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토니 레인키는 콜로라도 기독교 대학교에서 23년 독서를 통해 배운 23가지 독서 기술을 소개했다(참고). 그는 디자이어링갓 기관 사역자로(커뮤니케이션 부분) 저술, 블로그 활동을 통해 성경적이고 실천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부흥과개혁사에서 출간한 “기독교인 책 읽기 가이드”인 <독서 신학>을 통해 국내 처음 소개된 레인키는(레인키, 라인키, 레인케로 각각 다르게 소개됨),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 (CH북스, 2020), <스펙터클 문화 속의 그리스도인> (개혁된실천사, 2021) 등을 통해 세속 문화 속에서 문명이 주는 해로움을 피하고 그리스도의 영광에 더욱 사로잡힐 것을 요구했다.

23년 독서를 했다는 것도 놀랍고 23가지 독서 기술을 발견했다는 것도 대단하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고 몇 해 지난 후부터였다. 항상 취미로 독서를 즐겼지만, 매일 계획에 따라 두세 권의 책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읽어온 것은 7년 전부터였다. 그래서 토니 레인키 앞에 명함을 내밀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독서 7년, 필자가 배운, 책이 주는 7가지 유익 또는 독서법을 나눠보려 한다. 이 칼럼을 통해 책과 사이가 먼 사람은 책과 친해질 수 있기를, 독서를 즐기는 이들은 몇 가지 새로운 유익을 추구하며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길 기대한다.

1. 필요할 때만 책을 읽지 말고 책을 필요로 하라
대부분 필요할 때 필요한 책을 읽는다. 그 자체로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바쁘고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얼마나 책을 필요로 하겠는가? 필요할 때만 필요한 책을 읽는 것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음식만 골라 먹는 것과 같다.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한다. 설교자는 설교에 필요한 주석과 성경 연구서, 배경서를 읽는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요로 하지 않는 이상, 두꺼운 전기(하나님이 먼저 된 믿음의 선배의 삶에 어떻게 은혜롭게 역사하셨는지 보고 배울 수 있는 귀한 자료)를 읽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7년 독서를 통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할 때 읽은 책을 통해서 얻은 유익 못지않게 책을 필요로 하여 얻은 유익이 많다는 것이다.

꾸준한 독서는 교사가 스스로 생각지 못한 주제와 교훈을 나눌 기회를 제공한다. 설교자가 준비하고 있는 설교문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예화나 매우 값진 문장을 더해준다. 목회자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역의 영역이나 불분명해진 우선순위를 밝혀준다. 막혀있던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오해를 바로잡고 치우친 교리에 균형을 잡아준다. 또한, 탈진된 심신에 위로와 도전을 준다. 필요할 때만 책을 읽으면 이런 유익을 얻을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다. 책을 필요로 하면 풍성한 유익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

2. 무분별한 잡식보다 균형 있는 편식이 좋다
독서를 즐기는 목사들 중에 편식을 금하는 이들이 많다. 가령 복음주의 목사가 복음주의 그것도 자신이 신뢰하는 저자의 책만 골라 읽는 것을 비판하고, 넓은 신학적 스펙트럼의 책을 접하고 나아가 세속적인 책까지 다양하게 읽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반대한다. 모든 책이 유익한 건 아니다. 모든 영역의 지식을 고루 아는 것은 무척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 책을 읽는데 자신의 소중한 시간,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데, 이왕이면 가장 유익하고 좋은 책을 읽는 게 좋지 않을까? 특별히 신앙 서적은 성경에 기반한 바른 교훈이 담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성경의 권위를 무시하고 인본주의와 세속주의가 섞여 있는 책을 읽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균형 있는 편식을 하려면 바른 성경 교리(성경론, 신론, 기독론, 성령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등)에 관한 책 하나를 택하여 읽고 동시에 성경을 실천하는 데 지혜를 주는 책(죄와의 싸움, 부부생활, 자녀 양육, 언어생활, 세속문화와의 전쟁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 관한 책 혹은 전기) 한 권을 같이 읽는 것이 좋다. 무분별한 잡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책을 추천해준 사람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신뢰할 수 있는 건전하고 성경적인 저자가 추천하는 책은 일단 안심할 수 있다. 기억하라. 인생은 짧고 책은 많다. 좋은 책만 골라 읽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토니 레인케는 <독서 신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불완전한 책을 완전한 책에 비추어, 불충분한 책을 충분한 책에 비추어, 일시적인 책을 영원한 책에 비추어, 얄팍한 책을 초월적인 책에 비추어 읽겠다고 결심해야 한다”(부흥과개혁사, 2012), 42p

