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예수께서 받으신 세례와 시험

본문: 마가복음 1:9-13

설교자: 조정의

마가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곧 복음이라고 선언했다(1절). 그리고 오랜 세월 하나님께서 예언하신 대로 예수님 앞서 보내심을 받은 선지자 요한을 통하여 그 사실을 확증했다(2-8절). 이제, 세례 요한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친히 당신을 세례와 시험을 통하여 확증하신다. 이를 통하여 주님만이 복음을 시작하기에 합당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나타내신다(9-13절). 다섯 구절밖에 되지 않는 짧은 문장으로 예수께서 받으신 세례와 시험을 각각 선포하는 것으로 마가는 바로 예수님만이 복음을 위하여 하나님이 보내신 사랑하는 독생자시며, 순종으로 시험을 통과하신 하나님이 기뻐하는 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보고한다.

특별히 본문에서 절대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깊이 묵상하고 그 의미를 계속해서 헤아려야 할 중요한 진리다. 바로, 택하신 자를 구원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이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 함께 등장하는 희귀한 성경의 증언 가운데, 모든 위격이 우리를 구원하는 일에 함께 은혜와 열심을 쏟으시는 영광스러운 광경이 펼쳐진다. 창세전에 시작된 우리를 향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이(엡 1:4, 13) 어떻게 예수님이 받으신 세례와 시험 중에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다윗처럼 이렇게 감격하며 감사와 찬양을 드리기를 원한다: “하나님이여 주의 생각이 내게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그 수가 어찌 그리 많은지요”(시 139:17).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4).

1. 예수님은 누구신가?

”은 마가가 예수님에 관한 증언을 신속⋅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애용하는 표현이다(10, 12절). 복음을 시작하실 예수님을 세례 요한이 소개하고 있던 그 때에, 예수님은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9절). 요한이 베푼 세례는 물세례였고,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였지만(4절), 예수님은 죄가 없으시기 때문에 죄 사함을 받을 필요도, 회개의 물세례도 전혀 필요 없으셨다(고후 5:21; 히 4:15).

하지만, 예수님이 오신 이유는 분명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하나님의 아들로서 모든 신성이 충만하신 분께서 사람이 되신 것도(골 2:9),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라고 같은 갈릴리 지역 사람에게조차 무시당하는 나사렛에서 자라신 것도(요 1:46),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죄인이 받아야 할 회개의 세례를 받으신 것도, 그리고 자기 목숨을 주려 하신 것도 모두 다 사랑으로 우리를 섬기기 위해서였다.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신 분,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된 성자 하나님께서(골 1:15-6) 사람이 되시고 사람을 죽기까지 섬기기 위하여 그들이 받아야 할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다는 사실 하나만 생각해도 우리는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경이롭게도 예수님이 세례받으실 때, 성부와 성령께서 모두 나타나셔서 예수님과 함께 복음을 시작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곧 물에서 올라오실 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10-11절).

예수께서 세례받으실 때, 적어도 세례 요한은 곁에 있었고, 몇몇 증인들이 함께했을 것이나, 본문에 따르면 성령의 내려오심을 예수님이 보셨고(참고, 요 1:32), 성부의 음성을 예수님이 들으셨다. 사람의 눈엔 나사렛 사람 예수라는 사람이 다른 죄인들처럼 요한에게 회개의 세례를 받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예수님이 세례받으실 때, 영적인 세계에서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함께 복음을 시작하신 것이다. 세례받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예수님은 하늘이 갈라지는 것을 보셨다(겔 1:1; 계 4:1). 그리고 그곳에서 자기에게 내려오시는 성령을 보셨다. “비둘기 같이”하는 표현은 성령의 특성이 아니라 성령이 강림하신 모습을 묘사한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성령께서 아버지로부터 예수님 위에 임하신 것이다.

복음을 공적으로 시작하신 이 시점부터 성령 하나님은 성자 하나님과 동행하신다(12절). 하나님의 지혜와 총명, 모략과 지식과 능력을 더하신다. 성부 하나님은 성령으로 아들에게 기름을 부으시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병든 자를 고치며 죄인을 자유롭게 하는 복음의 능력을 나타내게 하셨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 그의 위에 여호와의 영 곧 지혜와 총명의 영이요 모략과 재능의 영이요 지식과 여호와를 경외하는 영이 강림하시리니”(사 11:1-2).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사 61:1). 예수님도 당신의 복음 사역이 아버지께서 보내신 성령의 지혜와 능력으로 되어지는 것을 분명히 아셨다(마 11:5; 눅 4:18). 베드로도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그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을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라고 확실히 증언했다(행 10:38).

