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예수비전교회 주체로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가 열렸다. 그동안 마르틴 루터와 존 칼빈을 비롯하여 찰스 해돈 스펄전, 존 찰스 라일, 조나단 에드워즈, 마틴 로이드 존스까지 개혁주의 신학의 중요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설교와 목양에 깃든 개혁주의 신학과 실천을 다뤄온 콘퍼런스에서 이번에는 존 맥아더 목사를 선정했다. <존 맥아더 목사의 설교와 목양>이란 제목으로 합동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인 김병훈 교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인 김준 교수, 수도국제대학원 실천신학 교수인 박동진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겸임교수인 신호섭 교수 및 예수비전교회 도지원 담임목사와 김성광 목사가 각각 “존 맥아더의 설교와 목양”, “존 맥아더의 설교 행위”, “존 맥아더와 성경적 상담”, “존 맥아더의 성경 해석과 주해”, “존 맥아더의 실용주의 목회에 대한 경고”, “존 맥아더와 주재권 구원 논쟁”을 다루었다. 마지막 영상 강의는 존 맥아더 목사와 존 파이퍼 목사가 나눈 대담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에게 이번 콘퍼런스가 매우 흥미로웠던 것은 존 맥아더 목사의 설교와 목양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제삼자가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을 들어볼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 있다. 이번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에서는 특별히 존 맥아더의 성경에 관한 신념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는데, 성경이 무오한 하나님의 권위 있는 말씀이며 성경 하나로 충분하다는 그 믿음이 존 맥아더 목사 개인의 설교와 목양뿐만 아니라 그가 총장으로 있는 마스터스 신학교의 정신에 깃들어 있고 어떤 학생을 배출할 것인지,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철저히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 학교를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다녔고 또 거의 같은 기간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에서 존 맥아더 목사님의 설교과 목양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이번 콘퍼런스를 통하여 재확인하고 지난 십여 년 목회 현장에서 여러 가지 유혹과 시험을 견디면서 약해지거나 흔들리기 쉬운 그 신념을 다시 한번 굳게 다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신호섭 교수는 지난 12년간 도지원 목사의 리더십 아래 예수비전교회가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를 통하여 이루어낸 일을 크게 칭찬했다. 실제로 이번에 처음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 정말 많은 자원, 교회의 재정과 성도의 헌신적인 봉사 등이 전적으로 참석자에게 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미국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가 주체한 셰퍼드 콘퍼런스에 여러 차례 참석하였는데(3,000명이 넘는 전 세계 목사들이 참석함), 작은 셰퍼드 콘퍼런스를 보는 것 같았다. 240명이 넘는 목사를 섬기기 위해 구석구석에서 수고하고 있는 성도들은 기쁨이 넘쳤고, 식사와 간식, 차와 커피, 여러 기독교 출판사를 통한 좋은 신앙 서적의 배급, 교통과 숙박 등을 교회가 다 책임지고 도왔다. 이것은 예수비전교회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사역임에 틀림이 없다. 참석한 모든 목사에게 하나님이 맡기신 귀한 양들이 있다.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는 목사를 개혁주의 신학과 실천으로 먹이고 돌보려는 분명한 목적을 지향한다. 그래서 그 목사들이 각자 자기에게 맡겨진 영혼들을 진리로 먹이고 돌보고 보호하고 인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번에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가진 몇 가지 생각을 다음과 같이 나누기 원한다.
