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나님의 성전, 교회
본문: 고린도전서 3장 16 – 23절
설교자: 조정의
건물마다 이용수칙이 있다. 수칙에 맞게 잘 사용하면 건물은 더럽혀지지 않고 잘 활용되어 이용하는 모든 이에게 유익을 준다. 하지만 수칙을 어기면, 건물은 망가지고 함부로 사용하던 이들은 건물주에게 쫓겨나게 된다. 함께 지어져 가는 교회를 농업과 건축업에 비유한 바울은 이제 교회를 건물(성전)이라고 말한다(16절). 그리고 하나님의 성전인 그들이 교회 안에서 마땅히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필수 수칙을 제시한다.
고린도 교회 가운데 일어난 분쟁은 바로 이 수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자기 생각과 세상의 지혜를 앞세우며 하나님의 수칙을 어긴 것이 문제였다. 교회를 이루는 지체마다 자기 생각과 지혜가 있다. 그러나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의 수칙에 헌신하는 것으로 하나가 된다. 우리 모두 성령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성전,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성경이 말하는 수칙을 따라 함께 견고하게 지어져 가자.
1. 수칙1: 거룩하게 행동하라(16-17절)
먼저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가 이미 알고 있고 다시 분명하게 깨우쳐야 할 진리를 불러냈다: “너희는…알지 못하느냐?”(16절). 당연히 알아야 할 사실인데 혹시 모르고 있었냐고 묻는 게 아니다. 알고 있는 대로 왜 행하지 않냐고 책망하는 것이다. 교회는 반드시 이 영적 진리를 알아야 한다. 바로 거기서 자연스럽게 수칙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교회의 영적 진리는 다음과 같다: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16절). “너희”는 복수형으로 교회를 이루는 모든 지체를 가리킨다. 건물 또는 몇몇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성전이다. 하나님이 교회의 머리시며 주인이시다. 구약시대 자기 백성 가운데 임재하시기 위하여 보이는 건물인 성전을 지었다면, 오늘날 자기 백성 가운데 임재하시기 위하여 하나님이 세우신 것은 바로 교회다(요 2:19). 하나님의 성령이 우리 안에 계신다.
각 성도 안에 성령이 내주하신다는 개념보다는(고전 6:19) 공동체(너희) 안에 거하시는 성령을 떠올리는 것이 더 본문에 적합하다. 성령이 내주하시기 때문에 개인이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성령이 거하시는 교회 안에서 우리는 거룩한 수칙을 따라야 한다. 본문에 “성전”으로 번역된 단어는 (지)성소를 뜻한다. 대제사장이 일 년에 단 한 번, 그것도 방울을 달고 들어가야 하는 가장 거룩한 곳, 하나님의 임재에 가장 가까운 존전이다. 누가 그곳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있겠는가?
바로 여기서 첫 번째 수칙이 세워진다: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17절).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자기 백성으로 삼으시고 영원히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겠다고 언약을 맺으시면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고 명령하셨다(레 11:45). 이 명령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구원한 자기 백성, 교회에도 동일하게 주어졌다(벧전 1:16).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을 닮아 거룩해야 한다. 그리고 성소의 그림은 그 ‘거룩하라’라는 명령이 얼마나 엄중한지 두렵고 떨게 만든다.
만일 교회가 지성소라면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물론 우리는 외식하는 자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에 끝도 없는 규율과 방침을 만들어 그것만 지키면 거룩한 자가 된 것처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외식을 버리면서 정신까지 같이 놓으면 안 된다. 성경이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어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멸하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17절). 이것인 교회를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며 파괴를 일삼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무서운 경고다. 누구든지 교회를 파괴하는 자는 하나님이 그 사람을 파괴하실 것이다.
주가 친히 세우시는 교회를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한다고 하시지 않았는가?(마 16:18). 그렇다. 주님께서 주님의 교회를 지키실 것이다. 하지만, 교회 전체를 볼 때 그렇게 하시는 것이지, 불순종하고 부패한 지역교회를 모두 지켜내실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계시록을 통하여 주님은 회개하지 않는 교회에게 무섭게 경고하셨다.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5), “내가 네게 속히 가서 내 입의 검으로…싸우리라”(2:16), “내가 너희 각 사람의 행위대로 갚아주리라”(2:23),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3:16).
