 독서하라. 하나님이 쓰신 또 한 권의 책, 만물을 스마트 기기의 방해 없이 감상하고 온전히 즐기는 시간을 가지라. 성경적인 설교가 전파되는 곳에 꼭 참석하고, 말씀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으며, 설교를 듣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라.

3. 골고루 먹기: 다양한 관점을 접하라(골 3:16-17; 살전 5:11; 히 3:13)
마음에 맞는 사람만 골라서 교제하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과(성도들과) 일주일에 적어도 한 시간 교제하는 습관을 갖자. 나에게 편한 사람뿐만 아니라 편하지 않은 사람, 나를 챙겨주는 사람만이 아니라 내가 챙겨야 할 사람 모두를 포함하여. 우리는 친밀한 교제를 위해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상처받을 용기를 내야 하고, 상처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일상의 대화를 영적으로 전환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위로와 권면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자. 또한 보는 것과 듣는 것을 평가하자. 단순히 재미있고, 없고의 기준이 아니라 담고 있는 메시지가 어떻게 성경적/비성경적인지 또 어떤 유익을 주고 문제점을 보이는지 충분히 따져보자.

우리는 스마트한 것들과 통제권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싸울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 문제라는 걸 알고, 주도권을 되찾아야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살아왔던 방식을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똑같이 흘려보낸다. 전투에서 계속 밀리고 패배하는 것이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이 형성될 때 두뇌는 의사 결정에 관여하기를 완전히 멈춘다”라고 말했고, 듀크 대학에서는 “우리가 매일 취하는 행동의 40%는 선택이 아닌 습관의 결과물”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마트한 것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지는 습관에서 이기는 습관으로.

한편, 이 싸움은 영적 싸움이다. 원수 마귀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성령으로 심령이 새롭게 되면 우리가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어 이 싸움에서 점차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옛 사람의 습관에서 새 사람의 습관을 입는 것, 승리의 비결은 성령께서 우리 마음을 새롭게 하시고 주를 기쁘시게 하는 소원과 그렇게 사는데 필요한 능력을 채워주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의 역사를 구하라. 하나님께서 보장하신 최후 승리를 얻는 그날까지. 성령의 통제를 받으면 우리는 스마트한 것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똑똑하고 예쁜 기기들이 우리가 더욱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그분을 아는 향기를 나타내는 데 유용한 도우미가 될 것이다.

스마트한 것들과 매일의 전투에서 승리하자. 통제받을 것인가 아니면 통제할 것인가?

추천도서

  • 브렛 맥크라렌 <지혜 피라미드> 성서유니온, 2022 서평
  • 저스틴 휘트머 얼리 <크리스천 일상 정리법> 생명의말씀사, 2022 서평
  • 토니 라인키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 CH북스, 2020 서평
  • 토니 레인키 <스펙터클 문화 속의 그리스도인> 개혁된실천사, 2021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