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하나님의 일꾼이 된 은혜에 감사하며

최종혁 · 2024.05.17 · 로마서 15: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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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군생활을 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아이들이 ‘계급’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었고, 자기 아버지의 계급을 곧 자기 계급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사인 저보다 자기들이 더 높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하는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기들끼리도 우리 아빠는 대령이고 너희 아빠는 중령이니까, 넌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참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오늘날 교회 안에서 ‘종’ 혹은 ‘일꾼’이라는 표현이 본래 의미를 잃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들은 자신을 ‘주의 종’, ‘하나님의 일꾼’이라고 칭하면서 자신을 높입니다. 마치 앞서 말한 그 아이들 같습니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마치 자기 것인양 자랑하며 스스로 높입니다.

물론 누구의 종이냐에 따라 그 종이 사용할 수 있는 권위가 다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권위가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맡겨진 권위를 사용할 수 있는 것 뿐입니다. 결국 종은 종일 뿐입니다. 주인이 그에게 일을 맡겼을 뿐이고, 혹 다른 종에게 그 일을 맡긴다면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은 사라집니다. 하나님의 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의 종, ‘하나님의 일꾼’이라는 표현은 본래는 높은 사람인데 스스로 낮추는 겸양의 표현이 아닙니다. 실제로 종이고 일꾼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사실 목사나 선교사 같은 사람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도 아닙니다. 누구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주의 종이고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맡겨주신 그 일에 충성하는 것입니다.

그 말과 행위로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겨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주인인 하나님이셔야 합니다. 마치 왕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옷을 입혀서 모든 사람이 왕을 찬양하게 하는 종과 같습니다. 누가 와서 나를 칭찬하게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왕이 찬양을 받아야 하고 그것으로 종은 기뻐하고 만족하면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주의 종’, ‘하나님의 일꾼’이란 말의 의미입니다.

예수님도 정확히 이런 의미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눅 17: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여기에 감히 한마디를 더하자면, 우리는 하나님의 일꾼으로 섬길 수 있는 은혜를 받은 사실에 더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크신 하나님이 나를 통해 역사하시는 것은 그야말로 크신 은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엇을 하든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그 결과에 있어 나도 영광 받고 하나님도 영광 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만이 영광 받으시기를 (그것이 나에게 괜찮을 뿐 아니라 더욱 감사한 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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