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자와 용
본문: 요한계시록 12장 1-6절
설교자: 조정의
“요한계시록은 종말론에 광신적인 종교 지도자들의 사냥터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요한계시록의 특이한 이미지, 난해한 상징, 지나친 기괴함으로 인해 이 책을 해석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울 것이라는 이해할 만한 두려움도 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요한계시록은 무시되거나, 설교에서 배제되거나, 아니면 광적인 집착의 대상이 된다 요한계시록은 해석상의 어려움을 지니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책은 아니다. 사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매우 단순하다. 결국 하나님이 승리한다”(콘스탄틴 캠벨, 조너선 페닝턴 <신약성경을 기독교 경전으로 읽기>, 새물결플러스, 2022, 594-5pp)
4장부터 22장까지 계시록은 “장차 될 일”을 기록하고 있다. 4-5장은 하늘에 있는 하나님 백성의 예배, 6-11장은 땅에 사는 마귀 백성에게 쏟아질 심판을 다뤘다면, 12-14장은 각각 하늘과 땅에 속한 이들의 싸움을 다룬다. 특별히 12장 1-6절은 그 싸움의 서막을 알리는데, 하나님의 백성과 마귀의 싸움이 종말이 되어서야 시작된 싸움이 아니라 처음부터 종말까지 계속된(될) 싸움이라는 사실을 간략하게 묘사한다.
우리는 일곱째 나팔과 함께 ‘결국 하나님이 승리한다’는 확신에 찬 음성들을 들었다(11:15-19). 본문을 통해 하나님 편에 선 우리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이 최후 승리를 거두시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싸운다는 영적 진리를 깨닫고 전의를 불태우기를 원한다.
1. 등장인물: 여자, 용, 아들(1-5절)
요한은 여자, 용의 모습을 보고 “큰 이적”, “또 다른 이적(σημεῖον세메이온)”이라고 했다(1, 3절). 이는 문자적인 여성, 용이 아니라 하나의 표, 유비, 상징으로서 특정 대상을 가리킨다.
① 여자(1-2절):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
먼저, 한 여자는 해를 옷 입고 그 발아래에는 달이 있고 그 머리에는 열두 별의 관을 썼다(1절). 요한이 차용한 상징의 출처는 그리스-로마 신화나 당시 묵시 문학이 아니라 구약 성경인데, 해, 달, 열두 별이 동시에 등장하는 구약의 장면은 요셉의 꿈이다(창 37:9). 요셉은 아버지(해), 어머니(달), 형들(열한 별)이 자기에게 절하는 꿈을 꿨다.
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한 여인으로 비유한 적이 많다(렘 3:14, “나는 너희 남편”, 사 54:5-6, “아내”; 겔 16:8-21, 음행한 여인).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지으시고, 그에게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의 은혜를 영광스러운 해처럼 물려 입게 하셨다. 요셉의 꿈에서 달은 라헬을 가리키지만, 요한이 여인의 발아래 달이 있다고 말할 땐,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언약 관계가 계속 지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언약 관계를 확증하는 여러 절기를 달의 주기로 계산하였기 때문이다(시 81:3). 열두 별은 요셉을 포함한 야곱이 낳은 열두 아들,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가리키며, 관(면류관)은 이들이 계속된 싸움에서 승리하여 얻어낸 영광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이 여인의 정체는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다.
계속된 장면에서 여인은 아이를 배어 해산하게 되었다(2절). 아이의 정체는 나중에 다루겠지만, 분명한 건 산고의 고통이 매우 심해 여인이 아파서 애를 쓰며 부르짖었다는 것이다. 구약 성경은 종종 이스라엘을 해산의 고통을 겪는 임산부로 비유한다(사 13:8; 21:3; 렘 4:31; 호 13:13; 미 4:10). 이스라엘은 언약에 불충실한 자기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을 대적하고 핍박하는 원수들의 손에 의해 해산하는 여인처럼 고통받았다. 죄에서 마침내 해방되기를 원하고, 원수에게서 구원받기를 간구하며 괴로움 가운데 부르짖었다.