1. 참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자는 신사적이다
마스터스를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사역을 시작할 때, 은사 주의나 알미니안 주의 진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했지만, 개혁주의에 관해서는 염려하지 않았다. 존 맥아더 목사는 R. C. 스프로울이나 존 파이퍼 등 유명한 개혁주의 신학자이자 목사를 자유롭게 초대하여 강단에서 가르치도록 수락했고, 리고니어나 복음 연합(The Gospel Coalition) 등에서도 그들이 함께하는 것을 종종 즐겁게 지켜봤다. 그래서 서로 다른 견해 가령 유아세례나 종말론 등에서 억지로 합의를 이루어내지 않으면서도(서로의 다른 분별을 존중하면서도) 그리스도 안의 형제로서 또 복음과 진리를 고수하는 복음주의 전우로서 하나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만큼 진리에 있어서는 하나가 되었고, 거짓과 함께 싸웠다. 존 맥아더와 개혁주의 동료들 사이에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 모두 하나님의 말씀 앞에 두려워 떨었고, 진리를 너무나 사랑하여 간절히 알기 원했다. 거짓 교사를 향하여 사자처럼 울부짖는 자들이었지만, 서로에 관해서는 참으로 신사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개혁주의 신학자, 목사 중에서는 그들과 완전히 같은 입장이 아니면 부족하거나 모자라거나 심지어 틀렸다고 정죄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어떤 사람은 존 맥아더의 세대주의 종말론을 극단적으로 미워하여 그의 책을 취급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많이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종종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경험하면서, 한국에서는 필자가 직접 목격했던 신사적인 교류와 우정이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 필자의 시각이 좁았고 경험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강사가 존 맥아더의 모든 분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 모두 존 맥아더 목사의 설교와 목회에 깃든 올바른 믿음과 정신을 사랑했다.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병훈 교수가 말한 것처럼 모든 참석자들은 존 맥아더 목사처럼 될 수는 없지만 모두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오직 성경에 최종 권위를 두며 신자의 구원과 구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성경이면 충분하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셰퍼드 콘퍼런스에서 전 세계 다양한 교파에서 온 수천 명의 목사와 함께 누렸던 신사적인 교제를 한국에서도 처음 맛본 귀한 경험이었다.
2. 성경이 최종적이고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한국 교회는 특별히 실용적인 것을 사랑한다. 더 효과적인 강단 메시지, 더 부흥하는 교회 사역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그런 결과를 맛본 미국 복음주의 교회를 탐색한다. 하지만 존 맥아더는 그런 면에 있어서 좋은 인물이 아니다. 그는 사역의 깊이에만 집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도입하고 계발하는 일에 큰 중점을 두지 않은 사역자다. 실제로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의 핵심은 강단의 말씀이다. 대예배뿐만 아니라 펠로우십 그룹으로 불리는 소모임(200명에서 많게는 천 명에 달하는)에서도 1시간 강해 설교가 주어진다. 주일학교, 학생회, 청년회 모두 강해 설교가 기본이고, 심지어 주일학교 교육도(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설교와 찬송과 기도가 전부다. 한국에서 ‘구역집회’, ‘셀그룹’ 등으로 불리는 홈 바이블 스터디 모임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성도들 몇 가정이 모여서 드리는 말씀 예배였다. 성경이 최종적이고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신념은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의 중심을 확실히 차지했다.
모두가 존 맥아더 목사처럼 설교할 수는 없다. 하나님께 받은 은사의 크기가 다르고,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도록 권면하고 가르치는 일을 할 때, 우리 모두가 존 맥아더 목사가 가졌던 신념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면 충분하다는 신념, 성경이 최종적이면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신념,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성경의 괴리가 느껴질 땐, 성경에 오류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을 성경의 가르침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신념. 사실 많은 목사과 교수가 존 맥아더 목사의 설교에 깃든 신념에 동의하고, 그분의 강해설교 방식을 칭찬하고 권장하면서도, 실제로는 목회 현장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를 논하고, 교회 경영에 필요한 슬로건을 외치고, 사역에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훈화 말씀을 한다. 성경을 펼쳐서 본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권위 있게 확신에 차서 선포하는 말씀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콘퍼런스를 통하여 생각보다 많은 목사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존 맥아더 목사(그리고 그전에 다룬 모든 개혁주의 설교자들)처럼 설교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과 함께 여러 강연을 들으면서, 매주 교회에서 더욱 긴박함과 엄중함을 가지고 말씀을 준비하고 선포하겠다고 결단했다.