3. 내가 읽은 것을 남에게 알려라
책을 읽는 것은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 고상해 보이고, 그래서 하나의 ‘자랑’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교육적인 영상을 본다고 해도 자기 아이가 유튜브를 하루에 4시간 본다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4시간 책을 본다는 것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하지만 “허탄한 자랑”은 다 악한 것이다(약 4:16). 이렇게 많고 어렵고 다양한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내가 더 낫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독서는 사랑 없는 독서로 쓸데없고 무익하다.

하지만 순전히 남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내가 읽은 것을 나누는 것은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행위는 나와 남에게 기쁨과 유익을 준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배울 때보다 남을 가르칠 때 더 많이 배운다. 읽고 느낀 것을 나누면 배운 교훈을 더 깊이 그리고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자기 것으로 더 빨리 소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나눔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준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교훈과 가르침을 얻게 하고 또 내가 읽은 것에 관심을 갖고 찾아 읽어 같은 유익을 얻게 한다. 그러므로 읽은 것을 나누라. 단체 채팅방에서 나누고, 지인에게 하루 묵상할 수 있는 인용구를 적어 보내고, SNS 등에 짧게 정리하여 공유하라. 가족에게 오늘 읽은 것 중 인상 깊었던 것을 말하라. 어떻게든 읽는 것을 통해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다른 이에게 흘려보내라. 그러면 더욱 은혜가 가득한 독서가 될 것이다.

4. 안심하라. 읽은 것은 원래 쉽게 잊혀진다
가끔 책장에 꽂혀있는 읽었던 책 표지를 보면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TV에 나오는 똑똑한 사람들은 읽었던 책에 나오는 예화도 기억하고 저자가 쓴 정확한 문구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잊는 걸까? 하지만 안심하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 아주 명석한 소수의 지식인들이 놀라운 암기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을 뿐, 나머지는 재차 공부하고 기억하고 찾아보는 것으로 지식을 활용한다. 7년의 독서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1) 먼저 책의 핵심 내용만 기억하자. 가령 케빈 드영의 <그리스도인의 구멍 난 거룩>이면 ‘그리스도인에게 합당한 거룩을 호소하는 책’ 정도로 기억하면 된다. 2) 독서 관리 어플 등을 통해 이 책에 ‘거룩’, ‘성화’ 등의 태그를 달아 놓는다(ireaditnow 사용중). 3) 신선한 충격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긴 문장을 기록해 둔다. 나중에 활용할 수 있도록. 4) 책의 전체 개요(차례를 참고하여) 정리. 그러면 나중에 ‘거룩’이나 ‘성화’에 관한 글을 쓰거나 교제를 해야 할 때 달아놓은 태그를 따라 <그리스도인의 구멍 난 거룩>이란 책을 발견하고, 정리된 개요를 통해 책을 펼쳐 필요한 부분만 다시 읽거나 인용한 문구를 활용하면 된다.

잊는 것은 축복이다. 기억하고 생각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계속해서 바른 교훈으로 우리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힘과 지혜를 얻는 건 은혜다. 그러니 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하여 읽은 것을 활용하고 깊이 우려낸 유익을 계속해서 누리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