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무기력한 마음 말씀으로 지키기

본문: 열왕기상 19장 외

설교자: 조정의

근(육) 무력증이라는 증상이 있다. “근육 신경의 장애로 말미암아 근육이 쇠약하여지고 마비되는 증상”이다. 마음도 비슷한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그 증상을 무기력증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어 대사전에서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와 기운이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오랜 세월 무언가를 얻으려 애썼으나 끝내 실패했을 때,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헛되다’라는 생각의 늪에 잠겨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한다. 충격적인 일을 겪거나 말을 들었을 때, 크게 좌절하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취급을 받을 수 있지? 이런 말을 듣고 무얼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불운한 일을 겪으면서 만성적인 우울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2024년 6월 중앙일보는 “우리나라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은 최근 2주간 적어도 한 번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해 7월 한국일보에서는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 건강에 문제’”라는 기사가 실렸다. 무기력한 마음은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고, 그 심각성은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생각을 가져올 정도로 심각하다. 무기력한 마음은 기질적으로 나약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문에 나오는 엘리야처럼 강인하고 용감하며 위대한 일을 많이 한 하나님의 사람도 무기력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가 어떻게 무기력한 마음에 빠졌는지, 하나님이 그의 마음을 어떻게 회복하시는지 살펴보면서, 말씀으로 무기력한 마음을 지켜내자.

1. 무기력한 마음 말씀으로 진단하기

엘리야는 브엘세바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걸어 발견한 로뎀 나무 아래 앉아서 죽기를 원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나이다”(4절). 무기력한 마음을 가진 자의 전형적인 상태다. 그가 도망친 이유는 1-3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스라엘의 악한 왕 아합과 이세벨이 그의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아서 무기력한 마음에 빠진걸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라고 하나님께서 물으셨을 때(9, 13절), 이렇게 답했다: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10, 14절).

당시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버렸다. 하나님의 제단을 헐고 바알과 아세라 제단을 쌓았다.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죽이고, 바알(450)와 아세라 선지자들(400)을 따랐다. 이런 악행을 주도한 범인은 이스라엘 역대 최악의 왕이었던 아합이었는데, 그는 강력한 통치로 이스라엘에 군사적, 경제적 안정을 가져왔지만, 바알 제사장의 딸 이세벨과 결혼하여 가장 지독한 바알 숭배로 이스라엘 자손을 이끌었다. 하지만, 엘리야는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였기 때문에, 끝까지 저항했다. 그리고 그가 도망치기 전, 그는 엄청난 승리를 경험했다. 배도한 이스라엘 자손을 모두 회개로 이끌고 모든 우상 숭배자들을 척결한 완벽한 승리였다(18:17-40). 모세 이후로 엘리야처럼 하나님의 큰 권능으로 이같은 승리를 이끌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호와의 제단 앞에서 엘리야는 이렇게 기도했다: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소서 내게 응답하소서 이 백성에게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그들의 마음을 되돌이키심을 알게 하옵소서”(18:37). 여호와의 불이 내려서 번제물과 나무, 돌, 흙, 도랑의 물을 태우자, 모든 백성이 보고 엎드려 이렇게 고백했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18:39). 그리고 그날 엘리야는 백성들과 함께 바알 선지자들 진멸했다.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니까, 아합과 이세벨도 무릎을 꿇겠지.’ ‘혹시 그들이 완악하여 나에게 해코지하려고 하면, 여호와께서 하나님이신 줄 참으로 알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편에 서서 나를 변호하겠지.’ ‘지금까지 내 조상들이 이 백성을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하는 데 실패했지만, 이정도 승리를 이끌어냈으니, 이번엔 뭔가 다르겠지.’ 이렇게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아합이 이세벨에게 그가 행한 모든 일과 모든 선지자의 죽음을 알렸을 때, 이세벨은 패배를 인정하고 회개하기는커녕 사신을 보내 엘리야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무용지물인 바알 신의 실체를 보고 우상 숭배자들을 함께 처단한 백성들 중 그 누구도 엘리야 편에 서지 않았다. 모든 백성 앞에서 엘리야는 이렇게 물었었다: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 하지만 백성은 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18:21). 엘리야를 통하여 주 여호와께서 하나님이신 줄을 알게 한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선지자의 마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구나. 내가 한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 것이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나이다”(4절). 무기력한 마음이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꺾이고 기운이 빠지는 증상을 우리도 자주 겪는다. 오랜 세월 자녀의 진로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배우자의 기질과 상태가 변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구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는 것 같지 않을 때, 내가 당한 일이나 들은 말이 마음에 박혀 아무리 애를 써도 헤어나오지 못할 때, 이제는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기대 자체를 포기하고 기도 조차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엘리야처럼 차라리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마음에 빠진다.