3. 교회의 텅 빈 자리가 아니라 채운 사람을 바라보라
이번 콘퍼런스에서 들은 말 중에 가장 마음에 남은 두 마디 말이 있다면, “설교는 듣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와 “교회의 텅 빈 자리가 아니라 채운 사람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전자는 설교자가 먼저 감동하면 단지 말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결의가 보여야 한다는 말이었고, 후자는 목사가 성도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주목하면 안 되고 현재 주신 성도를 어떻게 잘 돌볼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본문의 의미를 잘 해석하여 전달하는 것에 주력하는 설교자는 자칫 본문이 자신을 먼저 감동시키고 자기 삶에 먼저 역사하고 나서 그 감동과 역동적인 힘을 가지고 성도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잊기 쉽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나눌 땐 확실히 톤과 몸짓이 달라진다. 성령의 능력과 나타나심은 설교자의 말과 몸짓을 통해 드러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더 많이 염두에 두고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목사는 말씀 중심적인 사역으로 인하여 몇 사람이 교회를 떠나든 거기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존 맥아더 목사도 하루는 250여 명의 성도가 자기 설교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며 떠났고 그 중엔 장로도 있었다고 말했다). 혹은 자기 사역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것인지 계획하지 말아야 한다. 맥아더 목사님처럼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역의 깊이 곧 말씀을 더 깊게 연구하여 생명력 넘치는 하나님 말씀으로 주가 맡기신 영혼들을 먹이고 돌보는 것이며, 사역의 넓이는 주님이 책임지시는 것이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교회의 빈자리/떠나버린 자리를 바라보며 후회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충성스럽게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돌봤다면 말이다. 오히려 목자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영혼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영적으로 잘 공급받고 있는지, 보호받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항상 살피고 돌봐야 한다. 청중은 10명이 될 수도 있고 500명으로 늘었다가 다시 100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그리스도께서 자기 피로 사신 온 천하보다 귀한 영혼이라는 것이고, 주께서 그들을 우리에게 맡기셨다는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하여 주님께서 맡기신 영혼에게 얼마나 힘을 쏟고 애정을 붓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목사는 교회를 다스리는 가장 높은 직분을 가지고 일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리더십을 따라 가장 많이 가장 낮은 곳에서 섬기는 종으로 다스린다. 이번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엔 수백 명의 목사가 참석했다. 함께 식사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교제하면서 어느새 잊어버렸지만, 참석한 모든 목사에겐 딸린 식구가(맡겨진 양들이) 있다. 콘퍼런스를 마치고 돌아가면(아니 중간중간에도) 계속해서 신경 쓰고 돌아보고 권면하고 책망하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가르쳐야 할 영혼들이 있다. 잠을 못 이루게 만드는 문제, 기도 제목이 있다. 다들 여러 가지 이유로 심신이 지쳐 보이고, 오랜 세월 목사로 섬기며 군데군데 난 상처와 외로움과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죄책감 등을 안고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목사를 정말로 힘 나게 하는 것은 그들을 불러 세우신 영화로운 구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의 말씀을 진정으로 사모하고 그분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겠다고 결단한 자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 중심적인 가르침은 목사 개인을 부흥하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무된 목사가 맡겨진 양들을 더 힘 있게 가르치고 목양할 수 있다. 존 맥아더 목사님의 오랜 주해와 연구 그리고 설교가 목사 개인을 먼저 하나님 앞에서 부흥하게 한 것처럼, 우리도 항상 말씀으로 먼저 개혁되고 그 힘으로 성도를 힘껏 사랑하기를 간구한다. 55년 한 교회를 사랑하고 가르쳐온 존 맥아더 목사님처럼 우리도 주가 부르시는 그날까지 충성스럽게 말씀과 성도를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