그리고 성부의 음성이 하늘로부터 들렸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라는 말씀은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예언된 고난받을 종에게 하신 말씀과 같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사 42:1). “내 사랑하는”으로 번역된 아가페토스는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유일한’, ‘하나뿐인’의 의미가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독생자시다. 독생자 예수께서 세례받으신 것은 아버지께서 그를 통하여 우리를 살리려 하셨기 때문이고, 아들이 그 뜻에 기쁨으로 순종하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하나님 아버지를 오해한다. 그분은 거룩하시고 공의와 정의를 베푸시는 분인데, 사랑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아버지의 진노를 누그러뜨린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친히 너희를 사랑하심이라”(요 16:27). 요한도 이렇게 증언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9-10).

마가는 다음으로 넘어간다. 예수께서 시험받으신 장면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과감히 생략하고, 예수께서 복음의 시작부터 치열한 영적 전쟁을 치른 사실만을 보고한다: 12성령이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신지라 13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12-13절).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신(‘내쫓은’) 분은 성령님이다. 그만큼 강력한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광야의 혹독한 시험을 받으셨다는 말이다. 유대인에게 광야는 물과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외롭고 척박한 곳, 들짐승과 강도의 위험에 항상 노출된, 어둡고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서 광야는 종종 마귀의 거처로 여겨지기도 했다. 실로 그들의 조상은 광야에서 여러 시험을 받았는데, 하나님은 그들을 먹이고 보호하시며 함께 하셨지만, 그들은 마귀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을 불신하고 많은 죄를 범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다. 예수님도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예수님도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들수종을 내내 받으셨고(미완료, 단 6:22) 성령의 이끄심과 돌보심을 받으셨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모든 시험을 이기셨다. 유혹을 이기고 순종을 택하셨다. 온전한 의를 이루고 하나님을 불신하지 않고 끝까지 고난 중에 하나님 말씀을 붙드셨다. 이를 통해 예수님이 참 하나님의 택하신 종, 기뻐하시는 자라는 것을 입증하셨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시험 또한 우리를 위한 사랑의 섬김이라는 것, 그리고 성부와 성령께서 이 일에 함께하셨다는 것이다: “그가 아들이면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셨은즉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히 5:8-9). 예수님은 받으신 고난에 순종하여 우리 구원의 영원한 근원이 되셨고, 아버지와 성령은 아들이 고난을 이기고 순종을 배우는 데 필요한 지혜와 힘의 근원이 되셨다(요 16:32,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 

2.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하나뿐인 아들을 내어주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그 뜻에 기쁨으로 순종하여 십자가에 자발적으로 오르신 아들 하나님, 그 구원의 완성까지 지혜와 능력으로 함께하신 성령 하나님, 복음은 우리를 향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담고 있다. 창세전에 작정된, 예수님의 나심으로 실현된,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참된 사랑을 우리에게 주셨다. 이는 먼저, 그 사랑을 모르는 이들에게 반을을 요구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신은 두 종류로 나뉜다. 사람이 만든 신과 사람을 만든 신. 거짓 신과 참 신, 죽은 신과 살아계신 하나님이다. 사람이 만든 모든 종교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 손에 구원이 달려있다고 말한다. 참선과 선행과 봉사와 공덕을 높이 쌓아 신에게까지 닿으면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참 신,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은 친히 사람을 구원하러 우리가 있는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분이다. 사람이 만든 신 중에 사람을 죽기까지 섬기러 온 신은 없다. 누가 그런 유약해 보이는 신을 만들겠는가? 그러나 참 하나님은 그 낮아지심을 계획하시고 실행하시고 적극적으로 도우셨다.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이 영원한 형벌을 불합리하게 여긴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원무궁하고 희생적이며 크고 위대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것을 무시하고 거부한 죗값으로 영벌이 마땅하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할 것이다. 오늘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을 감사함으로 받으라. 그날에 무서운 형벌로 되갚음 당하기 전에.

신자에게 예수께서 받으신 세례와 시험, 그리고 그 가운데 나타나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은 어떤 반응을 요구하는가? 죄인을 대신하여 회개의 물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은 성령으로 믿는 자에게 세례를 베푸시는 분이다. 거듭날 때, 신자는 성령의 임재와 내주하심을 경험하고(요 14:16-17; 요일 3:24),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와 함께 고난 중에 순종하는 이들과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요 14:23). 한 마디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복음은 신자 안에 날마다 역사한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과 은혜와 지혜와 능력이 우리를 항상 두르고 있다. 바울은 그래서 교회를 위하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라고 축언했다(고후 13:13).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에게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을 넘치도록 부으신다.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와 친밀한 교제를 나누시고 탄식하며 우리를 위해 간구하신다(롬 8:23).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받으신, 그래서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시는 예수님께서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은혜의 보좌 앞으로 우리를 친절하게 이끄신다(히 4:14-5).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이 땅에서 신자마다 허락하신 고난이 다르다(질병, 갈등, 상실, 실패 등). 그러나 그들이 달려야 할 경주의 푯대는 같다. 허락하신 고난 중에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여 순종하는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복음의 시작과 완성 이야기는 우리의 경주를 가볍게 한다. 힘 있게 만든다. “그런즉 이 일에 대하여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롬 8: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