교회는 인간이 만든 모임이나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거룩한 성전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집에서 어떻게 행해야 할지 알라(딤전 3:15). 하나님의 집에 세상의 것을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 판단과 정죄와 비방과 분쟁으로 성전을 더럽히지 말라. 하나님은 반드시 거룩한 성전인 교회를 더럽히는 자를 멸하실 것이고, 돌이키지 않는 교회를 그 자리에서 제거하실 것이다.
2. 수칙2: 지혜롭게 생각하라(18-20절)
바울은 디모데에게 교회의 수칙을 이렇게 전수한 적이 있다: “너로 하여금 하나님의 집에서 어떻게 행하여야 할지를 알게 하려 함이니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니라”(딤전 3:15). 여기서 우리는 교회가 살아 계신 하나님이 계시는 거룩한 성전이라는 이전의 가르침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교회에 통용되는 원리는 반드시 ‘진리’여야 한다는 걸 배운다.
교회에선 세상 지혜가 통하지 않는다. 세상의 지혜와 방법으로 교회를 세울 수 없다. 그런데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어리석게도 세상의 지혜에 매료되어 하나님의 지혜를 어리석은 것으로 취급했다. 그래서 바울은 “아무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라고 경고한다(18절). 교회에서 세상의 지혜를 말하고 세상의 방법을 주장하는 성도는 그것이 잘못된 지혜와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실제로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진짜 그것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가령 교회 일꾼을 세울 때, 배운 것이 많고 사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세우면 교회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바울이 디모데에게 ‘하나님의 집에서 어떻게 행하여야 할지를 알게 하겠다’고 말할 때, 그는 철저하게 성숙한 인격과 은사를 가진 성도에게 직분을 주라고 명령했다(딤전 3장). 고린도 교회는 언변과 지혜가 탁월한 자를 훌륭한 설교자로 숭배했지만, 바울은 그런 세상의 기준을 버리라고 했다. 모두 하나님의 종들로 여기고, 오직 성령의 능력과 나타나심에만 믿음을 두라고 권면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성전인 교회를 세우는 두 번째 수칙은 바로 하나님의 진리를 따라 교회를 세우라는 것이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18절). 역설이다. 어떻게 “어리석은 자가 되”어야만 “지혜로운 자”가 되는가? 무지하고 미련한 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이 말하는 지혜에 어리석은 자가 되라는 말이다. 세상의 지혜를 따르지 않고 추구하지 않는 것이 되려 하나님의 집에서 지혜롭다는 말이다. 만일 우리가 세상 지식으로 교회를 세운다면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지혜는 하나님께 어리석은 것이니”(19절). 바울은 그렇게 믿는 근거를 성경에서 찾았다: “기록된 바.” 두 구절을 인용하는데, 하나는 욥기 5장 13절이고 또 다른 말씀은 시편 94편 11절이다. 1) “지혜 있는 자들로 하여금 자기 꾀에 빠지게 하”신다는 말씀은(19절) 엘리바스가 욥을 책망할 때 한 말로 결국 스스로 지혜 있다고 자랑한 자신에게 적용되어 하나님의 책망을 받았다(욥 42:7, “내가 너와 네 두 친구에게 노하니 이는 너희가 나를 가리켜 말한 것이…옳지 못함이니라”). 2) “주께서 지혜 있는 자들의 생각을 헛것으로 아신다”(20절)는 말씀은 주님께서 스스로 지혜를 자랑하는 자들을 헛되게 만드실 것이란 뜻이다. 하나님께서 ‘아신다’는 것은 그분이 그렇게 정하셨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세상의 지혜를 따라 생각하는 자의 결말을 쓸데없는 것으로 확정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혜롭게 생각해야 한다. 교회를 향한 생각이 주님의 진리를 따른 생각인지, 세상 지혜에 기반한 내 생각인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존 맥아더는 이렇게 말했다: “개개인이 자기 지혜에 그렇게 감동하지 않는다면, 많은 교회 분쟁이 해결될 것이다…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고 그 말씀에 복종하는 분위기, 즉 절대로 인간의 의견으로 계시를 판단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나님의 일에 관해서라면, 그리스도인들은 전적으로 성경의 가르침과 성령의 조명을 받아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에 열리고 참으로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함께 헌신함이 일치의 기본이다”(맥아더 신약 주석, 145p).
