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며칠 전에 결혼 칠 주년을 기념하였습니다.

어떻게 칠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지 지금 돌이켜 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더 오랜 세월 결혼 생활을 하신 분들은 칠 년이면 신혼이라고 이야기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아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었고,
아내가 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를 새겨 들었고,
다른 그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원했고,
아내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때 말입니다.

흥겨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자랑하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대화하며
무언가를 함께 경험하는 것이 너무 기쁘고 신이 났습니다.

많은 부부들이 공감하겠지만,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칠 년이 지나 지금 제가 하는 일들이 달라진 것은 많이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아내와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합니다.

집안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읽고 배운 내용을 나누기도 하며
가려운 등도 긁어주고 저린 팔도 주물러 줍니다.

제가 하는 일들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항상 과거가 더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때를 회상합니다.

과거형입니다.

계시록 말씀을 보면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아
에베소 교회에 이런 경고를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 2:4)

무엇이 문제일까요?

에베소 교회는 여러 가지 칭찬 받을 만한 일들을 했었습니다.

주께서 그들의 행위와 수고와 인내를 안다고 말씀하셨습니다(계 2:2).
그들은 악한 자를 용납하지 않고, 거짓 교사들을 드러내어 징계했고,
주의 이름을 위해 견디고 게으르지 않게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 모든 일들과 수고를 하는 교회에게 한 가지가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주님과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변화가 바로 찾아오진 않았지만, 가슴 뛰는 경험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엔 일주일 동안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을 마다하면서
계속 기타를 치며 하나님을 노래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창세기부터 읽으면서 각 장을 요약하여 시를 쓰기도 했었고,
시편을 재해석하여 자작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때 쓴 낡은 공책들을 살펴보면 저는 그 때 제가 주님을 얼마나 갈망하고
사랑했는지 기억이 납니다.

역시, 과거형입니다.

에베소 교회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계 2:5)

무엇이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일까요?

무엇이 주님에 대한 나의 사랑을 갉아먹고 있을까요?

누가 내 마음의 중심에 계신 주님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일까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주님의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진 것일까요?

염려와 근심이 주님이 마음에 들어설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의 여러 가지 오락과 스포츠, 드라마가 좋아져
주님과 교제가 시시해진 것일까요?

내 자아를 실현하고 꿈을 이루며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사모하는 것보다 더 나를 기쁘게 해주는 일이 된 것일까요?

어디에서 주님을 향한 나의 처음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처음 행위를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며칠 전 아내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잊지 말아줘요”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이었지만, 이 한마디가 하루 종일 제 마음 속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났습니다.

내가 눈 앞에 있는 여러 가지 급하고 바쁜 일 때문에 밀어냈던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기회들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10)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잊지 않을 때 가능합니다.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기억할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모세와 여호수아를 통해
그리고 그 이후 다윗과 선지자들을 통해
”잊지 말라”는 명령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듣게 됩니다.

그들이 기억해야 할 하나님이 곧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변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아들을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하나님은
오늘도 그 동일한 사랑으로 우리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언제나 현재형입니다.
독생자를 우리를 위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하지 않습니다.

기억합시다.

잊지 맙시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사랑,
측량할 수 없는 사랑, 헤아릴 수도 없는 깊고 높고 넓은 그 사랑

구주를 죽게 한 하나님의 풍성한 긍휼과 은혜와 사랑…
언제나 변함 없는 현재형 하나님의 사랑

그 사랑을 더 알기 위해 성경을 묵상합시다.
그 사랑을 더 깊이 깨닫기 위해 성도를 사랑합시다.
그 사랑을 더 많이 헤아려보기 위해 기도합시다.

주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그분의 우리에 대한 사랑처럼
언제나 현재형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아침 일찍 눈을 떠서 그분 앞에 나가고
주님을 사랑하기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주님을 사랑하기에 모이기에 힘쓰고
주님을 너무 사랑하여 형제 자매를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주님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찬양과 경배를 드리는
하루 하루가 되기를,
날마다 멀어지는 처음 사랑을
그것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지켜내고
진실한 주를 향한 사랑을 날마다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