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작은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수술이라도 해야 할 검사가 많았습니다.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고 이리저리 돌아누우라고 하고 팔을 들었다 내렸다 다리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니 상의를 탈의하라고 하고 젤을 바르고 여기저기를 쿡쿡 찔러가며 배에 숨을 넣었다 빼라고 하였습니다.

피를 세 번 뽑아가고 소변을 받아오라고 하고 열 검사를 한다고 옷을 다 벗으라고 합니다.

 

병실에 누워있으니 링거를 맞기 위해 큰 바늘을 팔에 꽂습니다.

수술에 앞서 맞아야 한다며 엉덩이에 바늘을 두 번 찌르고 수술실에 들어서니 척추에 마취주사를 놓습니다.

날카로운 도구들로 나의 무릎을 뚫고 째고 찌르며 연골을 잘라냅니다.

병실에 돌아오니 8시간은 고개를 들지 말라고 합니다. 누워서 죽을 먹고 누워서 소변을 받으라고 합니다.

무릎에 찬 물과 피를 뽑아내야 한다면서 아프게 찌릅니다.

 

저는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냥 와서 저에게 상의 탈의를 하라고 하고 뒤로 돌아눕고 팔을 들으라고 요구한다면,

옷을 다 벗으라고 한다면, 엉덩이를 찌르고 팔을 찌르며, 무릎에 구멍을 내고 연골을 찢어도 되냐고 묻는다면

그 요구 자체가 얼마나 무례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인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어이없는 요구들에 모두 순응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저도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모두 감수하였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에 저는 “동의”하겠다고 서약까지 했었습니다.

어찌 보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이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필요한 과정이라고 굳게 신뢰하였습니다.

 

제가 수술에 동의한 것은 그것이 저를 고통에서 해방하고 더 나빠지지 않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건강한 삶을 얻기 위해 저는 모든 과정을 인내하며 감당하였습니다.

 

병실에 누워있으면서 우리의 영적인 삶 역시 그렇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을 거치지 아니하면 우리는 죄의 열매를 맺다가 영원한 멸망(사망)으로 고통 중에 살아야 할 인생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겠다 약속하시고 “동의서”를 받아가셨습니다. 그분이 하시는 대로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단단한 마음을 부수고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주셨습니다(겔 11:19; 36:26)

그리고 여전히 죄의 영향을 받는 우리의 지체들을 계속해서 거룩하게 만들어 가십니다. 우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것을 온전히 이루시고 계십니다(빌 1:6). 모든 일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계십니다(롬 8:28). 우리의 영적 의사 되신 하나님은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를 영화롭게 하시는 그 날까지 우리를 계속해서 다루십니다(롬 8:30).

때로 주님은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십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심각한 질병을 허락하기도 하시고, 다리를 다치게도 하십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가시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 긴장을 가져오게 하시고, 사람들의 비방을 받게도 하십니다. 억울한 일을 겪게 하시고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를 겪게 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십니다. 내 자존심을 땅바닥까지 내리라고 명령하기도 하시고(벧전 5:6), 용서하지 못할 사람을 용서하라고 요구하십니다(눅 6:37). 오래 참고 온유하게 대하라고 요구하시기도 합니다(고전 13). 원수를 사랑하라 하십니다(눅 6:27). 남편과 아내를 주께서 하신 것처럼 대하라고 하십니다(엡5). 정부와 직장의 권위에 순종하라 하십니다(벧전 2). 

무릎 수술을 위해 제가 당연히 여기며 순응했던 것처럼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이 일이 결국 내 영혼을 거룩하게 만들어 가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처럼 빚어가시기 위함임을 믿는다면 그 중간에 요구하시는 모든 것에 마땅히 순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는 일상 가운데 주어지는 하나님의 손길과 그분이 요구하시는 일들에 불평과 불만을 잔뜩 늘어놓기 쉽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수술 전 검사들과 수술을 위해 필요한 과정들을 모두 거부하면서 그 결과만을 얻기 원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것은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은 최고의 실력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허락하셔서 우리를 검사(시험)하고 다루십니다(히 12:11-13).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는 그 날까지, 하나님처럼 거룩하고 흠 없게 만드시는 그 날까지 우리를 치료하십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참고 견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이 허락하시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오직 주치의 되신 하나님을 신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뻐하라고 명령하십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의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
너희를 부르시는 이는 미쁘시니 그가 또한 이루시리라(살전 5:23-24)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말씀에 순종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 어려움이 찾아와도, 힘든 일이 생겨도, 고통이 주어져도 기뻐할 수 있습니다. 감사할 수 있습니다. 신실하신 우리 주님이 우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 흠 없이 보전하기 위해 이루고 계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삶에 주어진 모든 일에 우리는 하나님의 강력한 손길을 경험합니다. 그분이 다루고 계십니다. 내 삶을 만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분이 요구하시는 모든 것에 기쁨으로 순종할 수 있습니다. 그분이 주시는 모든 환경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좋은 환경이 아니라 우리의 주치의 되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는 것을 잠시도 쉬지 않는 것입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