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적 그리스도의 통치 Part 1
본문: 요한계시록 13장 1-10절
설교자: 조정의
말세는 예수님의 초림부터 재림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우리는 말세, 그리고 오순절에 시작된 교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회 시대는 예수님께서 공중에서 교회를 영접하실 때 종료된다(살전 4:13-18). 휴거 된 교회는 하늘 성전에서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 아버지와 어린양 예수님을 모든 천사와 함께 예배하고(계 4-5장), 땅에는 다니엘이 예언한 기간 동안(단 12장, 7년) 어린양의 진노가 쏟아진다(계 6-18장). 일곱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의 심판 끝에 예수님은 마침내 재림하시고(계 19:11-21), 마귀와 그의 추종자들을 모두 정복하신 후, 천년 간 지속될 지상 왕국을 세우실 것이다(계 20:1-6).
예수님이 직접 다스리실 그 나라엔 보수와 진보 정당이 없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절대적인 왕정이다. 왕을 따르면 백성, 거역하면 원수가 되는 나라다. 예수님을 경배하고 따르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왕 노릇 하고, 예수님을 배척하고 반역을 꾀하는 이들은 최후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계 20:7-15).
구약시대 이스라엘은 “주의 판단력”, “주의 공의”로 백성을 다스리는 신정국가 모델을 이방 국가에 제시해야 했는데(시 72), 그것을 실현할 온전한 왕이 없었다. 하지만 온전하시고 영원하신 왕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세우실 지상 왕국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공의로 다스리시는 완벽한 신정국가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하나님은 잠시동안(마흔두 달) 마귀의 사역자가 다스릴 지상 국가를 허락하실 것이다. 그 사역자를 요한은 ‘적그리스도’(요일 2:18), 본문에선 ‘짐승’이라 부른다(계 13:1). 짐승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권세를 가지게 될 것인가? 짐승이 통치할 그 나라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주님은 적그리스도 왕국을 통해 무엇을 이루시는가? 그것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1. 짐승의 정체(1-4)
대환난기에 마귀는 세상을 지배할 인간 통치자를 세울 것이다. 본문에선 그를 바다에서 나온 한 짐승이라 한다. 한 짐승은 절대자 한 사람이 세워질 것을 예고하고, 바다는 이 절대자가 어디에 속한 세력인지 암시한다(사 27:1, “바다에 있는 용”, 계 11:7,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오는 짐승”). 2절을 보면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다. 용의 정체는 12장 9절에서 분명히 마귀로 밝혀졌는데, 그래서 우리는 장차 마귀의 능력, 지위, 권세를 받아 세상을 다스릴 통치자를 확신한다.
짐승의 정체는 2절에 묘사된 괴물이 아니다(“비슷하고”, “같고”, “같은데”). 사람이다. 표범, 곰, 사자는 다니엘의 환상에서 네 번째 짐승을 닮았는데(단 7:3-7), 이는 앞선 세 짐승의 복합체로 각각 짐승들이 가리키는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의 특징을 적그리스도가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표범처럼 맹렬하고 잔인한 통치자, 곰의 발처럼 짓밟는 파괴력을 가진 지도자, 사자처럼 표효하며 삼키는 사나운 권세자다. 역사적으로 잔인하고 파괴적인 권세를 가진 자가 많았지만, 최악이 기다리고 있다.
짐승이 받은 마귀의 능력, 지위, 권세는 개인이 아닌 땅에 세워질 제국을 통해 실현된다. 짐승이 가지고 있는 열 왕관이 있는 열 뿔, 일곱 머리는(1절), 모두 마귀가 하나님을 모독하고 그 백성을 대적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사용한 제국을 가리키는데(계 12:3, 용의 특징), 일곱 머리는 “일곱 왕”, 망한 다섯 제국(애굽, 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요한 당시 현존한 제국(로마), 아직 이르지 않은 제국(적그리스도의 왕국)을 가리킨다(계 17:7-10). 적그리스도는 마귀가 이용하는 마지막 머리가 되어 열 뿔이 상징하는 열 왕국의 연합 세력을 통해 마귀적 능력과 지위와 권세를 휘두를 것이다(“열 왕”, 계 17:2).
