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평교회는 1965년 미국과 영국에서 파송된 선교사가 뿌린 복음이 낳은 열매로 시작되었다. 선교사는 형제단(기독교 형제단, 크리스천 브레드린이라고 불린다) 출신이었는데, 그래서 교회가 행하는 많은 사역 밑바탕에 형제단의 신학과 실천이 깔려있다. 어렸을 때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보였던 교회가 자라면서 친구들이 전해주는 교회 모습과 달라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납득시켜야 할지 고민할 때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교회에는 막강한 리더십을 가진 담임 목사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에겐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 정도로 막강한 독단의 리더십이 아니라 여러 장로로 구성된 질서와 평등이 균형 잡힌 리더십이 존재했고, 매주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타 교회와 달리 우리는 주의 만찬을 매주 행하였다. 신론, 기독론, 구원론 등 주요 교리가 개혁신학과 거의 닮아있었지만, 조직적으로 노회에 가입된 것이 아니었고, 나중에 성경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가진 교회론이 성경과 더욱 가깝다는 것을 알았지만, 많은 교회가 형식적으로 갖춘 교회의 체계를 우리 안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다. 현재 200개가 넘는 기독교 형제단 교회가 한국에 있지만, 전체 기독교와 여러 교단의 현황과 비교해보면 지극히 적은 무리다.
보통 소수가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할 때 자주 범하는 오류는 교만과 독선이다. 종교개혁 시대 오직 성경을 주창하며 거대한 가톨릭 교회를 떠난 소수의 개혁 교회도 같은 범주의 오류에 빠질 때가 있었다. ‘오직 우리만 옳다’고 여기는 태도다. 오직 우리만 사도의 가르침을 전수받고, 초대 교회를 계승한 교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성경을 통해 입증되는 사도적 가르침에서 떠난 교회는 교회로서 빛을 잃고 맛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그래서 결과적으로 개신교가 가톨릭에서 분리된 것이다). 하지만, 비본질적 진리에 관하여 독선적인 태도를 가지고 오직 자신의 견해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구체적인 실천 방식에 관하여 자기 방식만을 하나님이 승인한 유일한 방식이라고 고집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교회를 이단처럼 정죄하고 잘라내는 심각한 문제를 우리는 급진적인 종교개혁자들을 비롯한 소수 기독교 분파에서 자주 발견한다. 참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1965년부터 현재까지 유평교회를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굳게 붙잡아 주셨다. 우리는 교파를 초월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거듭난 신자를 형제자매라 부르기를 기뻐했고, 교제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를 소개하고 나아가 변증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데 오랜 고민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방기만 목사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소개할 방법을 찾았다.
방기만 목사는 기독교 형제단 소속 서청주 교회의 담임 목사이자 기독교 형제단 교육 기관인 그리스도인 훈련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교회사를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번에 책으로 낸 <기독교 형제단의 역사와 신앙>이 바로 2022년 전국 신학대학 협의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내용이기도 하다. 논문 지도교수인 남병두 박사는(한국침례신학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이 책을 추천하면서 7가지 책의 가치를 소개한다: 1) 기독교 형제단 태동의 역사를 다룬 연구 결과물의 희귀성, 2) 기독교 형제단의 신학을 역사적으로 밝힌 특수성, 3) 기독교 형제단의 역사를 자유교회 전통과 연결짓는 독특성, 4) 형제단 기원의 다양한 견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통합성, 5) 16세기 종교개혁을 시작으로 17세기 영국의 상황을 통해 기독교 형제단의 토양을 파악한 포용성, 6) 전체적으로 기독교 형제단의 역사를 간명하게 잘 풀어 정리한 명료성, 7) 허드슨 테일러가 기독교 형제단 출신이고 그의 믿음 선교(Faith Missions)가 기독교 형제단 일꾼인 조지 뮐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최초로 밝힌 독창성.
쉽게 말하면 이 책은 기독교 형제단이 종교개혁의 후예이며, 성경이 가르치는 복수 리더십과 만찬의 중요성을 회복하고, 예수께서 명하신 지상 대명령에 따라 거듭난 자를 삼위일체 하나님 이름으로 침례를 주어 교회의 지체로 받아들이고 주가 가르치신 것을 지켜 행하는 제자로 구성된 교회를 이루기 위해 힘쓰고, 이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세상에 선포하는 선교적 교회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물론 기독교 형제단의 기원과 발흥, 성장과 분열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고집과 독선을 만나고 비인격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단절을 발견한다. 하지만 모든 교단이 같은 진통을 겪어왔다. 우리가 이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고, 동시에 최초의 순수한 개혁의 정신과 올바른 방향성을 되찾는 것이다. 교회는 항상 개혁이 요구된다. 성경에서 멀어진 교리를 바로잡고, 성경이 요구하는 실천의 범주를 벗어난 형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기독교 형제단의 시작은 바로 그런 개혁 정신에서 비롯되었고, 지금도 우리에겐 ‘다시 복음으로’,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는 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독교 형제단에 관한 책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 불편하고 민망했다. 하지만 방기만 목사의 책, <기독교 형제단의 역사와 신앙>을 통해 거의 처음으로 ‘우리도 너희와 같다’는 음성을 들은 것 같아 기쁘다(그 전에 정인택 목사의 <형제들의 모임 교회사>도 좋았다, 나침반, 2019). 우리도 모든 하나님의 교회처럼 같은 믿음을 가지고 같은 주를 섬기고 같은 복음을 전하며, 같은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간다. 우리도 모든 교단의 교회가 추구하는 성경적인 교회를 추구하며, 구체적인 형식이나 예전, 실천 방식이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결국 성경이 요구하는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다. 우리는 교단과 상관없이 거듭난 신자를 형제자매라 부르기를 기뻐하고, 그들과 함께 예배하게 될 영원을 소망한다. 거짓을 물리치고 진리를 따르며, 진리를 타협하지 않는 선에서 될 수 있으면 모든 사람과 화평하기를 원한다. 여기, 우리를 소개하는 역사적, 신앙적, 학문적 책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함께 형제자매로 교제하며 각자 가진 은사로 서로에게 유익을 끼치고 믿음의 길을 동행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