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신자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성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독교 안에는 여러 가지 견해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 견해의 차이는 인간의 지혜와 이해력의 한계에서 옵니다. 감추어진 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지만 정답은 여호와께 속해있기 때문입니다(신 29:29).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견해의 차이는 성경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모든 신자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그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는 신자에게 “어떻게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곧 그가 가지고 있는 성경에 대한 진정한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디모데후서 3장 16절은 성경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본문이 말하는 “모든 성경”은 구약성서를 가리키지만, 히브리서 1장 1절에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라고 언급한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신약성서 역시 디모데후서 3장 16절에서 언급한 성경 기원의 원리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참고 벧후 3:15-16). 구약과 신약의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감동”은 한 단어로 “영감” 혹은 “감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헬라어로는 “하나님”과 “호흡”이라는 단어들의 합성어입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하나님의 호흡, 즉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시편기자는 하나님의 호흡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으로 하늘이 지음이 되었으며 그 만상을 그의 입 기운으로 이루었도다(시 33:6)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이 가진 능력입니다. 그의 말씀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존재하게 합니다. 생명 없던 것에 생명을 불어넣으십니다. 흑암 가운데 빛을 만들어 내십니다. 인간이 아직도 다 헤아리지 못한 광활한 우주를 말씀으로 지으셨습니다. 눈에 다 담지 못할만큼 거대한 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도 그의 말씀으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가는 말은 헛되이 그분께 되돌아오지 않으며 하나님이 기뻐하는 뜻을 이룹니다(사 55:11).

이 무궁한 하나님의 말씀이 지닌 권위와 권능을 과소평가하는 성경에 대한 관점이 있습니다. 소위 자연영감설이라 불리는 이 관점은 성경의 권위를 인간이 가진 권위만큼 낮게 책정합니다. 성경을 인간의 순수한 창작물이라고 봅니다. 천재적인 작가가 남긴 위대한 문학작품처럼 성경도 뛰어난 작가들의 천재성에 의해 기록되어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위대한 고대 문학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고대 문서로서 성경의 가치를 인정합니다. 고대문명의 역사와 사회, 관습과 종교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도덕과 윤리적 가치에 대해서도 그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인간의 창작물로서 갖는 권위와 영향력입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이 관점을 지지할 수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시고 그 위에 계신 분으로서 만유를 다스리시기 때문에 그가 부여한 창조력과 재능으로 인간이 쓴 것이므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위대한 소설들도 이와 같은 관점 아래 성경과 동일한 부류로 취급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이 쓴 여느 책처럼 성경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 관점 아래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부를 수는 있습니다.

사본학의 거장 부루스 메츠거 박사의 제자, 초대교회와 예수의 생애에 대한 권위자인 바트 어만은 그의 책 <성경 왜곡의 역사: 누가 성경을 왜곡했는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성서는 매우 인간적인 책이다

그가 성경을 무가치하게 바라볼까요? 아닙니다.

나는 여전히 성서와 성서에 들어 있는 수없이 다양한 메시지들의 진가를 인정한다. 또한 그만큼 나는 신약성서 시대 및 그 직후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쓴 다른 저작들…의 진가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성경의 진가를 인정하지만 인간의 책으로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바트 어만의 <성경 왜곡의 역사>는 2006년 문화관광부 교양도서로서 The Quill Book Awards에 수상되었는데,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성공회대학원 교수, 서울대학 종교학과 교수 등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어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그 문자들을(원본)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그 말씀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만일 하나님이 당신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보존하는 기적을 행하지 않았다면, 먼저 문자에 영감을 불어넣는 기적을 수행했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라(벧후 1:21)

신약성서의 대부분을 기록한 사도 바울은 뭐라고 하나요?

우리가 이것을 말하거니와 사람의 지혜가 가르친 말로 아니하고 오직 성령께서 가르치신 것으로 하니(고전 2:13)

다윗도 이렇게 증언합니다.

여호와의 영이 나를 통하여 말씀하심이여 그 말씀이 내 혀에 있도다(삼하 23:2)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렘 1:9)

하나님은 에스겔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자야 내게 네게 이를 모든 말을 너는 마음으로 받으며 귀로 듣고 사로잡힌 네 민족에게로 가서 그들이 듣든지 아니 듣든지 그들에게 고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이 이러하시다 하라(겔 3:10-11)

성경의 마지막 책, 계시록의 저자 사도 요한도 이렇게 증언합니다.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네가 보는 것을 두루마리에 써서(계 1:10-11)

만일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이 성경에 대해 자연영감설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그는 성경이 가진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말씀을 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성경은 인간의 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펴서 여러 가지 도덕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는 있습니다. 공동체를 단합하게 하고 유지시키며 지속케 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하나님 말씀의 권위는 강단에서 선포될 수 없을 것입니다.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이 이 같은 관점을 가진다면, 그에게 있어 성경은 여러 부분에서 가치있는 연구대상이 될 것입니다. 고대문서로서 문학적, 종교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위대한 자료일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그에게 있어서도 이 책의 가치는 인간의 책이 담을 수 있는 가치로서의 한계점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성경이 하나님으로부터 직접적인 권위를 부여받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단지 인간만의 순수창작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인간의 천재성에 기초한 책이 아닙니다. 단지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업적으로서의 가치만 지닌 것도, 오래된 고전 문학으로서의 진가만 인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은 그보다 더 큰 하나님의 권위와 권세를 지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다음시간에는 자연영감설보다는 하나님의 권위를 조금 더 인정한 관점인 동력영감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