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정에서 신앙을 길러내라(6): 날마다 자녀에게 복음을 전하라
본문: 신명기 6장20-25절
설교자: 조정의
자녀 양육의 목적은 자녀를 평생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에 순종하도록 길러내어 하나님과 친밀한 언약의 관계 안에서 풍성한 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부모는 1) 전심으로 하나님만 사랑해야 한다. 부모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으면서, 자녀가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2) 하나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단순한 규율로서가 아닌 삶의 구조와 대화의 구조를 통하여 적실하고 유의미하게 전달해야 한다. 3) 풍족한 은혜 가운데서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여러 가지 유혹에 빠져 우상을 좇지 않도록, 부모는 자녀를 부지런히 경책하고 훈련해야 한다.
부모가 이처럼 가정에서 자녀의 신앙을 길러내려 할 때, 자녀에게 수없이 듣게 될 질문이 있다: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의 자녀들이 이렇게 물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후일에 네 아들이 네게 묻기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증거와 규례와 법도가 무슨 뜻이냐” 하거든(20절). 질문은 단순히 하나님이 주신 계명의 뜻을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무엇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왜에 관한 질문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명령하신 여러 가지 범주의 계명들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이다. 왜 지켜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그래서 21-25절까지의 대답이 따라온다. 계명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답이다.
21너는 네 아들에게 이르기를 “우리가 옛적에 애굽에서 바로의 종이 되었더니 여호와께서 권능의 손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니 22곧 여호와께서 우리 목전에서 크고 두려운 이적과 기사를 애굽과 바로와 그의 온 집에 베푸시고 23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을 우리에게 주어 들어가게 하시려고 우리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시고 24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모든 규례를 지키라 명령하셨으니 이는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항상 복을 누리게 하기 위하심이며 또 여호와께서 우리를 오늘과 같이 살게 하려 하심이라 25우리가 그 명령하신 대로 이 모든 명령을 우리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삼가 지키면 그것이 곧 우리의 의로움이니라” 할지니라.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맞다.
왜라고 묻는 자녀에게 대답해 줄 내용은 한마디로 복음이다. 옛언약의 백성에게 복음이 뭐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새언약의 백성인 우리가 받은 복음과 구성이 같다. 우리는 죄의 종이었고, 그들은 애굽에서 바로의 종이었다. 하나님은 권능의 손으로 우리를 죄의 세력에서 인도하여 내셨다. 그들도 그 손으로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다. 하나님은 우리 앞에서 놀라운 구원의 기적을 이루셨고, 그들도 크고 두려운 이적과 기사를 보았다. 그들에게 조상들로부터 맹세하신 땅의 약속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도 약속하신 하나님 나라가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명령에 순종함으로 하나님 주시는 복을 누리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에 순종함으로 영생의 복을 누린다. 여호와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의롭게 된 백성의 합당한 삶인 것처럼, 그리스도의 계명을 지키는 자 곧 그분을 사랑하는 자는 의로운 삶을 추구한다. 어떤가? 이는 분명 복음이다!
자녀는 하나님 말씀대로 왜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부모는 복음으로 답해야 한다는 이 말씀을 통하여 두 가지 명백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자녀는 하나님을 진심으로 경외하게 될 때까지 그분 말씀에 순종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왜’라고 묻는 것이다.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는 것이다. 자녀가 (그나마) 자발적으로 순종하려고 애쓰는 대상은 자기를 날때부터 길러주고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공급하고 친밀한 사랑으로 돌보고 인도하는 부모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그런 대상이 (아직은) 아니다. 부모가 믿고 따르는 기독교의 예배 대상, 성경책에 나오는 여러 신화 같은 이야기 속 주인공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사랑하는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 말씀과 자신이 동떨어진 것 같은 거다.
