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는 부르심을 받았다

본문 : 사도행전 8장 26절~40절

설교자 : 조 정 의

 

흩어진 교회가 사마리아와 유대 땅을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했던 것처럼, 교회의 각 지체는 모두 자신이 있는 곳,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복음을 입술과 삶을 통해 전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예수님이 직접 최초의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사명을 내리셨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 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

세상 끝날까지 항상 교회와 함께하시겠다 약속하신 주님은 지금 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고 교회가 사명을 감당하게 하 신다. 당신은 어쩌면 이 사명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담감이나 거절에 대한 염려, 아니면 먹고사는 일에 바 빠서 이 사명을 거의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에게 이 말씀이 필요하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부업이고 본업은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직장 일을 소홀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이 그리스도를 나 타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정일이나 자녀 양육에 신경을 덜 쓰라는 말이 아니다. 그 목적이 자녀를 주님께 인도하는 것 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 말씀을 통해 빌립이 ①가라, ②가르 치라, ③제자를 삼으라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어떻게 순종했는 지 살펴보고, 같은 부르심을 받은 교회로서 사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1. 가라(26-30)

빌립에게 “가라”고 명령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주의 사자를 보내어 빌립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남쪽으로 향하 여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까지 가라”(1절).

빌립은 사마리아 여러 마을에서 복음을 전했고, 두 사도 즉 베드 로와 요한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마리아인의 여러 마 을에서 복음을 전했기 때문에(25절) 사마리아에 사역의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갑자기 빌립이 예상치 못한 장소로 갈 것을 명령하셨다. 부르심을 받은 자는 부르신 자가 가라고 하는 곳에 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한 곳은 정말 외딴 곳이었다. 사마리아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곳,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가는 길이었다. 가사는 그리스의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에게 파괴되어 황폐한 지역이 되었고(BC 93) 새로운 가사가 세워졌는데, 하나님은 옛 가사지 역, 이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로 이 유도 말씀하지 않으시고 가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사마리아에서 가사까지는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처럼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언제든지 부르신 분이 가라고 하는 곳에 가야 한다. 하나님이 가라고 하시면 교회는 순종한다. 교 회에게 주신 지상대명령이 무엇인가? “가라(가서)”(마 28:19).

 주님께서 당신의 마음에 부담을 주는 영혼이 있던 때가 있었는 가? 자꾸 생각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고 그리스도의 복 음을 전하기 원하는 갈급함을 부어주신 적이 있지 않은가? 하나 님이 지금 당신에게 “가라”고 명령하고 있는 곳이 있지 않은가?

미국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수업과 과제에 파묻혀 살았는데 내가 속한 교회 목사님이 성도의 아버지가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 원해 있는데 복음을 전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아들은 영어만 할 수 있고 아버지는 우리말만 할 수 있어서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주 위중한 상태고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아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빠지고 즉시 병원으로 이동했다. 오 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가 복음 전하는 걸 너무 싫어하신다고 했는데, 가보니 마침 식사하러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내 말을 듣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나중에 아들을 통해 들은 말은 내가 떠나고 몇 시간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분이 정말 구원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종종 생각할 때 만일 가라고 명하신 하나님의 음성에 내 가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 분명하다.

빌립은 하나님의 가라는 명령을 듣고 즉시 일어나 갔다(27절). 황량한 광야 그것도 오래전 사용한 에 누가 지나가겠는가? 그런데 가서 보니 누군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근방에 사는 사람으로 자주 그 길을 왕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무려 에디오피아, 예루살렘에서 도보로 5개월 정도 가야 있는 곳에서 온 사람이었다 (아마도 흑인). 그는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이었다(간다게-왕조의 작위, 바로, 가이사). 지위가 높고

부유한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왜 그가 이 광야 길을 통과하고 있었나? 그는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27- 8절). 광야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유력한 에디오피아 사람을 만 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빌립이 만난 사람은 참 흥미롭다. 에디오피아는 당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장소로 땅끝이라 불렸다. 유대교를 열심히 믿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유대교 총회에 들 수 없는 내시였다. 유 대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끝에 있었다. 하나님은 바로 그 땅끝에 사는 내시, 유대교의 가장자리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던 이방인을 만나주시기 위해 빌립을 보내신 것이다.

