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겸손
본문 : 누가복음 18장 9-14절
설교자 : 이병권

눅 18:9-14
[9]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니 하나는 바리새인이요 하나는 세리라
[11]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12]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13]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14]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에 저 바리새인이 아니고
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여러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과연 무엇이 하나님의 인정을 받게 하는 걸까요? 도대체 무엇이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칭찬을 듣게 하는 걸까요?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갈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고 다가서야 하는 겁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오늘 본문은 “겸손”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존찰스 라일은 “진정한 회심의 확실한 증거는 겸손이다.” 라고 했습니다. 겸손하지 않고 참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자신이 죄인이라는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구원받을 수 있다면 겸손하지 않고 구원받을 길은 없습니다. 적어도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할 때는 그래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시작은 물론 그리스도인의 삶의 바탕이 되는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이 겸손에 대해 우리 주님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주십니다.

먼저 이야기의 주인공인 두 사람에 대해서 살펴보면, 바리새인은 당시 유대교에서 가장 힘 있는 집단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엄격한 율법 준수와 전통을 강조했던 사람들입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계속해서 이 바리새인들과 부딪치고 논쟁을 하는데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위선과 자기 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에게 그들은 영적 지도자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본문의 이 바리새인도 그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리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혐오스러운 집단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들은 유대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로마에 바쳤습니다. 거기다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상당 부분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반감은 오죽했을까요? 죄인의 대명사요, 매국노요, 로마에 빌붙은 앞잡이 같은 존재로 여겼습니다.

이 두 사람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니 누가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들어보나 마나였습니다. 시작을 들어보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청중들에게 정말 충격적인,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주십니다. 지금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그리 충격적으로 들리지 않겠지만, 당시 청중들에게는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는 놀라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특별히 9절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그들의 문제의 정곡을 찌르며, 요즘말로 제대로 돌직구를 날렸던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하루에 세 번 기도 시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때가 되면 경건한 유대인들은 기도하기 위해 성전에 올라갔습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이 기도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물결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전의 문을 통과해서 이방인의 뜰을 지나고 유대인들을 위한 안쪽 마당으로 들어갑니다. 그 무리 가운데 바리새인 하나와 세리 하나가 있습니다.

이 바리새인은 기도 시간을 빼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요즘으로 치면 휴가 기간에도 기도하러 오고, 아무리 추워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기도하러 오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반대로 기도 시간을 빼먹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앞쪽에 좋은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죄인들이 더러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어정쩡한 자세로 구석에 서 있는 세리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경건한 자신과 너무도 비교되는 저 더러운 세리, 저절로 비웃음이 나옵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으로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았습니다. 당시 종교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팔을 길게 뻗고 손바닥을 위로 편 채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그리고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당시 바리새인들은 일주일에 이틀을 금식했습니다.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는 엄격한 금식을 했습니다. 십일조도 율법에서 명하고 있는 최대한의 양을 드렸습니다. 그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다른 사람의 본이 된 자신이 대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리는 달랐습니다. 그는 멀찍이 서 있었습니다. 아마 뒤쪽 구석에 있었을 것입니다. 감히 성전 마당을 가로질러 앞으로 갈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이 거룩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지은 부끄러운 죄들이 양심을 때립니다. 그는 자신의 탐욕과 거짓과 비겁함과 의롭지 못한 모든 죄악들을 다 부인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이 누구 앞에 서 있는가를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사람들이 기도할 때 흔히 하는 것처럼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뉘우침의 표시로 가슴을 치며 비통한 목소리로 자비를 호소합니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하나님의 인정을 받았습니까? 예수님의 결론은 당시 청중들에게 충격 그 이상을 주었을 것입니다. 경건의 모델과도 같았던 바리새인의 기도와 죄인의 대명사인 세리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바리새인이 아닌 세리가 의롭다고 평가하셨습니다.

이런 반전이 어디 있습니까? 교회의 모든 모임에 빠짐없이 출석하고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며 도덕적으로 똑바른 삶을 사는 사람보다 생전 처음 어쩌다 교회에 나온 사람이 더 의롭다고 하신 격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금식이나 십일조가 잘못입니까? 아닙니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이 문제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믿는 바는 당연히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문제는 교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14)

예수님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갈 때 필요한 것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인정을 받게 하는 것은, 바로 겸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겸손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겸손, 그 겸손에 대한 첫 번째 교훈은 이것입니다.