② 용(3-4절): 하나님의 원수, 마귀
하늘에 나타난 또 다른 이적은 큰 붉은 용이다. 머리 일곱에 일곱 왕관을 쓰고 있고, 열 개의 뿔을 가졌다(3절). 무섭고 사나운 용을 닮은 괴물에 관한 신화는 많다: 그리스 호머의 머리 셋 달린 괴물, 바벨론의 머리 일곱 달린 히드라, 이집트의 용, 가나안의 리바이어던. 성경에도 리워야단(사 27:1), 라합(욥 9:13), 바다 괴물(욥 7:12) 등으로 용과 비슷한 괴물이 나온다(시 74:13).
용이 가리키는 대상은 하나님의 원수, 마귀인 것이 명백하다. 9절을 보라. “큰 용이 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 마귀는 커다란 용처럼 사납고 강력하며, 파괴를 일삼으며 상대를 붉은 피로 물들이는 잔인한 본성을 가졌다. 인류 역사 처음부터 마귀와 그 후손은 여자와 그 후손의 원수가 됐다(창 3:15). 처음부터 마귀는 살인하는 자로(요 8:44) 온갖 거짓으로 사람을 미혹하고 잔인하게 파괴한다.
용이 가지고 있는 왕관과 뿔은 마귀가 하나님의 백성을 괴롭히는 데 사용한 지상 통치 세력을 가리킨다. 용이 가지고 있는 일곱 왕관과 열 뿔은 다니엘의 예언과도 일치하는데(단 2, 7장), 거기에 이스라엘 민족을 압제하고 괴롭히는 제국들, 마귀가 하나님 백성과 싸우는 권세로 사용한(할) 지상 세력이 나온다. 일곱 왕관은 애굽, 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종말에 세워질 적그리스도의 제국을 의미한다(계 17:7-10, “일곱 왕”, ‘다섯은 망했고, 하나는 있고, 다른 하나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열 뿔은 마지막 적그리스도가 통치할 열 왕국의 연합 세력이다(17:12, “열 왕”).
하나님의 원수, 마귀는 지상 세력뿐만 아니라 하늘의 세력, 영적 세력도 끌어다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대적하는 일에 사용한다. 용은 꼬리로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졌다(4절). 계시록에선 천사를 가리켜 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9:1). 여기서도 별 삼분의 일은 마귀와 함께 타락한 천사들을 가리킨다(귀신들). 상당한 수의 귀신이 예수님 시대 특히 많이 활약했다: 질병, 영혼 장악, 복음 방해, 미혹 등. 이처럼 마귀는 영적 세력과 지상 세력을 통해 어떻게든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고, 거짓으로 사람을 미혹하여 멸망으로 끌고 들어가고, 하나님 나라 백성을 여러 가지 시험으로 고통스럽게 만든다: 무기력, 불신, 배도.
하나님의 원수 마귀는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낳은 아들을 삼키려 했다: 용이 해산하려는 여자 앞에서 그가 해산하면 그 아이를 삼키고자 하더니(4절). 이제 아들의 정체를 밝힐 차례다.
③ 아들(5절):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이스라엘 민족에서 난 아들은 바로 메시아(그리스도)이시다(아브라함의 자손, 다윗의 혈통). 5절에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가 바로 여자가 낳은 아들의 정체를 밝힌다. 메시아를 예언하는 시편 2편 9절이 사용됐다. “네가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림이여.” 그리스도는 대환난의 마지막에 백마를 타고 그 입에서 나온 예리한 검으로 만국을 치며 “친히 그들을 철장으로 다스리”실 것이다(계 19:15, 쇠 지팡이).
하나님의 원수 마귀와 그 세력을 철장으로 완전히 멸절하기 전에 그리스도는 먼저 죄의 종이 된 사람을 해방하셨다(히 2:15). 동시에 악한 마귀와 세상으로부터 해방하셨다. 이를 위해 육신을 입고 여자의 몸에서 나셨다(마 1:21). 십자가를 통해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을 예배하는 제사장으로 삼아주신 예수님은 이제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리기 위해 하늘 보좌에 오르셨다(승천). 그 사실을 요한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 아이를 하나님 앞과 그 보좌 앞으로 올려가더라(5절).
