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택시를 탔습니다.
운전하시는 분이 아주머니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뒷자리에 앉아
운전하고 계시는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릴 때가 되어 계산을 하는데
저희에게 “교회 다니세요?”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몇 개의 팜플렛을 주셨습니다.
그 중 하나에는 큰 제목으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마지막으로
”교회 다니는 사람은 꼭 읽어봐야 해!”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와서 잠시 읽어보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큰 제목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굳건한 안보의식으로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야욕에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국내 좌익의 무력화에 앞장서야 한다”
끝까지 다 읽어본 후에 저는 이 책자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이것이 구원 받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인가?
교회 다니는 사람은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인가?
저는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듯
정치에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 현재 저희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통해
성경이 말씀하시는 의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당이 성경을 가르치는 일을 막는 정책을 냈다면
그에 반대되는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어떤 정당이 동성연애나 성경의 진리를 거스르는 일을 지지한다면
그것에 합법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것”과 “해야 한다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전해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과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와는 다릅니다.
이 소책자에는 “지금”이라는 말을 붙여서
좌익세력을 무력화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당장 신속하게 해야 할 의무라고 말합니다.
만약에 예수님께서 지금 이 한국에 계신다면
좌익세력을 무력화하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실까요?
예수님이 계셨던 그 때는 지금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하고 불합리적이며 부패와 비리가 가득하고
차별과 압제가 심했던 시기입니다.
똑같은 사람을 노예로 부리면서 자기의 기분에 따라
노예를 죽이기도 하고 노예의 자녀들을 소유하던 때입니다.
왕의 절대 권력으로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부렸던 시기입니다.
말도 안 되는 세금과 폭리를 왕부터 시작해서 중간 관리가 갈취하던 시대입니다.
그런 고통과 압제 가운데 거의 모든 것을 빼앗기다시피 한 백성들에게서
외식과 율법주의가 가득한 종교지도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것 마저 다 빼앗아가던
아주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몇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시대를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묵인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죄를 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하신 정치적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져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요 18:36)
큰 의미에서 하나님은 왕으로 이 세상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이나 미국 등 지금 존재하는 나라들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다스리실 그 나라는 장차 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 나라를 “하늘나라”(Kingdom of Heaven 혹은 Kingdom of God)
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은 그 나라가 구원받은 백성들 안에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눅 17:21)
신자는 이제 하늘나라 백성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든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든지,
모든 구원 받은 사람들의 진짜 시민권은 하늘에 있게 되었습니다.
베드로는 우리의 신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벧전 2:9)
사도 바울도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빌 3:20)
그래서 신약성경에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리스도인을 가리켜
나그네, 행인, 거류민 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히 11:13; 벧전 1:1; 2:11).
모든 믿음의 선진들은 이 땅에서 나그네와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하늘에 진정한 시민권을 가진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 (히 11:13)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 백성들이 이 땅에서
자신들을 다스리시는 왕이신 예수님을 섬기며
그분의 주권, 뜻에 따라 사는 것을 원하십니다.
현재 우리가 거하고 있는 이 땅은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계획아래
철거될 것이며 새로운 땅과 하늘로 다시 지음을 받을 계획이 확정되었습니다.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된 것입니다.
재개발 지역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재개발 지역에 아주 좋고 멋진 빌딩을 새로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어리석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좌파세력을 몰아내는 것이라 하지 않으십니다.
공산주의는 악이요 민주주의가 예수님이 지지하는 정치형태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왕정, 공산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를 초월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는 항상 이 땅에 속한 적이 없습니다.
정치 형태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가 변질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치 형태와 전혀 관계없이 하나님의 나라는
그분의 뜻에 따라 확장되어 갑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에게 요구하신 것은
이 땅에 있으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천국 백성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침례를 베풀고
하나님 나라의 법을 가르치는 것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한 외국인 노동자가 몇 년 한국에 거류하면서
특정 정당을 비난하고 비판하면서
좌파를 몰아내야 한다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리고 다른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바로 한국의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바로 이게 우리가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사람이 대한민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가족과 친구들 친척들이 있는 조국을 더 많이 생각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곧 돌아갈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몇 년 머무를 이 곳이 아닌
평생 자신이 살아갈 그 나라를 위해
더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투자하라고
말해줄 것입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들에
나의 의견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특히 그것에 흥미를 가진 분들이라면 아주 즐거운 일이겠지요.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그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좌파가 대한민국을 지배해도 하나님의 나라는 망하지 않습니다.
우파가 대한민국을 통제하여도 하나님의 나라는 굳건합니다.
하나님은 어떤 정치 형태가 설립되어도
그 것을 사용하시어 당신의 뜻을 이루실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이 땅의 나그네와 행인, 거류민으로서 마땅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 믿음의 선진들이
이 땅에서 나그네와 외국인임을 증명했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