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어떻게 기록되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를 살펴보았습니다. 신자라면 대부분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감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도의 차이뿐만 아니라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와 성경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물어야 진짜 성경에 대한 신자의 관점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고백해도 어떤이는 순수한 인간만의 창작물로 성경을 취급합니다(자연영감설). 또 어떤이는 어느정도 하나님의 감동으로 주어진 생각을 바탕으로 인간이 써내려간 것이 성경이라고 생각합니다(동력영감설). 반대로 하나님의 권위를 극단적으로 주장하며 인간은 불러주는 것을 받아적는 비서역할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기계영감설). 우리는 지난 칼럼을 통하여 이 견해들이 성경이 말하는 영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성경이 말하는 영감의 의미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우리는 자연영감설과 동력영감설에 대항하는 성경의 기록, 즉 기록된 말씀이 하나님의 절대권위를 갖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성경의 증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표적인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알 것은 성경의 모든 예언은 사사로이 풀 것이 아니니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라(벧후 1:20-21)
우리가 이것을 말하거니와 사람의 지혜가 가르친 말로 아니하고 오직 성령께서 가르치신 것으로 하니(고전 2:13)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네가 보는 것을 두루마리에 써서(계 1:10-11)
성경은 하나님께 받아 말한 그 것, 성령께서 가르치신 것으로 말한 것, 성령에 감동되어 두루마리에 쓴 그 것이 하나님의 권위를 갖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이러한 성경의 증언은 성경이 단지 인간의 재능에 의존하고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책이라는 견해와 어느정도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하나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인간의 기록물이라는 견해를 정면으로 반대합니다.
또 우리는 성경이 인간 저자의 인격과 삶, 그가 몸담고 있는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특별한 목적과 대상을 두고 기록한 책이라는 사실도 성경을 통해 확인했습니다(누가복음 1:1-4; 여러 서신서들의 내용). 인간 저자는 그저 꼭두각시 역할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영감은 온전한 하나님의 말씀이면서 동시에 온전히 인간의 인격과 문체가 살아있는 책으로서 성경을 말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씀 중 하나는 바로 베드로전서 1장 11-13절입니다
이 구원에 대하여는 너희에게 임할 은혜를 예언하던 선지자들이 연구하고 부지런히 살펴서 자기 속에 계신 그리스도의 영이 그 받으실 고난과 후에 받으실 영광을 미리 증언하여 누구를 또는 어떠한 때를 지시하시는지 상고하니라 이 섬긴 바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임이 계시로 알게 되었으니 이것은 하늘로부터 보내신 성령을 힘입어 복음을 전하는 자들로 이제 너희에게 알린 것이요 천사들도 살펴보기 원하는 것이니라
구원, 특히 그것을 이루실 그리스도의 고난과 영광에 대한 예언은 구약시대 여러 선지자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신 계시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영”인 성령께서 이것을 선지자들에게 미리 증언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계시입니다. 하지만 선지자들은 자신의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에게 주신 예언의 말씀을 대하면서 누가 언제 그것을 이룰 것인지 부지런히 연구했습니다. 나중에 복음을 전하는 자들에게 하나님께서 계시로 알려주시기 전까지 이 섬긴 것이 자신의 시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상황 가운데서 예언을 기록했을뿐만 아니라 그들 시대에 말씀의 온전한 성취를 기대했습니다.
우리는 베드로후서 3장 15~16절에서도 이 같은 양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형제 바울도 그 받은 지혜대로 너희에게 이같이 썼고 또 그 모든 편지에도 이런 일에 관하여 말하였으되 그중에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으니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 3:15-16)
베드로는 바울이 쓴 모든 편지를 “다른 성경”과 같은 것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바울이라는 사람이 기록한 편지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베드로는 그가 하나님께 받은 지혜로 이 편지를 썼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성경이 영감으로 되었다는 말은 두 가지를 다 포함합니다. 성경은 곧 하나님의 온전한 계시이면서 동시에 온전히 인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주권적으로 인간 저자가 자신의 지혜와 문체와 성격과 인격을 통하여 여러가지 배경 속에서 성경을 기록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계시하고자 하시는 것을 일점일획의 변동 없이 그대로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영감의 신비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권위를 온전히 인정받습니다. 단어, 표현, 구절, 본문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권위로 쓰여진 것이기에 그 어떤 것도 인간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인간의 책으로서 성경의 특징을 발견합니다. 저자의 문체와 감정을 읽습니다. 글로서 성경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원리에 입각하여 객관적으로 일관성있게 성경을 해석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우리는 유기적영감설이라고 부릅니다. 존 맥아더는 유기적 영감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어떻게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면서 동시에, 이를테면 바울의 서신서의 경우, 바울의 말일 수가 있는가? 기자의 인격을 조성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바울을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지으셨다. 그의 유전과 환경을 조율하셨다. 그가 하나님이 의도하신 시점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께서 그의 자유 의지를 지도하시고 통제하심으로서 말씀을 기록하게 하셨다. 하나님은 각 기자의 삶과 인격과 어휘와 감정에 걸맞은 말을 택하셨다. 그 말은 인간의 말이지만, 동시에 그의 삶이 하나님에 의해 조성된 것이므로 하나님의 말씀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바울이 로마서를 썼다고 말할 있으며, 아울러 하나님이 그것을 쓰셨다고 말할 수도 있다(성경, 이렇게 믿어라, 45p).
성경론에 대한 탁월한 책을 저술한 존 프레임은 영감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말 사이에 동일성을 창출하는 신적 행위”로 정의합니다(존 프레임, 성경론, 242p). 그는 “최종적인 결과가 정확하게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기 원하셨던 것”이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부분과 단순한 인간의 말로서의 부분을 구분하며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성경은 그 단어, 표현, 구절이 다 하나님의 무오한 권위있는 말씀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성경적인 성경에 대한 관점을 가진다면, 성경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있어 성경은 절대적 권위를 갖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일점일획도 변질시키거나 간과할 수 없습니다.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그것의 권위를 반드시 인정하게 됩니다. 동시에 그는 인간 저자의 특징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의 문체와 인격을 발견합니다. 성경 본문이 글이라는 형식의 원리에 따라 어떻게 쓰였고 표현되었는지 살피고 연구합니다.
누가복음 20장에서 예수님은 사두개인의 시험을 받으십니다. 그들은 부활을 부정하는 자들로 극단적인 예시를 통해 예수님을 괴롭히려고 합니다. 일곱 아들과 결혼하게 된 한 여인이 부활시엔 누구의 아내가 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출애굽기 3장 6절을 인용하셨습니다.
모세도 가시나무 떨기에 관한 글에서 주를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시라 칭하였나니(눅 20:37)
예수님은 기록된 성경의 시제도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과거에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셨던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들의 하나님이시다는 현재형의 동사를 인용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에 대한 그들의 오해를 정확하게 말씀으로 지적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또한 율법에 대하여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룰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5:18).
예수님을 사랑하는 성도는 예수님의 이와 같은 말씀에 대한 자세를 본받아야 합니다. 그분이 기록된 아버지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고 일점일획도 간과하지 않으셨던 것을 배워야 합니다. 단어의 표현과 시제까지도 그대로 그 권위를 인정하셨던 모습을 닮아야 합니다. 주가 그렇게 성경을 대하셨다면 나도 그렇게 대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로서 영감에 대한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이 칼럼 시리즈를 통하여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인정하며 그 권위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동시에 성경을 부지런히 연구하고 배우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