2. 무기력한 마음 말씀으로 처방하기

어떻게 무기력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회복하신 방법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원칙을 발견해 보자.

먼저는, 몸을 건강하게 돌봐야 한다(5-8절). 정신건강은 육체의 건강에 직결된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우울한 마음이 지속되면 규칙적으로 먹고 마시고 자는 건강한 삶의 리듬이 깨지고, 망가진 몸은 건강한 생각을 만들어낼 힘을 빼앗는다(악순환). 죽기를 청한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셨다. 천사는 엘리야를 어루만지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먼저는 머리맡에 준비한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의 물을 “일어나서 먹으라”고 권했다(5-6절). 그리고 다시 누운 엘리야를 천사가 또 때가 되어 찾아와 먹였다: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7절). 그렇게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러 하나님을 만나 무기력한 마음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먼저는 사십 주 사십 야를 천사가 공급하는 그 음식물의 힘을 의지해야 했다(8절). 무기력한 마음에 빠지면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을 기피하기 쉽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보다 밤새 깨어 우울감과 좌절감에 허우적거린다.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누워서 방치하는 삶을 선택한다. 그런 몸 상태에서 하나님을 만나 회복되기는 무척 어렵다. 깊은 우울감에서 빠져나오려면 먼저는 규칙적인 활동으로 어느 정도 건강한 몸을 되찾아야 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규칙적인 운동과 활동을 권하는 이유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어야 한다(11-12절).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러 엘리야는 하나님의 음성을 처음으로 들었다(9-10절). 무기력한 마음을 하나님께 보였을 때, 하나님은 그에게 여호와 앞에 서라고 하셨다(11절). 엘리야의 눈 앞엔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고 지진이 일어나고 불이 일어나는 크고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그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나고 “세미한 소리”가 났는데, 바로 그 소리 가운데 여호와께서 계셨다. 그래서 엘리야는 겉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엘리야는 무엇을 깨달아야 했을까? 크고 놀라운 일을 경험할 때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은 세미한 음성으로도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무기력한 마음을 가진 성도에게 그동안 하나님이 삶에서 보여주신 놀라운 임재와 은혜를 기억나게 하려고 애써도, 그땐 그때고 지금은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 것처럼 실망할 때가 많다. 무기력한 마음에서 돌이키려면 지금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삶에서 경험한 기가 막힌 일들 가운데서만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그 말씀으로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분이라는 것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 매일 설교와 성경과 기도 중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무기력한 마음을 깨워 일으킬 것이다.

셋째,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신다는 사실에 인생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얻어야 한다(15-18절). 하나님은 다시 한 번 세미한 음성으로 엘리야의 무기력한 마음을 만지셨다(13-14절). 그리고 그에게 다메섹 하사엘을 아람의 왕으로 삼고, 예후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며, 엘리사를 다음 선지자로 기름 부으라고 명령하셨다(15-17절). 엘리야는 “오직 나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엘리야를 통하여 세운 종들을 가지고,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고 입 맞추지 않는 칠천 명을 남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18절). 엘리야는 자신을 조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 없고 가치 없는 존재라고 비하했지만, 하나님은 그런 생각에서 “돌이켜” 맡기신 일을 계속 행하라고 하셨다. 엘리야는 결과가 형편없다고 생각하여 좌절했지만, 하나님은 그를 통하여 하나님의 완벽한 뜻을 이루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무기력한 자는 자신이 이루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실 것을 믿음으로 보아야 한다. 나의 존재 가치, 내 인생의 의미를 결정하시고 판단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범사에 인정해야 한다. 나를 그리스도의 보혈로 사시고, 자녀로 삼으셨으며, 영원한 나라와 백성이 되게 하신 하나님이 지금 나를 통하여 일하신다면, 그것으로 내 인생의 가치와 의미는 충분하다. 좌절감이 아니라 기쁨, 우울함이 아니라 감사함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 안에 의지와 기운을 일으킬 동력이 없다는 면에서 언제나 우리는 무기력함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꺾이지 않는 의지, 멈추지 않는 기운을 가질 수 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기대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사 40:31).  

  1.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되찾아라
  2. 살아계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어라
  3. 하나님이 지금도 나를 사용하고 계심에 감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