둘째, 부모는 자녀가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하나님이 그들에게 베푸신 놀라운 구원의 은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베드로는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라고 요구했다(벧전 3:15). 자녀는 부모가 가진 소망에 관한 이유를 항상 묻는다. ‘왜 그래야 하나요?’라는 형태로. 그래서 부모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하라면 해, 하나님이 부모님께 순종하라고 했어”, “하나님이 명령하셨으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거야”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번 구원의 대서사를 읊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하나님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분이신지, 우리에게 어떤 놀라운 은혜를 베푸셨는지 말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자녀 양육의 목적은 계명에 순종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는 백성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본문을 이렇게 요약했다(UBOT, 104p):
- 21-23절: 계명의 근거는 구원의 역사에 있단다
- 24절: 순종의 이유는 구원의 축복을 누리기 위함이란다
- 25절: 순종의 열매는 구원의 목표인 의로움이란다
자녀가 구원의 역사를 자기의 역사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계명의 근거를 모른다. 그래서 구원의 축복이 뭔지 몰라 순종의 이유를 묻는 것이다. 결국 구원을 알지 못한 채 순종하는 율법은 그들을 의로움으로 이끌지 못하고 도리어 외식으로 이끈다. 자녀에게 구원의 역사를 계속해서 말해야 할 근본적 이유가 여기 있다.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복음을 말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전에, 먼저 기본 조건을 설정하기 원한다. 라이트는 자녀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관찰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모가 하나님 말씀에 따라 살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계속해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녀가 ‘왜’라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 조건이다. 만일 자녀가 ‘왜’라는 질문 자체를 안 한다면, 많은 경우에 그들의 눈에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부모의 모습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는 말이고, 자기에게 명령하는 대부분의 생활 지침이나 도덕 기준이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주말에 교회를 다니고 성경을 가끔 읽는다는 것 말고는 세상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거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그분 말씀을 기쁨으로 따르는 것이 자녀 양육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부모 삶에 아무런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복음을 자녀에게 전한들, 무슨 감동과 능력이 일어나겠는가? 복음은 전달될 뿐 아니라 관찰되어야 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자녀에게 복음을 말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1) 하나님의 구원 없이 우리가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보게 하라: 우리가 옛적에 바로의 종이 되었더니(21절). 이스라엘은 풍족함 가운데 옛적을 잊지 말아야 했다. 특별히 자녀들은 그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가 그 처참했던 상황을 분명히 알려줘야 했다. 그래야 비극에서 건짐받은 은혜에 감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원의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분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범죄할 때, 그 죄의 열매 곧 분노와 시기와 갈등과 다툼의 쓴맛을 맛볼 때, 하나님의 구원이 얼마나 절실한지 말하라. 죄의 노예로 사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알려줘라. 그래서 우리에게 구원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라.
2)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얼마나 놀라운 기적을 베푸셨는지 알게 하라: 여호와께서 권능의 손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니 곧 여호와께서 우리의 목전에서 크고 두려운 이적과 기사를 애굽과 바로와 그의 온 집에 베푸시고(21-22절). 성경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이적과 기사가 집중된 책이 출애굽기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권능의 손으로 가장 크고 두려운 이적과 기사를 베푸신 장면은 애굽이 아니라 예루살렘 골고다를 배경으로 한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우리 죄를 모두 짊어지신 채 하나님의 모든 저주와 심판을 받아내신 장면.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으신 장면. 신기할 정도로 기쁘고 놀라운 일을 경험할 때, 가장 놀라운 복음을 얘기하라.
3)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것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설명하라: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을 우리에게 주어 들어가게 하시려고 우리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시고(23절).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는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다. 아브라함을 택하신 것도, 그에게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도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하신 일이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불성실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약속에 신실한 사랑을 베푸셨다. 광야 이스라엘 백성의 완악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자녀에게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 거부할 수 없도록 밀려 들어오는 풍성한 사랑에 관하여 말해주라. 특별히 부모의 사랑을 진하게 느낄 때, 그들을 부모보다 훨씬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계속해서 알려주라(경험한 하나님).
4)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 복을 누리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하라: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모든 규례를 지키라 명령하셨으니 이는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항상 복을 누리게 하기 위하심이며(24절).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이 명하신 모든 규례가 그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했다(신 10:13). 자녀에게 하나님의 뜻을 따르도록 권면할 때, 자녀가 그것을 알도록 힘써야 한다. 그들 삶을 불편하게 하고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먼저는 부모가 진짜 그렇게 믿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과 동행해야 하고, 그리고 기회를 얻는 대로 자녀에게 삶과 대화의 구조 안에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어색하고 뜬금없고 지루하게 느낄까 염려하지 말라.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소중한 자녀를, 가정에서 길러내자. 그들이 평생 여호와를 경외하고 그분을 사모하며 기쁨으로 순종하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여 양육하자. 그렇게 대대로 복을 이어받게 하시기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