빌립이 보니 에디오피아 내시는 수레를 타고 있었는데 거기 앉아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고 있었다(28절). 그때 성령께서 에게 다시 한번 가라고 명령하셨다. “ 수레로 가까이 나아가 ”(29절).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언제나 부르신 이 하나님의 말 씀에 순종한다. 빌립은 다시 한번 가라는 명령에 즉시 순종하여 달려갔다(30절). 수레 가까이 가니 안에서 이사야 사본을 읽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빌립은 이렇게 물었다. “읽는 것을 깨닫느냐?다음 장면에서 우리는 부르심을 받은 자가 두 번째로 순종해야 할 명령, “가르치라”를 발견한다.

2. 가르치라(30-35)

지금까지 과정을 생각해보면 주님께서 모두 예비해 두셨다. 광야 한가운데서 이스라엘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성경을 읽고 있었다. 게다가 그 구절은 선지자 이사야의 이 말씀이었다.

“그가 도살자에게로 가는 양과 같이 끌려 갔고 털 깎는 자 앞에 있는 어린 양이 조용함과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그가 굴욕을 당했을 때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하였으니 누가 그의 세대를 말하리요 그의 생명이 땅에서 빼앗김이로다”(32-33절, 이사야 53:7-8)

이사야 53장은 고난 받는 종,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하는 말씀으로 방금 읽은 말씀만 봐도 그 입을 열지 않고 잠잠히 하나님의 어 린 양처럼 끌려가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하고 악한 세대에게 생 명을 빼앗긴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장면이 연상된다. 이사야 본 문에는 그의 죽으심은 “마땅히 형벌 받을 내 백성의 허물 때문이 라”고 기록되어 있다(사 53:8).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하실 하나님의 어린 양, 세상 죄를 지고가는 화목 제물 이셨다(마 1:21; 요 1:29; 요일 2:2).

에디오피아 내시는 이 구절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읽는 것을 깨닫느냐”는 빌립의 질문에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냐”고 대답하고 빌립을 청하여 수레에 올라 같이 앉아 자신이 읽고 있는 말씀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31절).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청컨대 내가 묻노니 선지자가 말한 이 누구를 가리킴이냐 자기를 가리킴이냐 타인을 가리킴이냐?”(34절). 그냥 자신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다름이 없다.

만일 당신이 내일 출근하거나 동네 주민을 만나거나 가족이나 지 인과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보라. “교회 다니신다고 했죠? 요즘 저는 과거에 지은 죄가 자꾸 생각나서 잠 이 잘 오지 않아요. 교회에선 예수님이 우리 죄를 다 용서해 주신다고 하죠? 어떻게 예수님이 죄를 용서해주시나요? 저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람을 우리는 준비된 영혼이라고 부른다.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다 준비시켜 주셔서 복음만 들으면 바로 싹이 돋고 열매를 맺을 영혼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신은 준비되어 있는가? 당신은 예수님을 가르쳐 복음을 전할 준 비가 되어 있는가?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대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까지 최소 11년을 준비한다. 대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적어도 6년은 준비한다. 국가고시나 자격증 시험을 위해 1년 이상 주말까지 반납하고 준비한다. 그러면 영혼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기 고 영원한 운명을 뒤바꾸는 것을 위해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얼 마나 준비해야 할까?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부르신 자가 명령 하신대로 그리스도를 가르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빌립은 가르칠 준비가 되었다. 당시엔 신약성경이 기록되기 전이었지만 빌립은 그리스도께서 직접 설명하신 구약의 선지자가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미리 예언한 말씀(눅 24:44-8), 사도들 이 주께 받아 날마다 가르쳐준 그 말씀을 기억하고 이사야 본문으로 시작하여 예수를 가르쳐 복음을 전했다(35절).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가르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 다. 가장 기본적인 대상은 자녀와 맡겨진 교회학교 학생들이다. 나아가 가족과 친구, 이웃이나 직장 동료가 될 것이다. 당신은 그 들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베드로는 소아시아 교 회에게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라”고 했다(벧전 3:15).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치라. 복음의 씨를 뿌리고 물을 주라.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부르심을 받은 당신 은 계속해서 그분의 명령에 따라 가르치는 일에 충성하라.