3. 수칙3: 하나님만 자랑하라(21-23절)
마지막으로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드러난 분쟁의 양상을 직접 다룬다: “그런즉 누구든지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21절). 바울에게, 아볼로에게, 게바에게,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했다고 자랑하는 분쟁의 문제를 당장 그만두라고 꾸짖은 것이다. 그런데 따라오는 이유가 굉장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γὰρ 이는) 만물이 다 너희 것임이라”(21절). 1) 만물이 가리키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2) 만물이 다 그들의 것이라는 사실이 왜 사람을 자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는가?
1) 만물에 해당하는 것은 다음 구절이 말해준다: “바울이나 아볼로나 게바나 세계나 생명이나 사망이나 지금 것이나 장래 것이나 다 너희의 것이요”(22절). 고린도 교회는 각각 바울과 아볼로, 게바에게 속한 자가 되고 싶었지만, 반대로 바울, 아볼로, 게바가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이 주신 교회에 속한 일꾼이었다.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세계 그것도 지금 것이나 장래 것이 다 교회의 것이라니. 나아가 생명과 사망도 교회의 것이라고? 각각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것이 교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3절이 그 해답이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니라”.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머리이신 그분의 것이다.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가 되었다(요 17:9, “내게 주신 자들”). 그리고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다(벧전 2:9). 주님은 자기의 것이 다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이 자기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요 17:10).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연합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와 함께 소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롬 8:38).
바울, 아볼로, 게바 모두 하나님의 종이다. 이 세계 만물이 다 하나님의 것이다. 지금 것뿐만 아니라 장래 것도 모두 다 하나님의 것이다. 생명도 하나님이 주시고, 사망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 바울은 사망이나 생명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세계 그 어떤 피조물도 교회를 하나님에게서 끊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롬 8:38-39). 그 모든 만물이 다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은 필요하다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를 위하여 만물을 다 주실 수 있을 만큼 교회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마 25:34).
2) 바로 이것이 사람을 자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하나님은 탁월한 은사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교회에 주시는 분이신데, 겨우 주신 은사 몇 사람을 가지고 싸우는 꼴이니 얼마나 유치한가?
하나님의 성전, 교회를 세우는 세 번째 수칙은 바로 ‘하나님만을 자랑하라’이다. 하나님 안에 계신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그런데도 하나님보다 못한 것들을 자랑한다면, 편협하고 축소된 마음으로 경쟁하며 싸우게 된다. 모든 것 되시는 하나님만 자랑하는 교회는 넓고 풍부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 받은 은사와 지혜, 가지고 있는 물질과 배경이 서로 달라도,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가진 자끼리 비교할 것이 무엇인가? 교회는 오직 “주 안에서 자랑할”뿐이다(고전 1:31).
교회 여기저기서 요청 사항을 들으며 가끔 교회도 사람이 만든 조직에 불과한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신규 회원이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세요’, ‘같은 연령대가 별로 없어서 아쉬워요’, ‘내 아이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더 필요해요’, ‘교회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더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아요…’ 다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성도의 유익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고민해야 할 사항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지거나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수칙에서 벗어날 때도 많다.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이다. 무엇보다도 거룩함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우선 수칙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다. 세상의 지혜는 교회 안에서 어리석은 것으로 취급받고, 오직 하나님의 진리만이 교회를 세우는 기둥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소유한 자들이다. 그들은 모여서 하나님만 자랑하고 높이며 예배한다. 하나님께 받지 않은 것처럼 자랑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만족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오직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