겸손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바리새인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들과 자신을 비교했습니다. 그는 토색, 불의, 간음을 행하는 자, 더러운 세리를 보며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확인하고 만족해했습니다. 그러나 세리는 자신이 누구 앞에 서 있는가를 알았습니다. 바리새인은 사람들 앞에 있는 자신을 보았지만, 세리는 하나님 앞에 있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 앞에 있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이런 면에서 세리보다 바리새인을 닮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자기보다 좀 못한 사람과 비교하고는 우쭐해합니다.

‘저 사람은 아까 밥 먹을 때 보니까 기도도 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나를 봐. 나는 간식을 먹을 때도 빼먹지 않고 기도를 하지‘
‘아니, 저 자매님은 어떻게 교회에 일이 있을 때마다 핑계를 대고 빠지냐! 나는 이렇게 늘 빠지지 않고 봉사하는데 말이야’
‘아니, 저 형제님은 말씀시간에 어쩜 저렇게 딴 짓을 할 수가 있지? 구원받았으면 적어도 나처럼 말씀을 잘 들어야지.’

이런 태도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런 식의 비교는 우리를 교만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정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랑하는 것은 참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시는 하나님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분이 어떤 분인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감히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자랑하겠습니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것이 있습니까? 더 뛰어난 것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을 주신 분이 누구입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더 잘한다고 하면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나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더 낫다는 말입니까? 하나님이 보실 때 다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닐까요?

마치 이와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이 밥 먹기 전에 식사 기도를 하고 나서 하음이가 말합니다. “엄마, 기도할 때 지음이 언니가 눈 떴어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우리는 도저히 그 앞에 설 수 없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노력이나 우리의 어떠함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면, 우리가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십시오. 거룩하시고 전지전능하시며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그분이 우리를 구원하셨고, 우리는 그분 앞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 하나님 앞에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쓸데없는 것으로, 교만한 마음이 생기려는 순간 나에게 그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낮은 마음으로 겸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겸손, 그 겸손에 대한 두 번째 교훈은, 겸손은 하나님의 인정과 긍휼을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

바리새인은 커다란 자부심으로 완전히 스스로에게 빠져서 자신의 어떠함을 드러내며 기도했습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면서, ‘야~ 저 사람 정말 대단해! 역시 보통이 아니야!’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으셨을 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시며 고개를 돌리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리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누가 그를 눈여겨봤겠습니까? 누가 그의 기도에 관심을 가졌겠습니까? 오히려 그가 기도하는 것을 보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성전 구석진 곳에 있는 무너진 그의 모습을 보셨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그 사람을 향한 자비로 넘쳤고, 하나님의 긍휼하심은 그에 대한 인정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겸손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성경은 많은 곳에서 교만에 대한 경고와 함께 겸손에 대한 하나님의 호의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야고보서 4:6의 말씀을 보면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누리기를 원하십니까? 그분의 인정과 축복을 경험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겸손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낮추고 하나님의 능하신 손아래서 겸손하십시오.

하나님은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많은 역전의 법칙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낮추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보십시오. 그분은 놀라운 능력이나 권세로 세상을 이기고 승리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하늘에서 땅의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가심으로 지극히 높은 이름을 얻으셨습니다. 그 예수님을 주로 부르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세상을 이기는 하나님의 교회가 되려면 우리는 낮아지고 겸손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그리스도인,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낮아져야 합니다.

고든 맥도날드는,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와 함께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카터대통령의 바로 옆에 배정되어 그를 잘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 의하면 카터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일하며 늘 먼저 현장에 도착해서 현장을 둘러봤고 누가 함께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식사 시간이면, 식당용 대형텐트에 모이는데 그는 언제나 줄 맨 끝에 섰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동식 화장실과 같은 숙소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미국의 전 대통령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특별대우를 거절하고 땀을 흘리며 다른 사람들을 섬겼습니다. 그가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된 것은 바로 이런 겸손한 마음에 그 비결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의롭기 때문에, 우리가 똑똑하기 때문에, 우리가 자원이 더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난 것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를 쓰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약해지고, 더 낮아지고, 마음으로 더 겸손해질 때, 그럴 때 주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를 사용하십니다. 그러므로 세리처럼 참으로 가난한 마음으로, 상하고 애통하는 심령으로 주님께 기도하고, 은혜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저는 오늘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겸손하기 위해서 첫째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사람들 앞에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나를 보십시오. 그리고 둘째는 겸손한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십시오. 그럴 때 우리는 겸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