또한 적그리스도는 그리스도를 흉내 내 온 땅의 경배와 추종을 받을 것이다. 일찍이 죽임을 당한 어린양 예수처럼 그는 상하여 죽게 된 것 같이 되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 죽게 되었던 상처가 나으매(3절). 초자연적인 기적을 보고 놀랍게 여긴 온 땅의 백성은 적그리스도를 신처럼 경배하며 추종하게 될 것이다. 적그리스도는 단순히 존경받는 정치인이 아니다. 숭배받는 우상이다. 13, 15절을 보면 그는 큰 이적을 행하여 불을 하늘에서 내려오게 하기도 하고, 우상을 만들어 생기를 주어 말하게 하는 등, 온 세상 사람이 자신을 신처럼 경배하게 할 것이다.
땅의 권세와 하늘 권세를 모두 움켜쥔 것 같은 이 지도자를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누가 이 짐승과 같으냐 누가 능히 이와 더불어 싸우리요”라고 경배하며 고백한다(4절). 하지만 짐승 숭배는 명백한 마귀 숭배다. 하나님께만 돌려드려야 할 경배를 마귀와 마귀가 세운 통치자에게 돌리는 것이다(시 71:19).
2. 짐승의 역할(5-10)
넓은 의미에서 이 땅에 세워진 모든 나라는 신정국가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고,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셨기 때문이다(롬 13:1). 모든 권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하나님의 공의로운 뜻을 실현한다(롬 13:4). 적그리스도의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는 마귀에게 권세를 받았지만(4절), 더 넓은 의미에서 그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났다(5절). 하나님께서 자기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특별히 허락하신 권세다.
5절을 보면 짐승은 과장되고 신성모독을 말하는 입을 받았다. 또 마흔두 달 동안 일할 권세를 받았다. 그의 비방(6절)은 하나님과 하나님 편에 속한 자들을 향하고, 그의 권세는 하나님의 성도와 싸워 이기는 일에 사용되는데(7절), 성경은 그 모든 권세를 하나님께 ‘받았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왜 마귀가 세운 지도자, 짐승에게 이와 같은 권세를 주시나? 권세를 주셔서 하나님을 비방하게 하고, 또 하나님을 따르는 성도를 죽기까지 핍박하게 허락하시는 것인가?
이 어려운 질문에 관한 답변은 적그리스도의 통치가 가져올 결과를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마귀는 적그리스도를 통해 최선을 다해 자기 뜻을 이루려 할 것이다. 하나님을 비방하고 하나님 백성을 핍박하는 일이다.
① 하나님 비방(6절): 짐승이 입을 벌려 하나님을 향해 비방하되 그의 이름과 그의 장막 곧 하늘에 사는 자들을 비방하더라. 기억하라. 짐승에게 과장되고 신성모독을 말하도록 허락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적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마귀의 뜻대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에 힘쓸 것이다. 하나님 이름을 모독하고 하나님의 장막, 곧 하나님이 임재하신 하늘에 속한 이들을 모욕한다. 영적인 영역에서 하나님과 그 천사들을 끝까지 대적하고 어떻게든 그 영광에 흠집을 내기 위해 반항할 것이다. 패배하여 땅으로 쫓겨 났지만 마귀의 영적 도발은 계속 된다(계 12:13).
② 하나님의 성도 핍박(7절): 또 권세를 받아 성도들과 싸워 이기게 되고. 땅으로 쫓겨난 마귀는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들과 싸우려 했다(계 12:17). 마귀는 적그리스도를 통해 성도를 핍박하여 이기려 할 것이고, 하나님이 주신 권세를 받아(5, 7절), 하나님이 허락하신 범위 안에서 성도를 이기기까지 한다. 하나님께서 성도에게 핍박을 허락하시는가? 그렇다.
하나님은 경고하셨다. “누구든지 귀가 있거든 들을지어다”(9절, ’교회는 들을지어다’, 2-3장). 성도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핍박이 닥친다는 것이다: 사로잡힐 자는 사로잡혀 갈 것이요 칼에 죽을 자는 마땅히 칼에 죽을 것이니 성도들의 인내와 믿음이 여기 있느니라(10절). 마귀는 성도를 사로잡고 죽일 것이다. 마귀의 승리는 성도의 순교가 아니라 배도다. 성도의 승리는 환난과 핍박 중에도 인내하고 믿음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은 왜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허락하실까? 무엇을 이루려 하시는 걸까? 먼저, 우리는 하나님께서 성도를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7절을 보면 적그리스도의 통치가 온 세상에 미친다: 각 족속과 백성과 방언과 나라를 다스리는 권세를 받으니. 하나님 주신 권세다. 하지만, 하나님은 성도 중 누구도 짐승을 경배하지 않도록 지키실 것이다: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창세 이후로 이름이 기록되지 못하고 이 땅에 사는 자들은 다 그 짐승에게 경배하리라(8절).
