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출판된 게리 채프만의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출판 당시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고 영어판만 5백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엄청난 흥행에 이어 후속작이 계속 쏟아져 나왔는데 <5가지 칭찬의 언어>, <5가지 사과의 언어>, <자녀의 5가지 사랑의 언어>, <십대의 5가지 사랑의 언어>, <싱글의 5가지 사랑의 언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5가지 사랑의 언어>, <남성을 위한 5가지 사랑의 언어>, <청소년이 알아야 할 5가지 사랑의 언어>, <하나님의 5가지 사랑의 언어>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5가지 시리즈’의 핵심은(첫 번째 책 ‘5가지 사랑의 언어’에 따르면) 사람마다 각자 사랑을 느끼는 방식(제1의 사랑의 언어)이 다르며 이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인정하는 말, (2) 함께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 (5) 스킨십. 내가 바라는 방식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사랑을 표현하는 것, 의지적으로 선택하여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것, 미운 마음이 들어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관계를 더욱 친밀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한편 젊은 세대 가운데 많은 인기를 끄는 테스트가 있는데, 바로 MBTI 성격유형검사이다. 16가지 유형으로 모든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여 내향/외향, 직관/감각, 감정/사고, 인식/판단 중 각각 어느 유형에 가까운 성격인지 몇 가지 질문에 응답한 내용을 토대로 알려준다. 유사한 검사로는 히포크라테스 기질 테스트, TCI 기질 및 성격 검사, DISC 성격유형검사 등이 있다.

‘사랑의 언어’와 MBTI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개인의 타고난 본성, 동기, 마음, 기질, 성격 등을 밝혀 특별한 유형으로 분류 및 규정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선물’이 제1의 사랑의 언어인 사람이다
당신은 ENFJ의 성격유형을 가진 인간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가볍게 웃고 넘어갈 정보로 취급할지 몰라도 어떤 사람에겐 이런 규정이 A형의 혈액형을 가진 것과 같은 변하지 않는 사실로 여겨진다. 만일 당신이 후자에 가깝다면, 특별한 기질과 성격, 사랑을 느끼는 방식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편이라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의문1: 하나님께서 사람을 이렇게 창조하셨는가?
수많은 눈 결정체가 서로 같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별 중 완전히 똑같은 별이 없는 것처럼 사람은 외적인 모양뿐만 아니라 내적인 모양까지 누구 하나 같지 않다. 기계로 찍어 파는 것이 아닌 손으로 만든 물건이 미세하게 서로 달라 각각 독특한 물건이 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사람을 직접 손으로 지으셨기 때문이다.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내가 은밀한 데서 지음을 받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음을 받은 때에
나의 형체가 주의 앞에 숨겨지지 못하였나이다
내 형질이 다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하나님이여 주의 생각이 내게 어찌 그리 보배로운지요
그 수가 어찌 그리 많은지요(시 139:13-17)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다윗의 시 139편은 하나님께서 각 사람을 얼마나 신비롭고 기묘하게 창조하시는지, 각 사람의 영혼에 두신 뜻과 생각이 얼마나 많고 보배로운지 우리를 감격하게 한다. 하나님은 당신을 아주 특별하게 창조하셨다. 당신이 느끼고 원하는 것을 다섯 가지로 혹은 당신의 성품과 성향을 16가지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MBTI 결과는 같지만, 주변 사람이 볼 때 너무나 다른 사람이 있다. 사랑을 원하는 방식이 비슷해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핵심은 자신을 규정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을 규정하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다. 당신을 위해 정한 날이 모두 그분의 책에 기록되었다. 사람이 개발한 성격—기질 검사 결과지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당신에게 품으신 생각은 훨씬 더 크고 많고 보배롭다. 결코 이런 것들로 당신을 규정하려 하지 말고 오직 당신을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심히 기묘하게 창조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의문2: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은 그 자체로 선한 것인가?
사랑의 언어나 MBTI는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 사역의 다양성과 초월성을 다 담을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래서 그것으로 사람을 규정하려는 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창조된 사람이 타락했다는 사실에 있다. 사랑의 언어와 MBTI 등은 사람의 성향, 성격, 동기, 기질 등을 밝히려 애쓰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타락했다는 사실은 밝혀내지 못한다.

외향적인 기질의 다른 말은 자기 자랑과 교만일 수 있다. 내향적인 기질 안에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평안을 추구하려는 이기심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직관과 감각은 그 자체로 선한 것이 아니다. 왜곡된 직관과 편향된 감각은 사람의 정욕이 표출되는 주요 통로가 된다. 당신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장 크게 받는가? 좋다. 하지만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당신이 배출하는 감정이나 생각, 행동은 어떠한가? INFP라서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가?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신 안에 어그러진(타락한) 속성에 따른 것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마 15:18-20)

그러므로 사랑의 언어나 MBTI 등이 말하지 않는 당신의 죄성을 간과하지 말라. 또한 각종 검사 결과 뒤에 숨어 당신의 죄에 대한 핑계를 대지 말라. 예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당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악한 것에서 당신의 모든 말, 모든 생각, 모든 행동이 자라난다. 그것이 당신을 더럽게 한다.

의문3: 성령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무엇을 바꾸시는가?
사랑의 언어나 MBTI는 하나님의 창조, 사람의 타락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원의 놀라운 능력을 간과한다. 당신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롬 8:29-30)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예수님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이었는가? 예수님의 MBTI는 무엇일까?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리는가? 예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특정한 방식으로만 사랑을 느끼거나 표현하지 않으셨을 것이다(요일 4:16). 예수님은 완벽한 사람으로 모든 성향, 성품, 성격, 동기, 본성에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면에서 충만하신 분이셨다(요 1:14). 하나님께서 당신을 구원하신 목적은 바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함이다.

이 말은 당신의 기질이 사라지거나 성향 자체가 불분명해진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성격을 갖게 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당신을 아들 예수님의 형상으로 변화시키신다는 것이다. 사랑의 언어나 MBTI가 규정한 모습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주님의 온유, 겸손, 사랑, 자비, 긍휼, 은혜 등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점차 변화될 것이다. 사랑의 언어나 MBTI 등이 간과한 당신의 죄성을 성령은 결코 지나치지 않으신다. 그분은 당신의 연약함을 도우시며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당신을 위하여 친히 간구하신다(롬 8:26). 당신이 하나님의 양자로서 죄성을 가진 몸에서 속량 되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결론
앞서 말한 세 가지 의문은 복음의 관점으로 바라본 사랑의 언어와 MBTI 등의 문제다: 창조, 타락, 구원. 개인이 사랑을 느끼는 방식이 주로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서, 자신의 성격 유형이 대략 어떤지 알고 싶어서 관련 자료를 참고하는 것을 큰 이단의 죄에 빠진 것처럼 몰아세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당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반드시 복음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신비롭고 보배로운 생각으로 당신을 바라봐야 한다. 그 하나님을 떠나 온갖 죄와 세상 풍조에 따라 육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당신의 문제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와 아버지 하나님의 주권적인 구원의 역사와 주를 믿는 자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권능이 당신을 아들의 형상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변화시키고 계심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먼저 하나님의 얼굴을 묵상하고 하나님에 대한 직관적 지식을 얻음으로 낮아져서 자기 자신을 면밀히 바라보기 전에는 결코 자기 자신을 아는 순수한 지식에 이를 수 없다”(존 칼빈, <기독교 강요> (생명의말씀사, 2020), 16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