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혁 <십계명, 하나님의 전부가 나의 전부가 되게 하라> 그의나라, 2023
탁월한 제목이다. 십계명의 핵심을 죄를 깨닫게 하는 도구로,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아는 방편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부분적으로 옳지만,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계명을 주셨을 때 아무런 맥락 없이 주신 것이 아니라 언약의 관계, 서로에게 전부를 내어주는 사랑의 관계 안에서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들과 함께 전부를 언약의 백성에게 주시고, 그들로 하나님의 전부를 자신의 전부가 되게 하라고 십계명을 주셨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 6:5).
십계명은 마틴 루터의 대교리문답과 소교리문답, 칼빈의 기독교강요 외에도 수많은 신앙고백서와 신조에서 핵심 내용으로 다뤄지고, 최근에는 케빈 드영이나(생명의 말씀사, 2019), D. L. 무디(베다니, 2018), 아더 핑크(프리스브러리, 2017), 마이클 호튼(부흥과개혁사, 2005) 등을 통해서도 조명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현대 독자에게 또 다른 십계명을 다룬 책이 필요할까? 그렇다. 특별히 최종혁 목사가 쓴 <십계명, 하나님의 전부가 나의 전부가 되게 하라>가 오늘날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에게 도전과 유익을 확실히 끼치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계명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의도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 소홀한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그 뜻을 알게 하는 일보다 자기 생각을 늘어놓는 데 열심이 있는 저자가 얼마나 많은가? 안개처럼 있다가 사라질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 있고 변하지 않는 하나님 말씀을 우리는 들어야 한다. 좋은 신앙 서적은 그래서 성경 본문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탁월해야 한다. 특별히 계명의 표면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나아가 계명에 담긴 법 정신까지 이르는 하나님의 의도하신 뜻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예수님께서 계명을 나름 안다고 자부하던 이들에게 하신 것처럼: ‘너희가…들었으나…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예수님은 그들이 들어왔던 얕은 계명에 관한 지식을 아버지께서 의도하신 분명하신 뜻을 밝히 설명해 주심으로 교정하셨다. 이 책이 독자의 생각을 넓히고 바르게 교훈해 줄 것이다.
둘째, 계명의 오늘날 적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좋은 설교, 좋은 신앙 서적은 항상 독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도전한다. “이 계명을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는 이 책이 각 장에서 빠짐없이 제시하는 핵심 내용이다. ‘하나님을 사랑하자’, ‘거짓말하지 말자’와 같은 일반적인 적용이 아니다. 하나님을 전부로 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 제거하도록 돕고, 재판 과정에서, 일상생활에서, 인터넷에서 각각 거짓을 버리고 참된 것을 사랑으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교회가 십계명에 순종해야 하는지 논쟁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는 그분의 계명을 지킨다는 것이다(요 14:15). 그 계명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며, 우리는 십계명을 구체적으로 삶에 적용하는 것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 책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 과제를 제공한다.
셋째, 율법 앞에서 은혜를 바라보게 한다. 저자 최종혁 목사는 ‘율법을 지키는 것으로 의를 얻을 수 없다’는 걸 강조한다. ‘우리의 지혜와 힘으로 율법을 완벽하게 순종할 수 없다’는 것도 저자가 상정한 중요한 전제다. “하나님의 전부가 나의 전부가 되게 하라”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가 너희 안에, 너희가 내 안에’의 친밀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율법은 복음의 선순환을 타고 우리를 은혜로 인도한다. 거룩하신 하나님, 그 기준에 도달할 수 없는 죄인,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값없이 주어진 언약의 은혜, 그 은혜를 받은 자들이 주께 돌려드리는 감사와 찬양과 순종. 율법은 은혜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값없이 은혜받은 자들이 따르는 사랑의 보답이 된다. 넘어질 때도 그리스도인은 율법의 채찍을 맞을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은혜의 보좌로 달려가 용서받고 다시 사랑으로 채워져 율법을 기쁨으로 따른다. 이 책은 복음의 건강한 순환 구조를 절대 벗어나지 않으면서 율법을 다루고, 항상 독자를 은혜 앞으로 이끈다.
넷째, 은혜의 능력으로 율법을 즐거워하게 한다. 죄인은 은혜를 방종으로 보답한다. 엄중한 율법 앞에 떨다가도 은혜를 말하면 ‘이제 숨통이 좀 트이는구나. 마음대로 살아도 될 여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율법을 잘못 다루는 이들이 자주 범하는 문제다. 사랑과 순종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다. 율법이 우리를 은혜로 이끌면, 은혜는 우리를 율법 순종으로 이끈다. <십계명, 하나님의 전부가 나의 전부가 되게 하라>의 큰 유익 중 하나는 계속해서 독자를 은혜로 또 사랑의 순종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율법의 의미는 이렇지만, 이제 은혜 안에서 마음대로 살자’ 혹은 ‘은혜는 이렇게 풍성하더라도,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배은망덕한 놈이다’라고 말하며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다. 마음으로부터 율법을 사랑하도록, 행위로 그 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계속해서 강권한다.
저자 최종혁 목사는 <성경해석,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숨겨놓지 않으셨다>(그의나라, 2018), <마음의 전쟁, 시편>(그의나라, 2020)으로 탁월한 성경해석과 강해를 통해 많은 독자에게 유익을 끼쳤고, 또 유평교회 목사로 10년째 섬기면서 시편 강해 설교 시리즈 등을 통해 많은 성도가 하나님을 기쁨으로 예배하고 말씀을 사모하도록 돕고 있다. 계속해서 하나님께서 귀한 종을 통해 당신의 말씀을 선포하시고 또 자기 백성을 먹이고 돌보고 인도하시기를 구하고, <십계명, 하나님의 전부가 나의 전부가 되게 하라>를 통해서도 그동안 교회가 건강을 되찾고 성장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친 십계명이 다시 한번 올바르고 구체적이고 은혜와 순종을 낳는 방식으로 오늘날 교회와 세상에 밝히 조명되기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