이 구절은 땅에 사는 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적그리스도의 통치에 굴복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하나님이 지키셔서 짐승 경배를 거부할 이들이 있다. 바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사람이다. 마귀는 성도의 육체는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성도 영혼은 해칠 수 없다(마 10:28). 창세 이후로 하나님이 성도로 삼으신 자는 누구도 마귀에게 빼앗기지 않고 지키신다는 분명한 약속의 말씀이 여기에 있다(요 18:9).
또 한 가지 하나님께서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통해 이루시는 일이 있다. 적그리스도의 나라가 갖는 종교적 편향성 그리고 적대성은 온 땅의 백성을 둘로 명확하게 구분한다(8절). 적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
예수님은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같이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마 25:31-32). 주님이 다스리실 지상 왕국이 세워지기 전 양과 염소는 신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구분될 것이다. 적그리스도의 막강한 통치를 통하여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오늘날 세계 민족과 나라의 통합(세계 정부), 세계 종교의 통합을 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이상적 염원은 마귀에 의해 종말에 결국 이루어질 것이다. 마귀는 적그리스도를 통해 큰 이적과 권세로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을 자기 백성으로 삼는 데 성공할 것이다. 적그리스도는 세계 정부의 통치자이자 세계 종교의 숭배받는 자가 될 것이다.
마귀는 적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비방하는 일과 성도를 핍박하는 일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겠지만, 하나님이 이를 허락하신 이유는 자기 백성을 하나도 잃지 않으시면서도 심판하실 악인을 빠짐없이 골라내시기 위함이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그 일이 끝나면, 재림과 함께 심판, 그리스도의 통치가 시작될 것이다.
3. 짐승의 교훈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지상 왕국 이전에 세워진(질) 모든 나라는 넓은 의미에서 적그리스도의 나라다(바벨론, 그리스, 로마처럼). 초대교회는 ‘마지막 때 적그리스도가 오리라’는 말을 들어왔고,“지금도 많은 적그리스도가 일어났”다는 사도의 편지도 받았다(요일 2:18). 말세에 땅에 세워진 권세들은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마귀의 사역자가 되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대환난 시기 적그리스도가 통치할 그날에 적그리스도의 나라들의 특징이 가장 극명하게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지금도 세상의 군왕들과 관원들은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고 성도를 핍박한다(시 2:1-2; 행 4:26). 어느 시대든 성도에게 요구되는 건 반항과 투쟁이 아닌 인내와 믿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대로 고난을 받는 자들은 또한 선을 행하는 가운데에 그 영혼을 미쁘신 창조주께 의탁할지어다(벧전 4:19).
마귀가 세운 지도자가 다스리는 것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날 정치체제 안에서도 성도가 인내와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면, 지금 정치체제 안에서 성도가 주력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참으로 많은 그리스도인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통해서만 하나님이 일하실 것처럼, 반대하는 자는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다.
우리는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자로서 하나님이 우리 믿음을 지키실 것을 확신하는 가운데 지금의 권세를 통해서 하나님이 하실 일을 신뢰하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진실로 주력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를 적대하는 세상에서 더욱 분명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성도로 구별되는 것이다. 열심히 선을 행함으로.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세상을 이기는 삶으로.
우리는 정치의 거룩함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거룩함을, 정치인의 음모를 파헤치기보다 교회의 거룩한 하나 됨을 방해하는 죄를 파헤쳐야 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난 모든 권세를 위하여 항상 기도하지만, 그 기도는 항상 하나님이 세우실 최종 권세, 그리스도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구하는 기도로 나아가야 한다. 사도 요한의 말을 기억하라. 지금도 많은 적그리스도가 일어났다. 당신은 그 많은 적그리스도를 대적하고 오직 그리스도께만 죽도록 충성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