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묻는 장면은
마태, 마가, 누가 복음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부분이다.
사실 예수님은 많은 가르침과 기적들을 통하여
자신이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리셨다.
예수님은 능력 많으신 하나님이셨으며
그들을 구원할 약속된 메시아였다.
이제 예수님은 이 부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자들에게 물으시려고 하고 계시다.
여기서 누가는 오병이어의 기적 이후에 있었던 다른 일들을 과감히 생략하여
9:7-9 (헤롯이 예수님에 대해 “이 사람이 누군고…”했던 장면)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누가 복음은 이방인인 누가가 이방인인 데오빌로를 대상으로 쓴 글이다.
따라서 이방인인 헤롯의 의문을 좀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 의문은 곧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의문이었다.
예수님의 기도 (18절)
예수께서 따로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이 주와 함께 있더니
누가는 그의 복음서와 사도 행전에서 기도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였다.
특히 예수님의 경우, 중요한 일을 하시기 전에 기도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선택하시기 전에 밤을 세워 기도하셨었고 (3:21),
여기서는 제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기도하고 계시다.
무리가 나를 누구라 하느냐? (18-19절)
물어 이르시되 무리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대답하여 이르되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라,
더러는 옛 선지자 중의 한 사람이 살아났다 하나이다
예수님의 첫 번째 질문은 무리,
즉 다른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일반적인 질문이었다.
제자들도 큰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9:7-8의 대답과도 일치한다.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세례 요한, 엘리야, 혹은
옛 선지자 중의 하나가 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가 알 듯이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능력에 항상 많이 놀랐었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님께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는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예수님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20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니
첫 번째 질문은 사실 이 두 번째 질문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말 성경에는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예수님은 “너희는”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강조하셨다.
-
“그러나” (헬라어에는 있지만 우리말 번역에는 빠져있음)라고 하심으로써
제자들을 다른 무리들과 구분하셨다. -
헬라어는 동사 자체에 대명사인 주어 (이 경우 “너희”라는 2인칭 복수형)가
포함되므로 굳이 대명사를 넣을 필요가 없는데,
예수님은 “너희”라는 대명사를 추가적으로 사용하셨다. -
헬라어 문장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문장의 처음에 온다.
예수님은 “너희”라는 중복된 대명사를 이 의문의 가장 처음에 사용하셨다.
즉, 예수님은 한번만 강조할 수도 있는 것을 2가지 문법적인 방법과
1가지 문맥적인 방법을 통하여서 강조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강한 강조는 그 의도가 분명하다.
“그래, 사람들은 그렇다고 치다. 그럼, 너희 자신을 한번 생각해보거라.
너희는 나를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느냐?”라고 예수님은 묻고 계신 것이다.
제자들의 대답은 “(당신은) 하나님의 그리스도이시니이다”였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인간의 범주에만 두고
그 중에서 뛰어난 사람들 중의 하나로 생각했었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약속된 그리스도 (메시아)로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경계 (21절)
경고하사 이 말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명하시고
제자들의 대답에 대해 예수님은 “경계”하시고
그 말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고 하신다.
제자들의 답이 틀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마태복음 16:17에서 예수님은 그 대답을 칭찬하셨다.
오히려 그 대답이 정확했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럼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있는 우리도
예수님을 전하면 안 되는 것인가?
예수님의 이러한 경계는 이유가 있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라는 것을 믿고 있었지만
그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태복음 (16:21-23)과 마가복음 (8:31-33)을 보면
이 대답을 한 베드로조차도
그 본질적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베드로는 다른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고난 받는 그리스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복음서 뒤의 기록들을 보면 점점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야
모든 약속의 비밀들이 사람들에게 밝히 드러났고
그 때가 되서야
예수님은 제자들을 그 모든 일의 증인으로서 세상에 보내셨다 (눅 24:44-49).
이 사람이 누군고…
헤롯이 던졌던 “예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던지고 있는 질문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의 대답을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다.
정확한 대답은 바로 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은 온 세상을 구원하신 약속된 메시아, 하나님의 그리스도이시다.
이것이 다른 누군가의 고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나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
이미 이 고백을 한 우리들은 이제 더 이상 그것을 숨길 이유가 없다.
이 모든 것의 증인이 되어
세상 가운데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이 우리의 남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