3. 제자를 삼으라(36-40)

둘은 수레를 타고 계속 내려가는 중이었고 길 가다가 물 있는 곳 이르렀다(36절). 그러자 내시가 말했다. “보라 물이 있으니 가 세례를 받음에 무슨 거리낌이 있느냐?”(36절). 서방 사본에는 37절에 빌립이 내시의 믿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 만 오래된 사본에 그 내용이 없어 개역 개정판에는 (없음)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빌립이 새롭게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이의 확실 한 신앙고백을 확인하고 세례를 베풀었음에 틀림이 없다.

두 사람은 수레를 멈추고 둘 다 물에 내려가 세례식을 했다(38 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제자로서 살겠다는 특별한 예식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계속해서 제자를 삼으라고 명령하셨다.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마 28:19).

빌립은 그 명령에 순종하여 세례를 베푸는 것으로 이방 민족 사 람인 에디오피아 내시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았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내시는 매우 기쁘게 길을 떠났다(39절). 성령의 충만을 받은 예수님 제자의 특징이 바로 기쁨이다.

초대 교부 이레니우스의 말에 따르면 에디오피아 내시는 그 지역의 선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전승이 사실이라면 그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광야 한가운데서 자신을 부르신 하나님을 위해 부르 심에 합당한 삶, 가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르치고 제자를 삼는 삶을 충성스럽게 살았던 것이다. 당신은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은 제자인가? 교회인가? 그렇다면 당신의 사명 역시 빌립 그리고 에디오피아 선교사와 같다. 하나님이 가라고 한 곳에 가 서, 하나님께서 가르치라 명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르치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것, 그것이 당신의 사명이다.

한편 빌립은 주의 영 곧 성령의 능력으로 ‘초음속 여행’을 했다. 물에서 올라오자 마자 주의 영이 그를 이끌어 아소도나타나게 하셨다(40절). 가사에서 32km 북쪽 옛 아쉬돗이란 도시로 순간 이동한 것이다. 거기서 무얼 했는가? 가이사랴에 이를 때까지 여러 성을 지나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40절). 가서 복음을 가르 치고 제자를 삼는 일을 했던 것이다. 부르심 받은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가? 주께서 이끄시는 곳으로 가서, 복음을 가르치고, 제자를 삼는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교회가 비호감이 되고 복음을 전하기 더욱 힘 들어졌다고 말한다.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누가복음 10장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각 동네와 지역으로 보내시 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눅 10:2)

우리는 추수하는 주인 주님께서 보내신 추수할 일꾼이다. 주님 은 우리에게 추수할 것이 많다고 하신다. 오히려 추수할 일꾼이 적다고 하신다. 당신의 삶의 밭에 추수할 영혼이 얼마나 많은 가?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나 주민들. 그 영혼의 밭에서 당신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추수할 일꾼으로 일하고 있다. 언젠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일꾼을 불러놓고 결산하실 때 양손 가득 그분께 우리가 추수한 영혼을 보여드리자.

물론 모두 주께서 하신 일이다. 그분이 우리를 부르셨고, 영혼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셨고, 복음을 가르치도록 지혜를 주셨고, 제 자로 거듭나게 하신다. 그런데도 주님은 우리가 거둔 곡식을 보 고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그 칭찬은 우리가 가서, 가르치고, 제자를 삼는 일을 하는 데 충분한 기쁨과 동기가 된다.