2. 주요내용: 계속된 싸움(6절)
마귀는 하나님의 계획을 처음부터 방해했다.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을 유혹하여 타락하게 했고,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을 우상숭배의 길로 끊임없이 미혹했다. 메시아의 탄생을 막기 위해 헤롯을 통해 두 살 아래 아기를 죽였고(마 2:16), 광야에서 그리스도를 직접 시험하여 넘어뜨리려 했다(마 4:10). 공생애 기간동안 예수님의 사역을 방해했으며(마 16:23), 제자 중 한 사람인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아 십자가에서 죽일 계획을 성공시켰다(요 13:2). 사도들이 예수를 전파할 때, 세상 권세들을 통해 위협했다(행 4:26, 시 2). 사도들은 서신서를 통해 ‘마귀를 대적하라’고 교회에게 경고한다(엡 4:27; 딤전 3:7; 약 4:7). 성령은 요한을 통해 아시아 일곱 교회에 편지할 때도 교회를 대적하는 마귀의 시험을 경고했다(서머나, 계 2:10).
자, 이제 시점은 미래로 옮겨진다(계시록 12장의 시간대, 대환난 기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는 승천하여 보좌에 앉으셨고,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여자)은 남겨져 마귀의 공격을 피해 광야로 도망한다. 천이백육십 일 동안.
마흔 두달(삼년 반)의 기간, 마귀의 지상 세력이 땅에 남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극심히 괴롭히고 핍박할 때, 하나님은 택하신 자기 백성을 양육하실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을 원수의 손에서 건져 광야에서 먹이고 돌보고 보호하고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대환난의 후반기에 택하신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원수 마귀와 그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하시고 그들을 먹이고 돌보고 인도하실 것이다. 요한은 하나님께서 이것을 예비하셨다고 말했다(준비하셨다, 144,000).
3. 적용
당신은 지금 전쟁 중이다. 매일 치열한 영적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만일 당신이 하나님 편에 속한 군사가 아니라면, 하나님의 예리한 검과 같은 말씀이 당신의 영혼을 찌를 때, 마귀는 모든 지혜와 권세를 가지고 자기에게 속한 영혼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당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들려지는 말씀에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가볍게 무시하고 거절해도 좋다고 속삭일 것이다. 믿기지 않고 불편한 진리에 화가 나거나 반발심이 생기게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마귀가 이긴다.
당신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귀를 능히 이기시는 하나님께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당신의 영혼을 거듭나게 하고 하나님의 편에 굳게 설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라.
마귀는 교회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우리 대적 마귀는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다(벧전 5:8). 당신도 마귀의 목표물이며, 마귀는 틈을 주면 반드시 우리를 공격한다(엡 4:27). 그러므로 당신이 지금 영적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C. 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어보라).
갈라디아서 5장은 우리의 영적 전쟁을 육체와 성령의 전쟁으로 묘사한다. 육체와 성령은 서로 대적하여 서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전쟁에서 최후 승리를 거둘 것이지만(평강의 하나님께서 속히 사탄을 너희 발아래에서 상하게 하시리라, 롬 16:20), 매일의 전투에서 우리는 승리와 패배를 모두 맛 본다. 기도 시간에 주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며 천국의 기쁨을 맛보고, 곧바로 사소한 일을 만나 지옥을 경험한다.
패배했을 때, 우리는 육체가 이긴 결과를 얻는다: 음행, 더러운 것, 호색(방종), 우상 숭배, 주술(마술), 원수 맺는 것, 분쟁, 시기, 분냄, 당 짓는 것, 분열, 이단, 투기(시기), 술 취함, 방탕함 등(갈 5:19-21).
가장 안타까운 병사는 패배가 습관이 되어 싸울 의욕을 완전히 잃고 계속해서 자신을 불의의 무기로 죄에게 내주는 병사다(롬 6:13).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버리기 위해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고,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고(엡 6장), 죄와 피흘리까지 싸워라(히 12:4).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골 3:5). 존 오웬 <죄 죽이기>를 읽어보라.
승리했을 때, 우리는 성령이 이긴 결과를 얻는다: 사랑, 희락(기쁨), 화평, 오래 참음, 자비(친절), 양선(선함), 충성, 온유, 절제(갈 5:22-23). 당신의 삶이 이런 열매를 얼마나 자주 또 많이 맺고 있는지 점검해 보라. 특별히 ‘감사’와 ‘기쁨’은 그리스도인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대상과 싸운다. 하나님, 허락하신/허락하지 않으신 것들에 분노하고 불평하며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하는 일을 거부한다. 성도와 이웃, 내 몸처럼 희생적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만,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존중받기 위해 싸운다. 우리 싸움의 대상은 혈과 육이 아니다. 악한 영들이다(엡 6:12). 당신의 적을 바로 알라. 그리고 최후 승리를 얻기까지 힘써 싸우라(유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